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에 빠진 해운업에 대한 정부 대처방안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해운업에 대한 정부 대처방안
  • 김준석 해양수산부 해운정책과장
  • 승인 2013.07.1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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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주도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TF’에서
선박금융공사, 해운보증기금 등 설립 논의

STX팬오션 회생절차 신속하게 진행…해운업 대외신인도 저하, 금융경색 심화 방지 노력


유럽의 재정·금융위기 등으로 촉발된 세계 경제 침체는 해운산업에 장기불황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 간 컨테이너 운임은 2010년 3월 TEU당 2,164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2013년 6월 현재 TEU당 56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3년 만에 컨테이너 운임이 무려 75%나 하락한 것이다.

건화물의 경우도 컨테이너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9년 2,617이던 연평균 BDI지수가 2013년 6월 현재 815로 하락했다. 또한 해운선사 비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유가는 거의 두 배 가까운 수준으로 상승해 해운선사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2009년 톤당 371달러이던 싱가포르 연료유는 2012년 톤당 662달러로 크게 상승하였다. 컨테이너선사든 벌크선사든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STX팬오션 법정관리 신청

지난 6월 7일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최근 우리나라 10대 선사는 운임급락, 고유가, 호황기 발주한 선박인도에 따른 유동성 소진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9년~2012년간 10대 선사의 순손실은 6조원에 달하며 부채비율도 500%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해운불황이 우리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세계 주요 컨테이너 선사 21개사 중 COSCO 등 14개 선사가 적자를 기록했으며, 해운선진국은 어려움에 처한 자국의 해운선사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국부펀드를 통해 CMA-CGM에게 1억5,000만불을 지원했고, 중국은 공상은행을 통해 COSCO에 150억불 대출을 지원했다. 또한, 덴마크 수출신용기관인 EKF는 머스크에 4억6,000만불을 지원하는 등 세계 각국은 구조적인 해운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국 선사 생존을 위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 이렇게 해운위기가 크게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아마도 해운산업의 특징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해운산업은 1983년 오일쇼크,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과 같은 국제경제 충격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산업이다.

세계경제성장과 무역량, 곡물작황, 유가변동 등에 따른 경기 사이클을 가지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계절적으로도 컨테이너선은 크리스마스 전인 10월에, 벌크선은 남미의 곡물재배시즌인 4월에 호황을 누리는 계절적 경기 사이클도 가지고 있다.

한편, 해운산업의 수요인 해상물동량은 해운 이외의 산업에 따라 결정되는 외생변수의 성격이 강하고 해운산업의 공급인 선복량은 선박건조에 많은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선복량(공급) 조절에 따른 해상운임 조정도 장기간에 걸쳐 일어난다. 즉 선사는 선복량 조절을 통해 해운운임을 조정할 수는 있지만 이것은 장기에 걸쳐 천천히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상물동량(수요)과 선복량(공급)은 해상운임(가격)이 변화하더라도 단기간에는 크게 영향 받지 않는 즉, 낮은 해상운임 탄력성으로 인해 수급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해상운임이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운의 생산수단인 선박은 고가의 자본재로, 대부분 대규모 금융대출 등을 통해 확보되므로 해운은 자본집약적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해운은 전 세계에 구축된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을 영위하므로 그 어떤 산업보다도 네트워크 집약적인 글로벌 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해운시장은 타 시장에 비해 서비스의 차별성이 낮기 때문에 비가격 경쟁보다는 가격경쟁이 보다 치열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수급불균형이 해상운임 급락 가져와


최근 해운위기를 이러한 해운산업의 특징을 통해 비추어 보면 위기의 원인은 쉽게 파악될 수 있다. 전 세계 해상물동량(수요)은 세계 경기침체의 여파로 2008년 138백만 TEU에서 156백만 TEU로 13% 증가한 데 반해, 선복량(공급)은 2008년 14.4 백만TEU에서 2012년 18.4백만 TEU로 27.6%나 상승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18,000 TEU급 선박이 등장하는 등 공급압박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현재 해운시장의 초과공급은 세계 주요 선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초대형선을 발주하면서 치킨게임에 돌입하게 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이상과 같은 수급불균형이 결국 현재와 같은 해상운임(가격)의 급락을 가져 온 것이다.

아울러 해운산업의 자본집약적이고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특징은 타 경쟁자가 쉽게 해운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러한 특징으로 말미암아 현재에도 국제 정기선(컨테이너) 시장은 G6, CKYH, MSC/CMA CGM 등을 중심으로 한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해운산업은 많은 자본이 투입되고 금융을 통해 이뤄지는 산업이므로 현재와 같은 불황기에는 다른 산업보다도 특히 어려움에 부닥치게 된다.

최근 해운시황 회복 지연에 따라 국내 금융권은 해운산업에 대한 대출을 축소하고 회사채를 기피하는 등 선사들의 자금동원능력을 크게 제약하고 있으며, 선가하락으로 선사의 기존 대출에 대해 추가담보를 요구하거나 현금예치를 요구함으로써 해운기업의 금융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요약하면 금번 해운위기는 국제해운시장과 해운산업의 구조적 특징에서 기인한 바가 큰 것이다. 그럼, 이렇게 구조적인 어려움에 직면한 우리 해운산업을 어떻게 위기로부터 안전하게 구해낼 수 있을까? 우리에게 있어 해운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8%를 운송하며 연간 300억불을 수출하는 부동의 서비스 수출 1위 산업으로 국내물류산업 매출액의 47%를 차지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물류산업이다. 또한,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해운은 국제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데 국제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회복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운산업의 붕괴는 결국 수출입 루트의 붕괴를 의미하고, 수출입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게는 심각한 타격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해운보증기구 설립 위해 노력

해양수산부에서도 이러한 해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해운산업의 근간이 무너지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을 강구하고 있다. 우선 STX팬오션의 회생절차를 신속하게 진행시켜 분쟁 지속에 따른 선박억류와 매각 가능성을 방지하고 화물운송 차질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국내 화주를 대상으로 STX팬오션과의 운송계약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또한, STX팬오션의 법정관리가 우리 해운업 전반의 대외신인도 저하로 이어져 금융경색을 심화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권의 해운분야 자금회수 자제, 원금상환유예 등을 관련 부처에 요청하는 한편,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의 차환과 영구채·기업어음 발행 등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그리고 주요선사, 전문연구기관,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운영하여 해운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대응방안을 강구해 나갈 예정이다.

이러한 유동성 지원을 포함한 단기 대책 외에도 해양수산부에서는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해운불황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해운보증기구를 설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TF에서 선박금융공사와 해운보증기금 등 해운금융에 보다 효율적인 제도에 대해 논의 중으로 그 결과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우리나라 해운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오일쇼크, 외환위기, 금융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우리 해운산업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성숙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WTO와 OECD 가입을 계기로 자유화, 개방화, 탈규제화와 더불어 선진해운제도인 국제선박등록제도, 선박투자회사제도, 톤세제도 등을 도입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5위의 해운강국으로 도약한 훌륭한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에서 범정부적으로 우리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해운업계에 좋은 소식이 전해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국적크루즈 선사 육성 위해 제도적 기반 마련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해운산업의 기본 주체인 우리 해운기업이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황을 극복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적 장치마련에 우리 해운기업이 앞장서서 자발적으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범정부적인 지원은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앞으로 위기 이후 해운의 새로운 먹거리에 대해서도 지금부터 차분히 준비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최대의 해운중개업체는 영국의 글로벌 해운중개업체인 클락슨(Clarkson) 매출액의 3.6%에 불과하고, 세계 해양플랜트 운송시장에서는 네덜란드와 독일 선사들이 80~90%를 점유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이렇다 할 국적 크루즈선사가 없으며, 모나코의 V SHIP과 같은 경쟁력을 갖춘 선박관리회사도 없는 실정이다.
▲ 김준석 해양수산부 해운정책과장

앞으로 해양수산부에서는 국적크루즈 선사 육성을 위한 법제정과 함께 해운중개업, 해양플랜트 서비스산업, 선박관리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꾸준히 갖춰 나갈 예정이다. 우리 해운업계에서도 전향적인 자세로 이러한 분야진출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다 하고 계신 우리 해운업계 종사자 여러분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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