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 60주년과 자체청장의 의미
해양경찰 60주년과 자체청장의 의미
  • 이석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3.07.1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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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고려한 내부승진…넓은 바다만큼 책임감 막중

‘행복한 국민, 희망의 새 시대’를 기치로 박근혜정부가 5년간의 항해를 시작했다. 새 정부의 정책방향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이다. 한편, 바다의 안전을 책임지는 해양경찰은 올해 창설 60주년을 맞았다. 1953년 이래 해양경찰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러다 이번 정부에 들어서서 두 번째 자체청장이 배출됐다. 1994년 유엔해양법이 선포됐고, 1996년 외청으로 독립한 해양경찰의 역사를 생각하면 늦었지만 당연하고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60년전 일본어선 단속 위해 출범

해양경찰은 전후 혼란기를 틈타 우리수역을 침범해 불법어로를 일삼던 일본어선을 단속하기 위해 1953년 6척의 경비함정으로 출발했다. 이후 불법어로 단속 외에 수난구조, 수사, 해양오염 방제업무가 추가되면서 종합해양집행기관으로 발전했다. 특히, 1994년 유엔해양법 협약이 발효됨에 따라 관할구역이 EEZ까지 확대되면서 남한 면적의 4.5배에 달하는 광활한 바다의 치안과 안전을 담당하게 됐다. 오늘날 해양경찰은 1만여 명의 인력과 300척의 함정, 23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해양주권 수호, 해양안전·수사, 해양환경관리를 담당하는 세계일류 수준의 종합해양치안기관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렇게 거친 바다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면서 비약적인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자체청장의 꿈은 요원했다. 1996년 해양수산부 신설과 함께 외청으로 독립한 이후에도 자체청장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고 전문성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각국은 해양영토 확장정책을 국가 최우선의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독도와 이어도에서 일·중의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어 해양주권 수호에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다. 또한, 중국어선 불법조업도 우리나라 해양 자원보호 필요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렇듯 해양영토 경쟁이 치열해진 중요한 시기에 박근혜정부가 해양수산부를 부활시키고 해양경찰청장을 자체에서 임명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해양 전문지식과 경험 중요

해양경찰청장 내부승진은 우선, 해양영토 분쟁의 심화에 대비한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과거 해양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해양경찰의 임무와 조직이 작은 규모일 때는 경찰청 출신의 일반행정가가 청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해양영토 분쟁이 치열해진 신(新)해양의 시대를 맞아 해양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없이는 방대한 해양경찰 조직을 효율적으로 지휘하고 대처하기는 곤란하다. 바야흐로 바다에는 해양 전문가가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대형 해양재난이나 독도사태와 같은 긴급사태 발생시 지휘관의 판단은 국민안전과 국가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정확하고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해양에 대한 전문지식과 다양한 경험이 필수적이다.

둘째, 해양의 유일한 종합법집행기관인 해양경찰의 위상과 사기(士氣) 차원으로 볼 수 있다. 해양경찰은 60년 역사에서 수차례의 소속변경과 조직원 신분변화를 겪었다. 정부수립 이후 조직이 사라지지 않은 중앙행정기관 중에서는 흔치 않은 경우다. 그만큼 해양경찰 조직원은 위상에 상처를 입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셋째, 해양수산부 신설에 발맞춘 해양역량 강화 차원을 생각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선거에서 공약한 대로 해양수산부를 부활시키고 해양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바다가 국가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해양분쟁의 장(場)이 된 현 시점에서 국가차원의 해양정책 수립과 시행은 시의적절하며 지속적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국가 해양정책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해양경찰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항만질서를 유지하고, 항로안전을 보호하며, 해상에서 불법행위를 근절하고, 깨끗한 바다를 만들어가는 일은 국가 해양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인 것이다.

주변국, 바다에 역량 집중하고 있어

최근 동북아 해양 정세는 격랑이 몰아치는 바다처럼 험난하다. 중국 시진핑 정부는 출발부터 해양팽창정책을 천명하면서 흩어져있는 해양집행기능을 국가해양국으로 일원화하겠다고 천명했다. 일본 노다 정부는 해양영토 담당부를 신설하고 다케시마의 날을 중앙정부 행사로 격상시켰다. 양국의 해양정책은 센카쿠에서 정면으로 부딪치며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까지 가세하는 모양새다. 마치 청과 일본이 대한제국을 두고 경쟁하던 구한말을 연상케 한다. 이제 그 무대가 육지가 아니라 바다로 바뀌었을 뿐. 여기에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그리고 NLL에서의 도발시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제2의 해군으로서, 해양주권 수호의 첨병으로서, 바다안전의 파수꾼으로서 해양경찰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양경찰이 자체청장을 배출했지만 앞으로의 항로를 순탄치만은 않다. 자체청장을 성원하는 국민들의 후원 뒤에는 해양경찰에 대한 다양한 요구와 엄중한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해양경찰에 거는 새 정부 기대와 바다가족의 염원 또한 클 것이다. 60주년을 맞는 해양경찰이 축배를 들기보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고 신발끈을 동여매야 하는 이유다. 창설 60주년 슬로건처럼 ‘안전한 바다, 행복한 국민’을 만들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조직으로 도약할 것인지, 다시금 국민과 정부로부터 외면받는 조직으로 전락할 지는 지금부터의 마음자세와 성과에 달려있다.


‘바다의 리베로’ 역할 수행해야

자체청장을 배출한 해양경찰은 해양종합법집행기관으로서 기본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독도에서 이어도까지 우리바다를 지키고 우리 어민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또한, 바다에서 국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국민의 안전지킴이로서 자리매김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북한의 위협과 인접국의 영토야욕에 대비한 해양안보의 한 축으로서 역할도 충실해야한다. 나아가 끊임없이 창의적 생각과 노력을 통해 세계일류 해양경찰로 도약하는 도전정신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바다는 국가간, 민족간 자유로운 통행을 방해하는 ‘단절’을 상징했다. 그리하여 인류의 역사는 대륙을 무대로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오늘날 바다는 전세계를 이어주는 ‘소통과 교류’의 통로로 변모했다. 이런 면에서 해양경찰은 국민과 정부를 잇는 소통의 가교역할을, 우리나라와 세계를 잇는 교류의 첨병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해양경찰은 ‘해양종합법집행기관’이라는 말에 걸맞게 바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든든하게 수행하는 ‘바다의 리베로’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렇게 할 때만이 창설 60주년을 맞아 자체청장의 의미를 살리고 국민 속으로 가까이 가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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