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어촌 인구소멸 위기, 사람 중심의 대책 마련 시급
[지상중계] 어촌 인구소멸 위기, 사람 중심의 대책 마련 시급
  • 송진영 기자
  • 승인 2019.10.08 17: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자리·정주여건 보완해야 어촌유지 가능

[현대해양] 젊은 세대 이탈과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지역소멸 위기에 놓인 어촌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강도 높은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 차원의 ‘인구소멸 위험지역의 재생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당장 재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 각계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수산업과 어촌 가치 재조명 필요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9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어촌사회의 인구소멸 위기와 수산업·어촌 대응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수산회(회장 김영규)와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김동현)가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는 발제자로 참석한 최학균 하낙월도 전(前) 이장, 이창미 백미리어촌계 사무장,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과 토론자로 참석한 신순호 (사)한국글로벌섬재단 이사장, 김현용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장, 김충재 강원연구원 박사, 유제범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최현호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 과장, 임정수 (사)농어업정책포럼 수산분과위원장을 비롯 100여 명이 참석해 어촌의 실태를 진단하고 대응책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삼석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화로 넘어가면서 과연 지속가능한 수산업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미래가 불투명하다. A.I 기술은 날로 발달하는데 농어촌의 네트워크 상황을 보면 그 수준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며 어촌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김영규 회장과 김동현 회장도 어촌사회에 당면한 문제에 공감하며 “더 늦기 전에 어촌과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행사는 전남 영광군 하낙월도 최학균 전 이장과 경기도 화성시 백미리 어촌계 이창미 사무장의 생생한 어촌 현실을 전달해주는 발제로 시작됐다.

최학균 하낙월도 전 이장은 현재 하낙월도에서 슈퍼마켓과 민박을 운영하면서 하수오를 재배하고 있다며, 어려운 섬 생활로 섬을 떠나려 한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섬 생활의 힘든점으로 △청년층의 부재로 인한 인력난 △열악한 정주여건 △새로운 섬 소득원 개발 미흡 등을 꼽았다.

또한 그는 하낙월도의 심각한 고령화를 걱정하며 “몇 년 후면 무인도화 된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7년 기준 하낙월도 내 50세 미만 연령층은 존재하지 않고, 50대 17명, 60대 15명, 70대 1명만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 전 이장은 “해상교통 및 생활여건, 의료혜택 개선을 통해 신규 인구 유입이 절실하다”며, “어업 외 섬 특징에 맞는 특수작물 재배 등을 통한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하고, 관광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어촌계 문턱 낮추고 다양한 도전 꾀해야

이창미 화성 백미리어촌계 사무장
이창미 화성 백미리어촌계 사무장

체험마을 조성으로 어촌 활성화를 꾀하며 2018년 어촌뉴딜300사업 선정지로 뽑힌 경기도 화성시 백미리의 어촌계를 이끌고 있는 이창미 사무장 또한 고령화와 열악한 교통여건 등 어촌사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공감했다.

백미리는 현재 182가구 430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어촌계원은 2018년 이전에 71명이었으나 2018년 이후 49명이 증가해 총 120명이 됐다. 이는 귀어 정책으로 어촌계 문턱을 낮춘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 이 사무장의 설명이다.

이어 작년 어촌뉴딜300사업 선정지로 뽑힌 것은 지역주민들이 똘똘 뭉쳐서 노력한 결과였다고 자평하며, “백미리가 타 마을보다 시설이 많지 않은 대신 차별화를 두기 위해 노력했다. 예를 들어 체재형 주말농장, 공동체 의식 제고를 위한 어촌계 사랑방, 수중갯벌 화장실, 수산물 가공공장 등이 대표 시설”이라고 전했다.

한편, 백미리는 고령화에 대한 돌파구를 인근 대학과의 MOU를 통해서 찾고 있다. 이 사무장은 “대학과 MOU를 통해 신구세대의 간격도 좁혀지고, 젊은 세대들이 어촌으로 다시 돌아와 귀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앞으로 어촌뉴딜300사업을 통해서 ‘전세계인이 100번은 찾아오고 싶은 리조트형 해양생태휴양어촌마을’이라는 소제목을 가지고 열심히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백미리가 농어촌의 희망의 아이콘이 되고 싶다”라는 포부를 전했다.

 

작업환경·생활 SOC 개선 시급

박상우 KMI 연구위원
박상우 KMI 연구위원

인구절벽 문제는 생산가능 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으로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다. 특히 2000년도 25만여 명이었던 어가인구가 2018년 12만여 명으로 최근 20년 동안 절반 이하로 감소했으며, 고령화율은 2015년에 이미 3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들어섰다.

박상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은 발제를 통해 2022~2023년쯤 어가인구 10만 명이 소멸할 것이라며 “5가구 중 1가구 꼴로 전체가구 중 1인가구의 비율이 점차 늘고 있는데 고령자 비율이 높아 2045년에는 전체 어촌의 80%가 지역소멸 고위험지역으로 분류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정말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렇듯 어촌이 다른 지역보다 더 심각한 인구절벽 문제를 겪고 이유는 삶의 질이 낮은 것에 있다고 박 연구위원은 진단했다. 산업화·도시화 과정에서 도시지역으로 많은 인구가 이주했는데 수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 실제로 박 연구위원은 수산업·어업이 3D를 넘어 5D 산업(△Difficult △Danger △Dirty △Distance △Dreamless)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수산업·어업의 작업환경은 연간 종사일수가 평균 212일 정도로 타 산업(도소매업 255.3일, 제조업 252.1일 등)에 비해 적지만, 연속노동시간과 조업일수는 평균을 훨씬 웃돌아 수산업·어업이 노동집약적이고 열악한 작업환경에 내몰려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재해율도 높아 환경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인구소멸은 생활 SOC(Social Overhead Capital) 붕괴로 이어진다며, 생활 SOC 개선을 위해 “70개 정도의 지구별수협이 있는데 이 곳이 거점이 되어 거점형 복합생활 SOC로 기능함으로써 인근에 있는 어촌마을들을 연계해 부족한 생활 SOC들을 마련하고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폐교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심각한 문제임을 환기시켰다. 폐교로 지역의 미래세대가 더 이상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인구 유출을 부채질한다는 것. 또한 고령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의료시설 개선도 매우 중요한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어촌에 풀어야할 숙제들이 대단히 많지만 정책적으로 산업이 아닌 사람의 문제로 중요성을 높혀야 한다는 것이 박 연구위원의 의견이다. 생산보다 생산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더 중요하므로, 어촌사회 문제를 전반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해양수산부의 ‘어촌사회정책과’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또한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대해서 특단의 지원대책과 재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가칭 ‘농어촌 인구소멸 위험지역의 재생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의했다.

 

‘인구소멸 위험지역 재생·지원 특별법’ 필요 공감

발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어촌과 섬 지역의 가치 제고 및 정주여건 개선을 비롯해 박 연구위원이 언급한 ‘농어촌 인구소멸 위험지역의 재생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유제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농어촌 인구소멸 위험지역의 재생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정주여건, 소득창출 등의 종합적 내용이 들어가야 되기 때문에 수산분야 차원에서 대응이 어렵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법 제정을 위해서는 기존 법률들의 충돌 및 상충문제 등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현실적 의견을 내놨다.

유 입법조사관은 “만일 특별법 제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상 기본계획에 ‘농어촌 인구소멸 위험지역의 재생 및 지원’을 포함시키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실체적 규정을 추가하는 방안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다소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청년의 어촌사회 정착을 위한 ‘귀어·귀촌 특별구역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고, 어항을 어촌의 거점지역으로지정해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현호 해양수산부 수산정책실 과장도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공감하는 한편, 해수부의 정책이 현실을 못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해수부는 5년마다 어촌어항기본계획, 귀어귀촌활성화대책 등을 세우고 있다. 귀어귀촌을 통한 수산업 인력 양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최 과장은 “수산업의 인력 부족과 어촌사회 소멸위기를 분리해서 고민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인력부족은 고령친화적 수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수부에서도 2022년까지 640억원의 R&D를 들여서 자동작업공정 등 안전화 기술을 도입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그리고 전문화된 외국인노동자가 3만 명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외국인노동자들의 적응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하겠다”며, “낙후된 정주여건은 앞으로 ICT 발전을 통해 생활 SOC가 보완되면 점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계 전문가들은 소멸위기의 어촌을 살리려면, 어촌을 수산물 생산의 공간으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수산물을 생산하는 사람이 사는 공간임을 우선으로 인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제 곧 해수부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제 3차 어촌어항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지금까지 정책이 어촌과 어항에 국한됐었다면, 이제는 어촌사회를 정책대상으로 삼아 산업, 환경, 사람으로 사업범위를 넓혀야 할 때다. 특히 사람의 문제로 정책을 바꾸지 않는한 어촌의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