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로 변모하는 부산항
자동화로 변모하는 부산항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10.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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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세계적인 스마트항만 전환기로에서 환적항 세계 2위, 물동량 세계 5위에 방점을 찍은 부산항에도 피할 수 없는 자동화 바람이 불고 있다. 자동화 궤도에 진입한 부산항의 수준은 어디까지 왔으며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지 현장을 들여다 봤다.

 

검증된 야드크레인 반자동화

통상적인 컨테이너 항만의 프로세스는 하역과정을 예를 들어보면 선박이 접안, 안벽크레인(QC, Quay Crane)이 컨테이너를 야드트렉터(YT, Yard Tractor)에 안착, 장치장(Yard)으로 컨테이너 이동, 야드크레인(TC, Transfer Crane)이 컨테이너를 트럭이 견인할 샤시(Chassis)에 안착, 이후 트럭이 항만을 빠져나가는 전 과정을 일컫는다.

부산항 북항은 TC 일부를 원격자동화한 반자동화(Semi automated) 단계이다. 트럭들이 부산하게 드나드는 신선대 부두 정문을 통과하면 바로 보이는 ㈜부산항터미널(BPT) 본부에 원격자동야드크레인(ATC, Automated-TC)을 운영하는 조종실이 있다. 십수대의 모니터들이 설치된 공간에는 2명의 직원이 부두 현장의 5대의 ATC를 원격으로 조종하고 있다. 나진명 운영계획팀 차장은 “BPT의 42대 야드크레인 중 ATC 5대를 2명이서 3교대로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하면서 인건비 측면에서 연간 10억원을 절감하고 있다”며, “또한, TC에 비해 ATC가 동력비 측면에서는 6억원을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5년 국내 최초로 도입된 ATC는 지금까지 15년가량 검증과정을 거쳤다. 신항의 경우 전 TC가 ATC로 전환됐고 직원 5명이 40여대의 ATC를 동시다발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자동화가 진전된 상황이다.

갑자기 ‘삐~’하고 알람소리가 들린다. ATC에서 샤시로 안착할 때 원격운전자가 개입해 달라는 신호다. 당직근무 중인 운행1팀 박정민 과장은 모니터화면을 통해 샤시와 내려 놓을 컨테이너 위치를 맞추는 작업을 했다. 원격조종 프로그램 내 샤시에 컨테이너 위치를 자동으로 맞추는 기능이 있지만 박 과장은 “샤시 종류가 천차만별이고 트럭도 외부업체 근로자이다보니 이 부분은 안전상 사람이 개입해 한번 더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입사해 여러 현장근무를 두루거쳐 이제는 본부 원격조종팀에 합류한 박 과장은 “처음 시스템을 다룰때는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매일 사용하다 보니 익숙해지더라”며, “ATC를 운행할때 사소한 문제점들을 메모로 기록했다가 본부 IT전산실에 애로점, 건의사항 등을 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진명 차장이 한 모니터화면에서 중국 청도항 항만 영상을 보여준다. “우리 시스템 보다 진전된 것이 중국의 청도항 시스템이다. 지난해 청도항을 견학했을때 우리와 같은 원격조종실도 없이 항만작업이 이뤄지더라”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2017년 5월 아시아 최초로 중국 칭다오항의 QQCTN(Qingdao Qianwan Container Terminal) 항만에 완전무인자동화터미널 운영을 시작했다. 안벽크레인, 야드크레인, 자동이송차량(AGV, Automated Guided Vehicle) 등이 사람의 개입없이 작동되고 있다. 지난 2005년 부산항 북항에 ATC가 도입됐을 때 당시 중국에서 기술력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우리나라로 견학을 왔지만 지금은 역전된 형국이다.

나진명 BPT 차장
나진명 BPT 차장

 

최소 인력 투입...한치의 오차도 없이

선박 컨테이너를 양하해 부두에 놓기까지 하역근로자, 하역감독(Foreman), 총괄책임자(Underman), 검수원(Tally man) 등 수많은 사람들이 컨테이너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기록해야 했다. 앞으로는 이 사람들의 업무를 반자동화 시스템이 대체하여 신속한 진행과 높은 정확도를 구현한다는 복안이다.

ATC원격조종실 옆 공간에는 안벽크레인 9개소 부근이 하나로 전시되는 모니터를 보고 근무중인 5명의 당직자들이 있었다.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범운영되고 있는 이 시스템은 컨테이너가 양하되면 광학인식판독(OCR, Optical Character Reader)을 통한 자동 씰넘버(Seal Number, 컨테이너 고유 번호) 인식, 데미지 여부 확인 등 선적·하역시 필요작업이 한번에 진행되도록 한다. 선박에 컨테이너를 어떻게 선적할 것인지, 어떻게 하역할 건지 안벽크레인 하부공간에서 무전으로 일일이 지시·확인하던 언더맨이 이제 실내 공간으로 들어온 것이다.

최근까지 언더맨으로 근무했던 운행1팀 이윤석 과장은 “이와 같은 시스템의 하위단계 수준이 이미 신항에서 도입됐지만 조종실의 당직자와 검수원의 PDA 단말기에 확인요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송신되는 등 기술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며, “검수원 입장에서도 씰넘버를 일일이 확인하며 손수 기록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 시스템을 통해 수고를 덜 수 있고 안전성은 보다 향상됐다”고 밝혔다.

ATC 원격조종 장면
ATC 원격조종 장면

 

이송수단 자율운행 청사진은

이처럼 부산항은 반자동화 항만으로 멕시코, 영국, 파나마, 스페인, 싱가포르, 대만 등에 30여개소가 있다. 항만 운영이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세계는 인건비 절감, 안전성 확보, 예측 가능한 운영, 친환경성 등에 경쟁력이 항만 자동화를 돌파구로 주목하고 있다. 미국, 네델란드, 독일, 호주, 중국, 일본 등 14개소 항만터미널에서는 이미 완전자동화(Fully automated)가 구축됐다.

항만 자동화 업계에서 크레인 부분은 비교적 쉬운 부분이여서 크레인의 경우 국내기술력으로도 무인자동화로 단시간 내 전환 가능하다. 관건은 부두 내 이송수단의 자율주행이다. 김병수 부산항만공사(BPA) 첨단항만실장은 “항만자동화의 난관은 부두 내에서 크레인과 크레인 사이 컨테이너를 이송하는 수단을 무인화 시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럽의 경우 90년대 후반 이미 이송수단 자율주행에 대한 시범운행이 시작돼 지금은 부두 바닥에 수만여개의 트렌스폰더(Transponder)를 통한 무인이송수단 기술이 확보됐다. 전세계적으로 이와 같은 트렌스폰더 시스템이 지난 20여년간 무인이송수단의 주역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지다 보니 당장 무인이송수단을 부산항에 도입한다면 외국 기술을 불리한 조건으로 확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김병수 실장은 “항만자동화 시스템이 모두 외국이 장악하고 있다보니 유럽이 만든 AGV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인 운영프로그램도 사야하는 등 국가 기술력 제고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김병수 BPA 실장
김병수 BPA 실장

 

아울러 비교적 유럽보다 최근에 개발된 한국의 항만은 지반이 뻘이거나 바다로 확장된 경우여서 기반이 다소 튼튼하지 못해 트렌스폰더를 설치한다 하더라도 변이가 불가피할 소지가 크다.

이에 한국형 항만자율주행차량은 현재 통상적인 자율주행차량과 같이 위치를 전파나 레이저를 통한 신호에 따라 운행되는 방식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시나리오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BPA는 항만이송장비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위해 한국교통연구원과 MOU를 체결,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항만 이송장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부산항 자동화를 위해서는 최소 5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예상하고 있다. 미국 자동화항만인 LBCT(Long Beach Container Terminal)는 8년의 준비, 시뮬레이션과 에뮬레이션을 포함해 6개월간의 시험운영을 통해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전세계적으로 자동화 바람이 부는 가운데 한국식 자동화로 승부를 건 부산항의 귀추가 주목된다.

부산항 신항
부산항 신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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