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장관님, 시간이 없습니다!
해수부 장관님, 시간이 없습니다!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3.07.16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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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지난달 18일 해수부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 대한 현안보고에서는 5월에 있었던 업무보고에 이어 해운업 위기 대처방안에 대한 질의가 ‘어김없이’ 나왔다. 새누리당 김재원(경북군위·의성·청송) 의원(위원)이 물었다. “선박금융공사는 어떻게 할 건가요? 대통령 공약사항이죠?”라고. 여기에 윤 장관은 “그건 저희가 하는 것이 아니고, 저희 부에서 한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라고 답했고 여기에 김 의원이 발끈했다. 계속 되는 질의에도 윤 장관은 “처음부터 (선박금융공사를) 추진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선주협회 회장과 전무를 비롯한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농해수위가 아닌 정무위원회로 달려갔다. 선박해양금융공사 설립을 위한 공청회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정무위 김정훈 위원장이 지난 3월 ‘한국해양금융공사법안’을, 이진복 의원이 앞서 지난해 1월 ‘한국선박금융공사법안’을 발의했던 것. 진술인으로 나선 김영무 선주협회 전무는 “해운보증기금을 설립해서 초기에 보증업무에 주력하고 점차 자본금을 확충해 금융공사로 확대 발전시켜 위기에 처한 해양산업전반을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며 의견을 제시했다. 선박금융공사 설립에 시간이 많이 걸리니 보증기능만이라도 가능한 보증기금부터 설립하자는 뜻이다.

▲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왼쪽)이 장기불황과 시급한 유동성 위기의 코너에서 절규하는 해운업계에 대해 진지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선주협회의 절규는 매우 간절했다. “다른 나라처럼 우리나라도 00상선, 00해운에 관심을 보이면 살아날 수 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정부가 시그널만 줘도 살아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여기에 화답하듯 김정훈 위원장은 “국회(정무위)와 정부는 절대 해운산업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장면이 해수부나 농해수위에서 나왔어야 했다. 정무위 이진복 의원은 지난 2월 선박금융공사 설립 토론회도 개최했다. 3개월이나 지난 뒤인 지난 5월 정기국회 상임위에서 해수부 장관은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겠다, 금융위와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 질문이 계속되자 “해운보증기금도 병행했으면 하는 의견도 있다”고 흘리듯 말했다. ‘금융위에서 검토하고 있다, 우리 부도 협조하겠다’는 식으로 발언하다 구체적 대안도 없이 뜬구름 잡는 식으로 말한다고 의원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다.

그리고 한 달 뒤 업계 3위인 STX팬오션이 버티다 지쳐 결국 법인회생을 신청했다. 국내업계 3위이자 벌크선으로 세계적 기업인 STX팬오션마저 무너졌으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게 틀림없다. 불똥이 튀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나 해수부 장관의 발언을 들어보면 다급함이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현안 우선순위에서도 밀렸다. 윤 장관의 현안보고 첫 번째는 북극이사회 옵서버 진출에 따른 후속조치였다. 그리고 원양산업발전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6월 임시회에서 처리를 부탁했다. 해운업 위기 문제는 다섯 손가락 안에도 들지 못했다.

굳이 전문지가 아니더라도 연일 언론에서는 ‘위기의 해운업을 속히 수렁에서 구해야 한다’며 기사와 칼럼을 쏟아내고 있다. 해운업 위기상황은 삼척동자도 아는 얘기가 됐다. 곧 해양산업을 넘어 경제 전반에까지 위기가 닥친다고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다.

“시간이 없다. 빠를수록 좋다!”

선주협회 회장이자 평생을 해운업에 몸바쳐온 흥아해운 이윤재 회장의 말이다. 해수부와 농해수위에서 꾸물꾸물 하는 동안 정무위에서 법안이 먼저 나오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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