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0주년 특집 인터뷰] 강무현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장, “토론문화가 해양산업을 살린다!”
[창간 50주년 특집 인터뷰] 강무현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장, “토론문화가 해양산업을 살린다!”
  • 글 최정훈 기자, 사진 박종면 기자
  • 승인 2019.10.08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진 해운 강국들은 해운업 특별 비호

[현대해양] 지난달 3일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신임회장에 강무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이사진의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해양수산부 수산정책국장, 해운물류국장, 차관 등을 거쳐 2007년 5월 참여정부 마지막 해양수산부 장관(15대)을 역임했던 강 회장은 금융, 예산 등 타 부처와의 접점에서 해양산업의 어려운 현안을 호소력 있게 대변해 줄 창구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모이고 있다.

한편 지난 7월 3일 한국해양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강 회장은 해양교육 및 청소년 장학사업, 해상왕장보고 재조명 평가사업 등을 더욱 진전시키는데도 몸을 사리지 않겠다며 힘주어 말했다.

현대해양이 양 어깨에 막중한 임무를 짊어진 그를 만나 해양산업의 현안과 방향에 대해 들었다.

 

위기의 해양산업을 대변할 선봉장에 섰다. 시급한 현안은?

해운재건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해운업을 지탱할 수 있도록 정책을 유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면서도 대단히 어려운 과제이다. 업계를 위한 전문금융기관인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됐지만 공사에 대출을 하라며 민간금융권의 귀는 더욱 닫힌 분위기이고 혹여나 민간금융권이 대출의 여지를 주더라도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보증을 반드시 요구하고 있다. 여전히 해운을 기피하는 금융권의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아 해운재건을 향한 모멘텀의 진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장관으로 재직했던 참여정부 시절에는 토론문화가 활성화됐었다. 당시 글로벌 추세였던 ‘톤세제도’를 도입할 수 있었던 것도 토론문화 덕택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법’인데 톤수로 세금을 획일화시켜야 한다는 제안을 정부가 끝내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정부와 세제 당국을 설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금융, 세제와 관련된 당국은 해양산업이라 하면 문전에서 박대하는 분위기이다. 과거 해운업 호황기 때 정책 엘리트들이 앞다퉈 해운분야에 발을 들였지만 IMF, 금융위기 때 급격한 해운업의 추락을 목격한 그들은 곧바로 등을 돌렸고 여전히 해운업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이에 반해 선진 해운강국들은 해운업에 대한 비호가 특별하다. 중국의 차이나쉬핑, 코스코는 경영실적만 놓고 볼 때 한진해운처럼 이미 파산돼야 했다. 하지만 중국은 해운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개별 기업을 각각 생존시키는 방식 대신 통합하여 대대적인 금융지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상해 항만들의 지분 확보를 통한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도록 해운업을 육성시키고 있다.

해운업은 역사상으로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화물, 선박에 손해가 나면 민사, 상법상 명시된 대로 배상하게 한 것이 아니라 한도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사람에 대한 피해보상에도 한도가 존재할 만큼 전세계가 공통으로 해운을 감싸왔다.

앞으로 해운, 항만, 조선, 금융 등 연관 분야의 정책이 상호 유기적으로 개발돼 각 산업이 상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이를 위해 업계와 해양수산부와의 고심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최대한 금융, 예산 당국과 스킨십을 높일 필요가 있다. 관련 부처 사무관이라도 붙잡고 해운업계의 관심을 호소하는 심정으로 발 벗고 돌아다니겠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적원양선사 재건 가능한가?

해운업에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사이클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황이 공고화되는 모양새이다. 내년부터 경쟁력 있는 초대형선박을 운항하는 현대상선이 선박에 화물을 다 채운다고 해도 흑자로 전환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마지막 남은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의 주식을 감자해야 한다. 산업은행은 그간 해운기업을 법정관리를 통해 흑자경영으로 전환해 민간에 다시 이양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원양선사의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서는 순간 파산이라는 것을 한진해운을 통해 깨달았다고 본다. 해운 불황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에 대한 실절적인 지원이 없다면 또다시 유동성 홖보를 위해 자산을 팔고 호황기때 다시 선박을 사야하는 한진해운의 전처를 밟게 될 것이다. 현대상선을 ‘클린컴퍼니’로 만들어주는 것이 최적의 지원책이라고 본다.

경쟁국들도 원양선사를 하나로 통합하여 어떻게든 덩치를 불리고 있는 모양새이다. 국적원양선사 하나를 두고 경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진정성 있는 지원책이 나와준다면 승산이 없지 않다.

 

원양선사들 못지않게 근해선사도 보릿고개인데...

아시아 항로 시황도 예전만 같지 않다. 여기에 글로벌 선사들이 비집고 들어오려고 시시탐탐 노리고 있다. 최근 프랑스 선사 CGM CMA이 4,000TEU급 컨테이너 6척으로 동남아 항로에 뛰어들겠다며 출사표르 던진 상황이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정부주도로 근해선사의 통합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큰 줄기는 잡힌 상황이나 선사 간 여건이 다르다 보니 통합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개별선사들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이해와 설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해양수산부의 역할도 크다. 최근 임명된 김준석 해양항만국장과 개인적으로 같이 일을 한 경험이 있는데 현장경험이 풍부하며 강당 있는 성격이라 해운 정책을 주도할 적임자라고 본다.

 

연안선사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최근 강화된 환경규제로 인해 국적연안선박도 비용부담이 큰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하는 기로에서 경영상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연안선사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적으로 면세유 공급을 받을 수 있도록 세제 개혁을 피력할 계획이다.

연안선사들의 선원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선장, 기관장만 국내인이지 열악한 환경 때문에 연안선박으로 인재 유입이 끊겼다는 사실이 세월호 사고를 통해 드러났다. 낮은 임금, 불충분한 복지 개선에 정부와 민간의 관심을 유도하겠다.

 

우리나라 항만업의 방향은?

항만공사는 경영 효율화, 투자 활성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항만공사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항만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명시한 항만공사법의 애초 취지보다 벗어난 듯하다. 항만공사도 공공기관인지라 실적이 좋은 사업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좋은 성과를 받기 위한 전담조직이 비대해진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항만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투자가 부실해질 공산가 크다.

또한, 항만 스스로 권한을 갖춰야 한다. 지금의 항만공사는 임대회사와 다름없다. 글로벌항만운영사(GTO, Global Terminal Operator)가 장악한 부산항 신항의 경우 부산항만공사 자체적으로 부두운영에 관한 정책을 이행할 권한이 없는 실정이다. 유사시 국가 정책 항만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도 외국운영사의 입지가 더 이상 확장되게 해서는 안된다.

또한, 항만은 지자체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 지자체의 비전문가 인사가 경영에 관여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항만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항만활성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데도 관심이 모여야 한다.

 

해양재단이 역점을 두는 사업은?

이사장에 취임하자마자 재단 내 ‘장보고 유적답사팀’이 주관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학교 선생님 20명과 함께 중국 내 장보고 대사와 관련된 유적지를 탐방할 수 있는 기회였다. 사실 장보고 대사는 현재 시국에서 가장 조명돼야 할 인물이다. 주변 국가를 포용했던 해상무역왕의 혜안은 지금의 시대정신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해양정책의 관심은 산업적인 측면에 국한됐지 문화·교육분야에는 저조했던 것이 사실이다. 해양재단이 어려움도 많다. 예산이 고정적으로 확보되지 못하고 있고 사업의 연속성 없이 사업별로 공모를 하여 그 위탁 관리비로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비교적 잘 알려진 장보고 사업의 경우에도 지원예산도 없이 운영되고 있다.

다행히 최근 해양문화에 대한 높은 가치를 업계가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지난달 24일 해양문화 활성화 법안 공청회에서 해양재단이 정부재단이 돼야 한다는데 많은 국회의원들과 업계관계자들이 힘을 실어 주셨다.

앞으로 해양재단은 해양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바꾸기 위해 홍보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재단이 중심이 돼 해양교육의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해양교육하면 통상 바닷가 지역에서는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고 좋은 반응도 나오고 있지만 우리나라 절반의 청소년들이 수도권에 분포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중부권에 해양교육센터 설립이 필요한 실정이다.

아울러, 최근 연구기관마다 해양문화교육과 관련된 콘텐츠를 개별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가운데 해양재단이 각종 정보들을 통합하여 지원하는 토탈서비스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국민들이 해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국민 가까이 다가가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