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탈황장치 ‘스크러버’의 자격 논란
배기탈황장치 ‘스크러버’의 자격 논란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9.1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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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거세지는 압박...근본대책 아니다

선박 배기가스 규제에 대한 대안책 중 하나로 꼽히는 스크러버(Scrubber, 탈황장치)가 비상상황시 대형사고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스크러버를 넘어선 근본적인 친환경 대책이 강행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스크러버 고장이 대형사고로 번져

국제해양오염방지조약(MARPOL) Annex VI 규정 14에서 따라 오는 2020년 1월부터 모든 선박은 배기가스의 황홤유량 배출을 0.5% 이하로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규제 시행이 3개월 가량으로 엄습해 온 가운데 현실적으로 저황유 사용과 스크러버 장착 중 업계는 스크러버 장착에 비중을 높이고 있는 양상이다. DNV GL(독일선급)은 2020년께 스크러버 장착선박이 3,500여척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저유황유가 벙커유(황함유랑 높은 저급 연료유)에 비해 60% 가량 고가이고 단기적으로 저유황유 확보에 무리가 있다보니 업계에서는 기존의 고황유인 벙커유를 계속 사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스크러버 장착이 수백만 달러에 이르지만 최소 2년이면 원가 상환이 가능한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스크러버의 불완전성이 드러난 사고가 발생해 업계가 민간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8월 26일 브라질산 철광석을 실은 20만톤급 케이프사이즈 화물선(Helena Oldendorff)에 스크러버 누수 사고가 발생해 선박 자체 운항이 중단된 사고가 발행했다. 통상 스크러버는 기관실 엔진실 상부에 연돌(Funnel)이 탑재되는데, 엔진실에서 발생된 배기가스가 연돌을 통해 배출되는 과정에서 누수로 인해 위해성 논란이 있는 세정수가 바다로 배출되고 엔진실에 침수를 일으켜 선박운행이 중단되면서 교통이 혼잡한 싱가포르 해역에서 충돌사고를 낳게 할 수 있었다고 미국의 환경보호단체(Environmental Protection Alliance)는 일갈했다.

선주사는 “선박 스크러버 시스템이 정상작동 중이었으며 2020년 황산 규제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 배출량을 달성하고 있었다”며 스크러버 자체 고장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있다. 해당 화물선은 조만간 싱가포르 수리조선소에서 수리를 끝내고 운항을 재개할 것으로 영국 ‘Trade Winds’가 전했다.

사고 원인을 둘러싼 분석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스크러버 연돌 내 가스 흐름이 높아지면서 일부에 압력이 쏠리다보니 연돌에서 파손이 발생했거나, 제작사인 'Yara'의 설계 과정에서 원인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스크러버 고장으로 인한 기관실 침수 장면(‘Splash’ 동영상 자료)
스크러버 고장으로 인한 기관실 침수 장면(‘Splash’ 동영상 자료)

 

힘 받는 환경단체의 거세지는 압박

이와 같은 고장이 스크러버에서 흔히 발생할 소지가 있는지 나아가 대응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이 사고는 스크러버를 벼르고 있던 환경단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선사를 압박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간 환경단체들은 스크러버는 단순히 고황유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궁리로 비춰질 뿐 구차스런 임시방편으로 치부했다. 이들은 △오픈 스크러버의 배출 세정수의 위해성 △ 소각로 배기가스에서 산성선분을 제거해야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잔류고형물들이 침적되는 현상 △ 대부분 소각로가 FRP, 폴리프로필렌 등 내산성재질로 이뤄져 내부가 타거나 녹는 문제 등에 대한 과학적인 입증을 요구해 왔다.

업계에서도 스크러버에 대한 비판의 시각이 존재했다. 지난해 홍콩 선박관리업의 비 요흐 호르 가르드(Bjørn Højgaard) 대표는 “스크러버는 뜨겁고 산성화확물질에 민감한 부분에 위치해 있다. 유지보수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자돼야 할 것”이라며 스크러버를 지지하는 자국 업계 대표를 대상으로 쓴소리를 던졌다.

하지만 선사들에게는 뽀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제6회 해양오염방지대응 전문위원회(PPR 6)가 지난 2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돼 스크러버 고장 시 대처방안에 대한 내용이 논의된 바 있다. 엔진 시동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순간적인 초과배출, 단순 센서 고장 등은 협약위반으로 간주되지 않아야 한다고 일축됐고, 장기간의 오작동 시 저황연료유로 운항, 저황연료유가 없을 시엔 기국·항만국에 즉시 보고 후 예정된 첫 항까지 고황연료유의 사용이 허락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 국제배출가스정화시스템협회(EGCSA)는 스크러버에 대부분 탑재된 연속배출모니터링시스템(CEMS)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최대한 빠른 시일에 차항지에서 저황유를 수급해야한다고 권고 하고 있다. 이번 싱가포르 해역 사고와 같은 경우가 반복될 경우 속수무책으로 세정수 배출과 선박 충돌 위험성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주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업계 내에서도 스크러버의 불완전성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석유회의(APPEC)에 참석한 EU 벙커유 업체 임원이 “싱가포르의 스크러버 사고는 해운업계가 여태 예상하지 못한 리스크가 존재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고 일본해사신문이 전했다. APPEC에서는 이번 스크러버 사고로 얼마든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입증된 만큼 발빠른 트러블슈팅(Trouble Shooting)이 매뉴얼 상에 기입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업계에서 스크러버의 불완전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분위기이다. 임팩트 없는 2020년 규제 대응으로는 환경단체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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