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峰의 새이야기 ㉖ 황로
淸峰의 새이야기 ㉖ 황로
  • 淸峰 송영한
  • 승인 2019.10.2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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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짧은 황로

[현대해양] 쾍 ~, 쾍 ~, 쾍 ~ 요란한 새울음 소리가 논에서 들린다. 하얀 새들이 무리를 지어 날면서 쾌~엑, 쾌~엨, 쾌~엨 경계의 울음소리로 위험이 다가옴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있는 황로(영명 : Cattle Egret / 학명 : Bubulcus ibis)떼이다. 황로는 무리를 지어서 목장이나 초지에서 소등을 타고 다니고 소와 공생의 관계로 서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5월에서 9월까지 관찰되는 여름철새로 알려져 있다. 황새목의 백로과에 속하는 여러 종의 백로들(대백로,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등)이 어울려서 소나무, 참나무, 팽나무 등의 높은 가지에 둥지를 마련해 번식하는데, 목장, 강가 또는 호숫가 등의 초지에서 관찰된다.

필리핀 중부 루숀섬, 물소 등을 탄 황로
필리핀 중부 루숀섬, 물소 등을 탄 황로

본 관찰자는 필리핀의 중부 루숀섬의 목장이나 초지 등에서 큰 무리의 황로들을 촬영할 기회가 있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수원의 백로 서식지에서 황로의 둥지와 새끼들을 촬영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황로는 필리핀, 대만 등의 열대지방의 안락한 생태환경의 서식지에서 텃새로 살아갈 수 있는데, 한반도까지 날아와서 여름 철새로 짧은 기간 동안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고 추위가 오기 전에 남쪽 지역으로 돌아가는 바쁜 철새의 삶을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황로의 특징은 짧고 튼튼한 목이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Cattle Egret’을 황로라고 이름 지었기 때문에 황색깃털의 백로를 상상하겠지만, 사실은 번식기(5~7월)에만 머리, 목 밑 등의 깃털이 부분적으로 주황색으로 변색하는 것이 특징이다.

필리핀 오라니, 2014년 8월, 성장기의 황로
필리핀 오라니, 2014년 8월, 성장기의 황로

금년 7월 초, 본 관찰자는 우리나라에서 황로를 촬영하기 위해 수원의 백로 서식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여러 종의 백로들이 도시 외곽의 소나무 숲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고 키우는데, 많은 사진촬영사들이 황로새끼에게 조금 더 접근해 사진을 촬영하려고 카메라의 시선을 방해하는 소나무 가지를 꺾고 베어내 백로들이 새끼를 키울 수 있는 자연환경을 훼손한 것을 목격한 적 있다.

자극적인 새 사진을 촬영하는 사진작가가 아닌, 자연과 잘 조화롭게 살아가는 예쁜 새들을 사랑하는 탐조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돌아섰다

수원 백로서식지, 2019년 7월 초, 어린 황로
수원 백로서식지, 2019년 7월 초, 어린 황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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