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 백년지대계 해양·수산 교육을 짚어보다] 해양 수산 지속가능한 발전, 교육이 답이다
[기획시리즈 - 백년지대계 해양·수산 교육을 짚어보다] 해양 수산 지속가능한 발전, 교육이 답이다
  • 송진영 기자
  • 승인 2019.10.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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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해양수산의 미래 ‘해양수산계 고등학교’

[편집자주] 어촌의 고령화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해양·수산분야 교육기관의 역할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해양수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어촌 활성화를 위해 기존 인력의 유출방지 정책과 신규 인력의 양성·유입 정책이 함께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해양]은 해양수산 교육체계와 현황, 문제점을 시리즈로 살펴보며 해양수산계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전망하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해양수산계 고등학교의 현황과 문제점을 들여다 본다.

해양수산부는 2008년부터 교육부와 협력해 특성화고·마이스터고를 지정·운영하며 ‘수산계 고교 특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취업·창업과 연계한 특성화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어업에 종사할 예비 자영어민 육성, 해기사 양성 등 역량 있는 해양수산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저조한 입학률과 취업률로 각 학교마다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매해 학생 유치가 힘들어 소도시의 경우는 학교의 존립 위기설까지 나올 정도다. 취업 또한 해기사, 수산직 공무원, 해양수산분야 대기업 등에 취업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마땅한 취업처가 없어 졸업생들의 타 분야 이탈이 많아 대책 모색이 필요해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해양수산계 고등학교가 총 11곳이 있다. △경남해양과학고 △부산해사고등학교 △신안해양과학고 △여수해양과학고 △울릉고 △완도수산고 △인천해사고등학교 △인천해양고등학교 △제주성산고 △충남해양과학고 △포항해양과학고(가나다 순)이며, 모두 해양수산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고등학교로 국립고인 부산해사고와 인천해사고, 마이스터고인 완도수산고, 일반고인 제주성산고를 제외한 나머지 7곳은 모두 특성화고(자율학교 포함)다.

참고로 포항과학기술고는 지난해까지 수산계 특성화고였지만, 올해 일반고로 전환되면서 해양수산학과 신입생을 더 이상 뽑지 않기 때문에 소개에서 제외했다.

① 경남해양과학고등학교

남해군에 위치한 경남해양과학고는 자영해양생산과와 해양기술과 2개의 학과가 있으며, 자영해양생산과에서는 선박 운항과 어업 생산 등에 관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해양기술과는 선박기관 및 기계의 원활한 운전과 유지 보수 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

② 부산해사고등학교

부산해사고는 해기사 육성 국립 마이스터고로 항해과와 기관과가 있으며, 국제협약에 의거한 해기 교육훈련과 자격 취득교육에 특화돼 있다. 다양한 기관과 산학협약을 맺고 졸업 후 취업과 학업 병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③ 신안해양과학고등학교

신안해양과학고의 학과는 자영수산과 한 개지만, 수산경영코스와 수산가공조리코스로 나뉘어 교육과정을 세분화했다. 수산경영코스는 수산양식, 해양레저관광, 잠수기술 등을 교육하며, 수산가공조리코스는 수산가공, 생선회실무, 식품위생 등을 교육한다.

④ 여수해양과학고등학교

여수해양과학고는 자영수산과와 해양레저관광과 2개의 학과에서 해양수산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해양레저관광과는 지난해 신설돼 잠수·스킨스쿠버, 해양레저기구 조종, 냉동·공기조화기기 관리, 선박기관 관리, 용접·특수용접 기술 등을 배울 수 있다.

⑤ 울릉고등학교

울릉고는 해양생산과와 해양레저과에서 해양수산 전문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해양생산과의 주요 교과내용은 항해기초, 해사법규, 잠수기술, 수산생물, 항해 등이며, 해양레저과의 주요 교과내용은 선박운항·안전관리, 수상레저기구조종 등이다.

⑥ 완도수산고등학교

국내 유일의 수산 마이스터고인 완도수산고는 수산자원양식과, 수산식품가공과, 어선운항관리과가 있다. 각각 수산양식 전문인, 수산식품가공·바이오식품·냉동전문인, 어선해기사 양성을 목표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⑦ 인천해사고등학교

인천해사고는 수도권 유일의 국립 해양분야 마이스터고로 항해과와 기관과가 있다. 2020년 마이스터고 학점제 운영, VR·AR·e-네비기에션 등 소프트웨어와 스마트 기술을 이용한 교육, 2021년 전용실습선 건조(470억원) 등을 계획하고 있다.

⑧ 인천해양과학고등학교

인천해양과학고의 학과는 항해사관과, 해양생명과학과, 식품외식산업과, 기관시스템과, 에너지시스템과로 세분화돼 있다. 특히 해양 아쿠아테크 산업의 발전에 발맞춰 해양 수족관 전문 기술 인력인 아쿠아리스트를 육성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⑨ 제주성산고등학교

제주성산고는 일반고로 해양산업과를 마련해 선박운항 및 해양생산기술 교육을 통해 해기사를 양성하고 있으며, 해양레저기구 조정 및 관리 등의 전문인력도 양성하고 있다.

⑩ 충남해양과학고등학교

보령시에 위치한 충남해양과학고는 해양생산과, 동력기계과, 자영수산과, 냉동공조과 4개 학과가 있다. 특히 자영수산과는 어민후계자 양성을 위해 국비 지원을 받는 특수목적과로 수산양식, 수산경영 등의 과목을 이수할 수 있다.

⑪ 포항해양과학고등학교

포항해양과학고는 해양산업기술과, 해양산업기계과, 해양식품가공과, 해양통신시스템과, 해양생명과학과, 해양레저산업과 총 6개 학과로 구성돼 수산계 고등학교를 통틀어 가장 많은 학과를 가지고 있다. 또한 해양레저장비를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경남해양과학고 실습선 승선 교육
경남해양과학고 실습선 승선 교육
경남해양과학고 실습선 승선 교육
완도수산고 수산식품가공과 교육

어촌 청년층 부재...입학률·취업률 저조

2018년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수산계고교 특성화 정책 추진 10년 만에 정원 미달률 27%로 최저 입학률을 기록했다. 또한 2018년 기준 수산계고교 졸업생 총 780여명 중 전체 취업률은 50.3%이며, 수산계 취업률은 34.7% 정도다. 특히 국비 100% 지원인 부산해사고, 인천해사고와 마이스터고인 완도수산고의 취업률은 90%를 웃돌지만 그 외 수산계고교 취업률은 30~40%에 그치고 있어 큰 격차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어촌의 고령화 현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젊은세대의 어촌 이탈이 이어지면서 실제로 울릉고등학교는 존립 위기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했다.

신안해양과학고에서 3년간 교장직을 맡고 지난해 8월 퇴직한 박광수 전 교장도 입학률 감소는 청년층 이탈로 인한 농어촌 학생 수 급감에 따른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졸업생들의 취업률에 있다며, 박 전 교장은 “수산계 특성화고이기 때문에 선취업 위주의 교육을 하는데 막상 졸업 후 마땅한 취업처가 없어 전공 분야에서 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수산업은 기간산업으로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양식장에 취업하더라도 정해진 시기에만 일하는 작업 환경이며, 수산물 가공업체도 1년 365일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때문에 취업에 뛰어든 졸업생들이 어려움에 부딪혀 진로를 바꿔 대학에 진학하거나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완도수산고에 2014년까지 재직했던 김덕재 선생은 전공마다 취업률이 다르다며, “그나마 해운·항만 계열은 취업률이 높은 편이지만 작업 환경이 영세하고 열악한 수산가공·양식 계열은 10명 중 1~2명만이 전공분야로 취업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현재 ‘해양수산계 고등학교장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영택 포항해양과학고 교장은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해야 한다는 교육 전반에 깔린 마인드와 수산업을 1차 산업으로 한정짓고 꺼려하는 정서로 학생 유치에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대도시를 제외하면 중·소도시는 중학교 졸업생 수 자체가 급감했다”고 우려하며, “1차 산업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고 졸업 후 안정적 취업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정부가 수산계고교를 국립 수준으로 지원해준다거나 졸업 후 병역·취업 혜택 등의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습선 건조 및 수산업 NCS 개발 필요

박 전 교장은 신안해양과학고의 경우 2008년 수산계고교로 전환해 역사가 짧아, 오랜 역사가 있는 완도수산고나 인천해양과학고 등에 비해 시설이나 환경이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며, 특성화고 지정 후 매년 정부지원금이 약 3,000만 원정도 지급됐지만 낙후된 시설을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실습선이 없어 승선 실습을 할 수 없는 것에 큰 어려움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현재 수산계고교의 실습선 보유현황을 보면 완도수산고 청해진호(1998년 건조), 포항해양과학고 해맞이호(2004년 건조), 충남해양과학고 한내1호(1997년 건조)·한내호(2010년 건조)다. 실습선을 보유하지 않은 학교는 인근 해양대학 등과 MOU를 맺고 실습선 위탁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한정된 재원과 일정 때문에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노후화된 실습선의 안전문제는 늘 걱정거리였다. 일각에서는 한내호를 제외한 실습선들의 신조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완도수산고의 경우 22년째 운항 중인 청해진호의 교체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원양실습이 가능한 1,000t급 선박을 신조할 경우 최소 3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 교장은 “실습선 승선은 모든 학과에 필요한 필수 교육이다. 학생들이 직접 바다에 나가서 해양관측을 하고 꿈을 갖게 만들어줘야 한다. 따라서 실습선 건조 지원을 해양수산부에 요청하고 있는 상황인데 학교별로 힘들다면 권역별로 나눠서 실습선 건조를 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작년 말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 고교 실습생을 위한 다목적실습어선(한미르호)을 건조해 올해부터 위탁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소득복지과 이현옥 주무관은 “실습선 승선 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우선 공통실습선 건조를 진행했다. 앞으로 상황을 지켜본 후 학교에 개별적으로 실습선 건조를 지원할 수 있을지는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산업 NCS 개발’이 필요하다고 박 전 교장과 김 선생은 입을 모았다.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는 ‘국가직무능력표준’으로 산업현장에서 직무 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 등의 내용을 국가가 체계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교육기관에서는 직업교육·자격제도를 산업현장과 일치시켜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양성할 수 있다.

다른 분야와 달리 “수산업은 NCS 개발이 아직 부족한 수준이라 해양수산부와 교육부의 심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김 선생은 힘주어 말했다. 박 전 교장도 취업에 초점을 맞춘 교육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며, “모두가 수산업과 어촌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 환경에 안타까움이 크다. 그렇다고 교육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힘들어도 꾸준히 교육하고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주무관은 “청년들이 어촌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여러 지원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군대 문제는 산업기능요원 제도를 운영해 어업에 바로 종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후계자어업인을 지정해 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한다”며, “심화된 특성화 프로그램 지원을 위해 해양수산연수원과 NCS 연구 및 개발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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