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나가려는 수륙양용차 왜 발목잡혔나
바다로 나가려는 수륙양용차 왜 발목잡혔나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10.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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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수선급 인증...국내법상 불충족

국내 기술로 개발된 수륙양용차에 대한 국내외에서 도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법에 가로막혀 수년째 허송세월을 보내며 시제품만 방치되고 있다.

 

신개념 해양관광레저기구로 초미 관심

부산 소재 국내업체인 ㈜지엠아이그룹(GMI그룹)이 육지와 연안 구석구석 'Door to Door' 관광을 가능하게 할 신개념 해양관광기구인 수륙양용차를 국산화 기술로 자체 개발했다. 에버랜드 사파리 체험에 도입되는 등 서서히 입지를 넓히는 수륙양용차는 이미 해외에서는 해양관광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영국 케이맨 군도의 ‘마린랜드투어 버스’, 호주 골드 코스트의 ‘아쿠아 덕’, 일본 오사카의 ‘스카이 덕’ 등 전 세계 500여대의 수륙양용차가 육상과 해상을 오가며 운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의 수륙양용차는 세계 2차대전 당시 수륙장갑차를 개조해 바퀴를 추가한 형태로 다자인이 투박하고 일반선박에 비해 기동성이 떨어진다. 반면 국산 수륙양용차는 세련된 디자인에 기동성이 향상됐고, 일반선박의 발라스트 시스템도 탑재되다 보니 복원성도 뛰어나다.

이에 터키, 두바이, 태국, 필리핀 등 해외로부터 한국의 수륙양용차를 도입하겠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이색적인 관광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수륙양용차는 초미의 관심 대상이다. 특히, 전남 완도군과 충남 부여군은 관계법령과 관련된 인허가처리, 기반시설 설치와 정비 지원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GMI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행법에 가로막혀

이와 같이 해양관광의 새로운 동력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GMI 수륙양용차의 주력 차종은 수륙양용버스로 시제품은 완성됐고 내수면 등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승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바다로 나갈 일만 남은 수륙양용버스이지만 정작 현행법에 가로막혀 대부분 시간을 공장 안에서 맴돌며 보내고 있다.

수륙양용차의 특성상 육상의 도로교통법과 해상의 선박안전법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데 수륙양용차의 발목을 선박안전법이 잡고 있다. 수륙양용버스와 같은 신종기구가 제작되려면 현행법상 어떤 구상으로 선박을 건조하겠다는 설계도면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완성된 기구에 대해 검사기관(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안전검사를 거쳐야 한다.

수륙양용버스는 경제성 있는 연비로 해상운행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가벼운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한데 ‘알루미늄 강선구조’ 규정에 따라 강도를 보강하기 위해 트랜스버스(횡보강재)를 일반선박과 동일한 기준으로 설치해야 하는 난관에 봉착했다. GMI그룹측은 그러다 보면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알루미늄을 사용한 것인데 되레 무거워지게 되고 또한 관광목적임에도 확대된 구조물들로 인해 시야 확보가 안되며 승객 좌석 배치 등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고 검사관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추가해야 할 보강재(빨간색)
▲추가해야 할 보강재(빨간색)

이성준 GMI그룹 대표이사는 “해외에서는 복원력, 안전탈출계획, 수밀검사 등 안전성만 충족하면 제한된 연안 구역에서는 운항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GMI그룹은 선급 중 가장 까다롭기로 명성이 자자한 영국 로이드선급사와 독일DNV-GL 선급사로부터 안전성을 인정받아 구조도면 승인을 획득한 상황이다.

GMI그룹은 모조리 일반선박 구조에 짜맞춰진 수륙양용차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신종레저기구에 대한 현실적인 적용 가능성에 대한 실증적 검토는 없이 오로지 일반선박에 대한 잣대를 들이대며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진전하라는 식이라고 분통해 하고 있다.

 

안전성 검증 불신 여전

선박사고는 대형사고로 이어지다 보니 선박안전법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도 수륙양용차에만 한해 규제를 완화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기술과 관계자는 “선박으로 치자면 수륙양용버스는 30~40명이 탑승하는 여객선 수준인데 선박 운항요건인 복원성 수밀성, 소화설비, 구명설비 등의 요소를 면밀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지난해 7월 19일 미국 미주리(Miissouri)에서 운항 중인 수륙양용버스가 전복돼 17명이 사망했다는 최악의 사고를 언급했다.

그는 “버스 형태이다 보니 일반선박보다 파도, 너울에 취약한 수륙양용차는 전세계적으로 호수, 강과 같은 내수면에서 주로 운행되고 있으며 연안의 경우 유럽 지중해, 카리브해와 같은 잔잔한 해역이다”고 전했다. GMI그룹 측도 연안 평수구역까지 운행 허가를 요구하고 있지만 세월호의 경우에도 평수구역 부근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성준 대표이사는 “미국 미주리호 사고의 경우 폭풍이 휘몰아 치는 기상상태에서 오픈카 상태로 바다로 나간 전복된 운전자 부주의가 불러온 사고였다”며, “해외에서는 수십년간 수륙양용차를 운영해왔지만 대형사고는 단 2차례에 불과했다”고 역설했다. 미국 미주리호 사고의 경우 사고조사당국이 운행책임자들의 무책임한 기상 모티너링에 사고원인의 비중을 높게 보고있다. 

▲미주리호 수륙양용버스 자료화면(유투브 영상)
▲미주리호 수륙양용버스 자료화면(유투브 영상)

GMI그룹측은 신종레저기구가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며 해양관광을 견인한다는 측면에서 현실 수준에 맞게 개발하는데 정부도 궤를 같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피력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듯 시행착오를 격고 개선시켜 더 나은 해양관광기구로 개발하자는 것인데 여전히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블랙홀을 넘지 못하고 닥치지도 않은 불투명한 위험을 부각시켜 지레 될성 부른 산업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태도는 다르다. 국토교통부 첨단자동차기술과 관계자는 “국내 최초이다보니 설계·제작을 진행하다보면 현행 기준에서 난관에 봉착할 때가 많다”며,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선을 긋겠지만 규제로 인한 새로운 산업을 막지 말자는 정부 기조에서 최대한 허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산하기관인 자동차운전연구원에 수륙양용차 기술검토를 의뢰하여 실현 방안에 대한 협업을 진행중이다. 자동차에 대한 안전기준 또한, 모든 자동차는 자동브레이크 시스템 탑재, 강화유리 설치 등이 요구되는 등 상당히 까다롭지만 특례 등 유예조건을 근거로 규제가 완화된 상황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선박과는 별도로 신종 수상레저기구를 총괄하는 별도의 기준을 마련해 일반선박과는 다른 측면에서 각종 규정과 검사방법 등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도 수륙양용차를 넘어 다양한 신종레저기구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성장과 안전 모두를 충족시켜 나가기 위한 협업 분위기 형성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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