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은 독재자이어야한다
사장은 독재자이어야한다
  • 이준후 산업은행 부장/시인
  • 승인 2013.08.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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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후 산업은행 부장/시인
만나자마자 모 소기업 사장은 한탄부터 늘어놓았습니다. 직원이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는 것입니다. 횡령이었습니다. 그 직원은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경리업무를 그 직원에게 맡겼습니다. 친척이어서 더욱 믿었기에 사장의 배신감은 더 컸습니다. 5년에 걸쳐 조금씩 티 나지 않게 해 먹어서 올 초 세무조사가 나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사장은 경영방침을 바꾸었습니다. 그 사장의 체험적 사장론(社長論)은 독특하지만 설득력 있었습니다.

사장은 회사 일은 모두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계획을 보고하게 하고 결과도 필히 보고를 받습니다. 일일보고를 받고 또 주간 보고를 받습니다. 물론 소소하고 반복적인 일은 위임하게 되지요. 그러나 위임사항도 수시로 그 위임을 회수해 보아야 합니다. 직원에게 일을 전적으로 맡겨 버리는 것은 포로에게 수용소 열쇠를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위임하되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그 사장의 지론이었습니다.

사장이 밖에 있더라도 사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소상하게 파악하고 원격으로 지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사의 주인은 사장입니다. 사장답게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주인은 어려운 결정을 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밤새 걱정하는 사람입니다. 사장은 자신의 월급을 두 배로 올렸습니다. 회사의 주인이 사장이라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린 것입니다. 오래 회사에 다닌 고참 직원들은 자신도 회사의 주인이라고 착각합니다. 때론 사장을 무시합니다. 사장은 그런 착각을 깨 주어야 합니다.

사장은 직원들이 좋아하는 것보다, 존경받아야 한다고 생각을 고쳤습니다.

기업은 동호회가 아닙니다. 이익을 다투는 조직인 것, 즉 수익을 내야 하는 것입니다. 작은 회사에서 장부상의 수익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cash flow, 현금흐름을 잘 살펴야 하고 현금상(上) 이익이 나야 합니다. 현금이 꾸준하게 흐르지 않으면 사업을 지탱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절대적으로 현금입니다. 수익이 줄어들면 비용도 줄입니다. 직원들과 수익우선 원칙을 공유합니다. 매입처에 대한 지급은 늦추고 매출처에 대한 현금회수는 빨리 합니다. 소규모 기업에 장부상의 이익은 이익이 아닙니다. 장부상 이익이 나더라도 매출채권, 외상거래가 늘면 회사는 무너집니다. 

친인척을 회사에 두어서도 문제입니다. 왕조국가에서 왕족과 외척을 관직에 등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가족을 직원으로 두면 회사질서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나라가 외부의 공격보다는 내부 문제로 멍이 들고, 그것으로 국방이 소홀해져 외침을 불러 결국 멸망하였습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친척은 돈을 주고라도 회사에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니까요.

사장은 직원평가를 자주 할 필요가 있습니다. 1년에 네 번 이상 평가를 하여 긴장을 유도하고 업무집중도를 높여야 합니다. 평가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합니다. 유능한 직원들은 성과시스템을 환영합니다. 자신에게 기회가 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더 헌신적으로 일합니다. 연말 상여금은 성과급이 아닙니다. 그냥 보너스에 불과합니다. 성과급이란 급여로서 생계와 관련된 것입니다. 회사에 출근한다고 자동으로 월급이 나온다고 생각하도록 해서는 안됩니다. 성과, 수익이 없으면 회사 자체가 생존할 수 없으니까요.

성과급은 벌칙을 포함합니다. 즉 마이너스(-) 성과를 적용하는 것이죠. 그러나 금전적 벌칙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누구나 금전적 벌칙은 꺼립니다. 그러나 금전적 벌칙, 벌금이 조직의 성과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소기업에서는 팀워크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합니다만 영업이 중요한 소기업에서는 경쟁이 더 중요합니다. 책임자를 선정하고 그 책임자에게 목표를 부여합니다. 실적은 목표와 대비하여 정기적으로 평가합니다. 평가는 급여로 즉시 실현되어서 동기를 유발합니다. 직원들은 사장이 원하는 일을, 사장이 부여한 임무를 확실하게 해내는 것입니다.

만약 팀을 만들어 일하게 할 때는 꼭 팀 책임자를 정해야 합니다. 책임자가 없으면 직원들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사장은 독재자가 되어야 합니다. 독재자는 자신 이외에는 믿지 않습니다. 평가받지 않습니다. 평가할 뿐입니다. 인기를 구하지 않습니다. 업적과 실적만 따집니다. 소규모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엄격해야 합니다. 직원들이 사장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두려움이야말로 가장 큰 동기입니다.

사업은 ‘개그콘서트’가 아닙니다. ‘인기 있는 사장, 좋은 사장이 아니라 나쁜 사장, 무서운 사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 소기업 사장의 반성적 지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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