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김 명가 '해우촌' 차별화된 지역 브랜드로 다시 날다
조미김 명가 '해우촌' 차별화된 지역 브랜드로 다시 날다
  • 현대해양 기자
  • 승인 2019.10.0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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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산업 기획팀장 출신 박성우 대표, 경영정상화 성공

[현대해양] 중소기업으로 조미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승승장구하다 기업회생절차까지 밟는 위기를 겪은 ‘해우촌’이 다시 날아오르고 있다.

1982년 해조류 전문회사인 청해물산으로 시작한 해우촌은 2000년 동해농수산 법인설립 이후 국내 두 번째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마크를 획득, 2001년 CJ홈쇼핑, 2002년 신세계 이마트 납품계약을 연이어 따냈고 2014년에는 연간 매출액이 160억 원을 웃돌며 조미김 생산의 ‘명가’로 손꼽히는 김 가공업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품질사고 및 선물세트의 수요예측 실패 등이 발생했고 매출에 큰 타격을 입으며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위기 속 구원투수 등판

해우촌이 절망에 빠져있을 무렵이던 2016년 11월 박성우 대표가 취임한다. 박 대표는 1991년 부산수산대학교 수산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동원그룹 동원산업에 입사했다. 이후 2002년 동원산업 경영기획팀장으로 재직해오다 2016년 해우촌으로부터 경영정상화 의뢰를 받게 됐다.

고민 끝에 대표직을 수락한 박 대표는 내부에서 해우촌이 처한 상황을 들여다보고 더 깊은 고민에 빠진다. 박 대표는 “과연 정상화가 가능할지 너무 막막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부딪혀보자는 심산으로 회생작업에 착수했고 기본 영업유지를 하면서 법적 회생 기틀을 마련해 정식 회생신청을 했다”고 회고했다. 그 과정 속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당시 30여명이었던 직원의 구조조정은 하지 않았다고.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기업을 정상화하고자 박 대표는 전 직원들과 함께 절치부심했고, 이러한 해우촌의 노력과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주)태인수산이 해우촌 인수를 추진하며 2018년 10월 LF 관계사로 편입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박성우 대표
박성우 대표

박 대표는 “M&A 성사를 통해 미지급임금 8억 원을 손실 없이 그대로 직원들에게 지급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뜻깊은 일이었다. 직원들도 이 부분에 대해 지금까지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2년여간 기업회생절차를 밟아온 터라 그간 정상적인 생산 및 영업활동을 할 수 없었던 해우촌은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며 활발하게 김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이 결과 품질사고 후 이마트에 1품목만 입고되던 제품이 7품목으로 늘어났고, 160억 원에서 20억 원까지 곤두박질쳤던 연간 매출액은 2019년 9월 기준 52억 원을 달성하며 조미김 명가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지역 원초 사용한 상품 개발로 경쟁력↑

국내 조미김 시장은 약 7,000~8,000억 정도 규모다. 단일품목으로 라면(6,000억), 참치(4,000억) 등을 웃도는 큰 규모다. 이렇듯 김이 대중적인 인기 품목이라고는 하지만 CJ, 동원 등 대기업 사이에서 중소기업이 살아남기란 대단히 힘든 일이다. 차별화를 두지 않는다면 좌초되기에 십상이다.

이에 해우촌은 △전남 신안군에서 채취한 원초를 사용한 임자도갯벌김 △전남 장흥군 청정해안에서 채취한 원초를 사용한 장흥무산김 △전남 해남군의 친환경 마을인 산소리에서 채취한 원초를 사용한 해남산소리김 등 산지 특성에 맞는 제품을 브랜드화해 소비자들에게 김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상품을 구성하고 있다.

2008년 상표 등록한 임자도갯벌김을 제외하고 장흥무산김과 해남산소리김은 박 대표가 직접 개발한 제품들이다. 타 업체들이 올리브유, 들기름 등 기름이나 다른 조미 원료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해우촌의 지역 원초 맞춤형 제품 개발은 단연 주목할만하다.

박 대표는 “전국 김 생산량의 70%가 전라도인데 전라도 브랜드가 없다. 오히려 김 생산이 되지 않는 지역에서 지역 브랜드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지역 산지와 함께 가는 구조로 제품을 개발하고자 했다. 국내에서 지역 원초를 가지고 지역을 특화해서 나온 조미김 제품은 해우촌이 유일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올 9월 유기인증 획득, ‘유기김’으로 도약

제품 선별라인
제품 선별라인

해우촌은 올해 이마트 입고 품목을 7개로 늘린 데 이어 4월 롯데마트 입점 계약을 성사시키는 성과를 올리면서 박 대표의 리더십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이후 롯데마트에 유기인증 조미김을 입고시키고자 8월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유기가공식품 인증서를 취득해 10월 롯데마트 전국 판매를 목표로 원초, 기름(소금 제외) 등 모든 원료의 유기인증을 받은 ‘유기 조미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기 조미김 생산라인
유기 조미김 생산라인

이천에 위치한 해우촌의 공장규모는 대지 3,914㎡로 1층은 복리후생시설 및 상품 보관 창고(1,400.6㎡)와 냉동창고(140㎡), 2층은 전용 생산현장(1,400.6㎡)으로 총 2층 건물로 조성돼 있다. 생산설비는 구이기계 8라인으로 포장기계 8대, 금속검출기 3대, 자동절단기 4대, 수동절단기 2대, 자반볶음구이기 3대, x-ray 검출기 3대, 이물질 선별기 8대로 구성돼 있으며, 조미김 식품위해요소 중점 관리분석 연구 및 개발관리를 위한 HACCP 실험실이 완비돼 있다.

조미김 생산과정은 △원초 이물질 제거 △1차 초벌구이(290도) △기름과 소금 조미 △2차 구이(290도) △제품 선별과 수량 분배 △자동 재단 후 소분 △완제품 포장으로 이뤄지는데, 박 대표는 2차 구이 후 김을 선별해 개수를 세서 컨베이어에 올리는 작업의 자동화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포장라인
포장라인

그는 “김이 구워져 향을 머금고 나온 상태에서 그대로 진공상태로 가야 맛이 더 좋다. 1라인을 자동화하는데 약 4억여 원이 드는데 현실적으로 부담이 커 정부 지원을 신청한 상태”라며, “5~6년 동안 어려운 상태에 있던 공장을 다시 재가동시키고 하나하나 바꾸다 보니 아무래도 이런저런 노력이나 시간, 비용들이 많이 들고 있지만 설비 자동화로 생산량과 품질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어려워질 데로 어려워진 해우촌이 다시 정상화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사이 30명이었던 직원은 50명이 됐고 올해 매출 또한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안정권에 올라섰다. 용기 있는 박성우 대표의 도전이 해우촌에 새 숨을 불어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곳곳에서 제역할을 하며 한마음으로 노력한 직원들의 공로도 마땅히 치하해야 할 것이다.

박 대표는 “지금부터 김 원초가 생산되기 때문에 내년 매출 상승을 위해서 열심히 가동해야 한다. 대형마트 다음 타깃은 재래시장 입점”이라는 포부를 밝히며, “앞으로 목표는 현재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는 조미김 전문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인데, 기업 순위 등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에게 신뢰받는 먹거리 기업이 되는 것이다. 우선 내년 매출 목표액은 200억”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박 대표의 자신감 깃든 목소리에 해우촌의 밝은 미래가 보이듯, 더 높이 비상하며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조미김 업체로 오랜 기간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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