조수웅덩이 해양생물의 다양성
조수웅덩이 해양생물의 다양성
  • 권혁준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선임연구원
  • 승인 2019.11.0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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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바다에서 가장 극한의 환경을 가진 곳은 어디일까? 0℃에 가까운 추운 극지방? 반대로 300℃가 넘는 심해 열수분출공? 극지방이나 열수분출공도 극한환경이지만 우리와 가까이 있는 ‘이 곳’도 극한환경 중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일 것이다. 바로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경계, 조간대지역에 생기는 ‘조수웅덩이’이다.

조간대지역은 달의 인력에 의해 바닷물이 높아지는 만조에 물속에 들어갔다가 바닷물이 낮아지는 간조에 물 밖으로 나오는 지역으로 특히 울퉁불퉁한 암반으로 이루어진 지역에서는 간조시기 때 움푹 들어간 곳에 바닷물이 고여 웅덩이가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만들어지는 곳이 조수웅덩이다. 크기도 다양해서 작은 곳은 손바닥만 하고 큰 곳은 수십 미터 폭에 깊이도 꽤나 깊다.

조수웅덩이가 극한환경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환경적 변화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해양생물은 수온과 염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크기가 작은 조수웅덩이는 만조에서 다시 만조가 되는 12시간 이상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어 수온과 염분이 심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한환경을 가진 조수웅덩이는 해양생물의 주요 서식처로 이용된다.

그리고 조수웅덩이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해양생물로 어류가 있다. 어류는 일반적으로 물속에서 헤엄을 치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생태학적 이유로 조수웅덩이와 같은 극한환경에 자주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특정 시기에만 나타나는 경우는 산란을 하거나 어린시기에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은신처로 이용하며, 주 서식처로 이용할 때에는 먹이를 구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어류에 있어 중요한 생태학적 장소로 이용되는 조수웅덩이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 존재하지만 특히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제주도는 연안이 대부분 용암이 굳어지는 가운데 울퉁불퉁한 모양으로 만들어져 다양한 크기의 조수웅덩이가 존재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또한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해양생물 다양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제주도 조수웅덩이에서 제일 다양한 종류를 볼 수 있는 어류는 망둑어과(Family Gobiidae)이다. 대표적으로 무늬망둑, 점망둑, 별망둑, 풀비늘망둑, 미끈망둑, 사자코망둑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아직까지 제주도에서만 발견되는 남방풀비늘망둑, 제주모치망둑 등이 있다. 망둑어들은 바닥에 붙어 이동이 거의 없이 살기 때문에 조수웅덩이의 터줏대감이라고 볼 수 있다.

망둑어처럼 조수웅덩이를 거의 떠나지 않고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류가 또 있다. 바로 청베도라치과(Family Blenniidae) 어류이다. 이들 중에는 대강베도라치, 저울베도라치, 앞동갈베도라치, 청베도라치 등과 같이 조수웅덩이의 구멍구멍을 집으로 이용하여 머리를 내밀고 휴식을 취하는 종류도 있으며, 두줄베도라치처럼 바닥에 있지 않고 모자반같은 해조류에 몸을 감거나 떠있는 종류도 있다.

바닥에 주로 사는 어류의 대표가 앞에 소개한 종류라면, 떠서 사는 어류의 대표로는 아열대어류의 대표인 자리돔과(Family Pomacentridae)는 수족관에서 볼 수 있는 예쁜 고기로 알려져 있는데 흑줄돔, 동갈자돔, 일곱줄자돔, 검은줄꼬리돔, 줄자돔, 해포리고기, 파랑돔 등이 어릴 때뿐만 아니라 성어가 되어서도 조수웅덩이를 찾는다. 반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자리돔은 어린 시기에만 조수웅덩이에 발견된다.

또 다른 대표는 놀래기과(Family Labridae)로 몸 색깔이 알록달록한 특징이 있다. 주로 볼 수 있는 종류는 놀래기, 용치놀래기, 어렝놀래기, 무지개놀래기 등이 있는데 어린 시기에는 대부분이 조수웅덩이를 찾아오지만, 성어가 되면 일부 종만 지속적으로 찾아온다.

위에 소개한 대표적인 어류 이외에 무늬횟대, 가시망둑, 돌팍망둑, 돌망둑이, 창치 등이 출현한 둑중개과(Family Cottidae), 큰비늘숭어, 숭어, 초승꼬리숭어, 솔입숭어 등이 출현한 숭어과(Family Mugilidae), 긴꼬리벵에돔, 벵에돔, 범돔 등이 출현한 황줄깜정이과(Family Kyphosidae)도 다양한 종들이 조수웅덩이에 출현하는 무리들이다.

또한, 멸치, 학공치, 쥐노래미, 볼락, 돌돔, 독가시치, 쥐치 등 우리가 많이 들어본 어류뿐만 아니라 샛줄멸, 쏠종개, 물꽃치, 밀멸, 미역치, 게레치, 주걱치, 남방주걱치, 살벤자리, 은잉어, 아홉동가리, 그물베도라치, 황점베도라치, 민베도라치, 가막베도라치, 비늘베도라치, 꼬마청황, 꺼끌복, 흰점꺼끌복 등 잘 듣지 못하거나 처음 듣는 어류도 조수웅덩이에서 발견된다.

앞서 소개한 제주도 조수웅덩이에 출현한 다양한 어류들은 필자가 2017년 ‘Zookeys’라는 학술저널에 발표한 내용으로 총 76종의 어류가 제주도 조수웅덩이에 출현하였고 당시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조수웅덩이 어류 종 다양성이 확인된 일본의 야쿠시마(Yakushima)섬의 72종보다 높은 다양성을 나타냈다.

제주도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한 남쪽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출현한 어류 중에는 열대성 어류가 39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고 아열대성 어류도 11종을 자치하였지만 온대성 어류도 26종이나 출현하였다는 것은 제주도 주변해역이 열대성 영향뿐만 아니라 온대성 영향도 함께 받는 특이한 위치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제주도 조수웅덩이가 해양어류 서식처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가지며, 생태학적 보존의 필요성이 있는 장소라고 보여진다.

조수웅덩이는 육지와 바다가 공존하는 지역에 만들어지는 특이하면서도 특별한 공간으로 해양어류의 중요한 서식처로 확인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들이 모르는 부분이 많은 장소이다. 그러나 해양생물학적 중요성이 잘 알려지지 않아 연안개발과 환경오염에 많은 곳이 훼손되었거나 지금도 훼손되어 가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수웅덩이의 중요성과 보존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인간과 해양생물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조수웅덩이에 대해 관심을 갖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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