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수상레저기구 못 따라가는 현행법
신종수상레저기구 못 따라가는 현행법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9.2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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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공백 유연하게 채워야

최근 기존에 요트, 제트스키뿐만 아니라 기상천예한 신종수상레저기구들이 걷잡을 수 없이 다양해지고 있다. 현행법을 쫒아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제도적 공백도 덩달아 커지는 양상이다. 

올 여름에도 여김없이 2,000만명 가량이 찾은 해수욕장에는 해수욕만 즐기는 관광객뿐만 패들보드, 컴바인드보트, 파워서핑, 태양열보트, 파워카약, 바나나보트, 페러글라이더, 모터가 달린 서핑보드 등 관광객의 시선을 끄는 신종수상레저기구들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신·변종 수상레저기구를 타고 음주운항하거나 무면허로 기구를 몰아도 현행법적 테두리 안에서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안전사고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부산해양경찰은 신종레저기구인 파워보드를 타다가 모터 고장으로 표류중인 A씨를 구조했는데 당시 A씨는 혈중알코올 농도가 0.059%로 해상음주 운항 혐의 입건 기준인 0.03%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다. 하지만 추진기가 달린 당시 변종레저기구는 수상레저안전법상 명기돼 있지 않아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수상레저안전법에서는 '동력 수상레저기구'를 '추진기관이 부착돼 있거나 추진기관을 부착하거나 분리하는 것이 수시로 가능한 수상레저기구'라고 정의하면서 그 대상을 모터보트, 호버크라프트, 고무보트 등으로 특정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수상레저안전법 시행령 2조 상에는 모터보트, 세일링요트, 수상오토바이, 고무보트, 스쿠터, 호버크래프트 등 16종, 시행규칙에 무동력요트, 윈드서빙, 수륙양용기구, 케이블 웨이크보드 등이 하나 하나 나열돼 있다.

김재관 한국수상레저협회 검사위원장은 “현행법 체계에서는 신종수상레저기구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새로운 놀이문화로 신종레저기구들이 끊임 없이 개발돼 나오고 있어 출시되는 신종 기구에 대한 관련 법규가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위와 같은 파워보드의 경우 125마력 엔진을 장착한 기구들도 존재하지만 안전상 제재를 가할 방법은 없다. 

수상레저안전법 주무부처인 해양경찰청 수상레저과 관계자는 "올 연말 안으로 법개정을 구상하고 있다"며, "지난 4월 사건을 계기로 다각적인 시각으로 수상레저기구를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는 입장이다.

한편, 무면허로 신·변종 기구를 운전해도 처벌이 힘든 실정이다. 수상레저안전법상 5마력 이상의 동력기구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조종 면허가 필요하다. 하지만 신·변종기구가 5마력 이상의 추진력을 가졌더라도 음주 건과 마찬가지로 기구가 현행법상 명시돼 있지 않아서 무면허 운항으로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재관 위원장은 "GDP 대비 한국은 아직 해양레저 인구가 선진국의 1/8, 1/7 수준에 그쳐 큰 사회적 이슈가 안되는 분위기이다. 20% 정도로 성장했을때 큰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양레저 선진국의 경우 신종레저기구에 대한 면허 등 법을 구축하여 법규 미비로 인한 공백을 사전에 예방하고 있다"고 전했다.

견인되는 수산레저기구
견인되는 수산레저기구

현행법 상 동력레저기구를 운항하기 위해서는 자격증이 필요하다. 전국 15개의 면허시험장에서 매월 조종면허시험이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면허는 1급, 2급, 요트로 구분되며, 1급 면허를 소지하면 운항은 물론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는 자격까지 갖게 된다.

우리나라 국민 정서상 바다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커 누구나 신·변종 수상레저기구를 운항할 수 있게 한다면 용납되기 어렵다는 분위기를 감안할 때 신종레저기구에 대한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다만 신종기구에 대한 현재와 같이 똑같이 면허증을 발급하는 방식은 행정낭비이므로 정부자격증이나 민간자격증 제도가 필요하고 사업자에 한해서는 강화된 면허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견인하는 레저기구에 한해서는 강화된 면허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재관 위원장은 "글라이더와 제트스키에 견인돼 서프보드 등을 즐길 수 있는 수상레저기구가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대형사고도 증가세에 있다"며, "현재 견인기구에 대한 이론교육, 평가방법이 전무한 상황인데 예인하는 수상레저기구 사업자에 한해 면허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같이 범람하는 수상레저기구에 적절한 제재없이 방관하기에는 국민 의식이 만만치 않지만 해양레저 관광객 활성화를 위해서는 과감히 면허제가 톤다운 돼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수상레저기구가 출현할 때마다 신종 자격증을 만들 것인가. 해양레저를 즐기자는 데 초점이 맞춰야지 면허증과 같은 제재들이 해양레저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서 "우리나라와 같이 1종, 2종, 요트면허로 구분한 국가가 많지 않다. 미국 등 해양레저 선진국들은 우리와 같이 면허증이 아닌 하루 이틀 가량 실습교육 운항으로 수상레저기구를 탈수 있게 한다"고 전했다. 많은 규제가 곧 산업 위축을 초래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견인 수상레저기구의 경우에도 외국의 경우 견인을 면허로 제한하는 것보다 견인하는기구 뒤에 인원을 충원해 견인되는기구를 보게 하거나 큰 백미러를 설치해 안전을 보완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해양레저 활성화와 해상 안전을 함께 가져가기 위한 대책 마련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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