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절실한 국가 섬 정책 현안과 문제해결 방안
가장 절실한 국가 섬 정책 현안과 문제해결 방안
  • 강제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시인
  • 승인 2019.09.0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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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난달 8일 목포시 삼학도에서는 제 1회 섬의 날 행사가 열렸다. 섬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섬의 날 지정만으로 척박한 섬 살이가 쉽게 개선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섬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이 제도로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그저 흔한 기념일 중 하나로 남겨질 공산이 크다.

 

의료복지 시설 확충 시급

그동안 국가의 섬 정책은 도로, 교량 건설 등 사회 간접자본 확충과 이벤트성 관광 개발 등이 주된 사업이었다. 근래 들어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을 시발로 주민들의 정주 여건 개선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섬 주민들의 가장 절실한 요구를 반영한 정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그런데 최근에 아주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인천시가 발표한 '도서지역 보건의료서비스 개선대책(2019~2023년)'이 그것이다. 인천시는 '필수 보건의료서비스가 보장되는 도서지역' 실현을 목적으로 5년간 303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시의 도서지역 공공보건의료 책임 강화 △도서지역 보건의료기반 강화 △지역밀착형 보건의료서비스 제공 △미래형 특화 보건사업 추진 등을 개선대책의 4대 전략으로 꼽고 있다. 개선대책은 주민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됐는데 주민들은 응급의료, 건강검진, 만성질환 조기 발견 및 관리 등에 대한 요구가 컸다 한다. 인천시는 또 닥터헬기와 소방·해경헬기의 공동 활용체계를 위한 응급헬기 야간 이·착륙 시설을 단계적으로 보강할 계획이다. 섬들과 내륙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려는 인천시의 고민이 담긴 정책이다. 정부나 섬을 보유한 다른 지자체에서도 본받아야 할 정책이지 싶다.

인천시의 의료서비스 개선 대책이 반갑지만 그 정도 예산으로 의료 서비스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40개나 되는 인천시 유인도에 섬 당 평균 1억원도 안 되는 예산으로 근본적인 개선책을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다리 하나 건설하는 데 수천 억의 예산이 투입되고 해수부가 ‘어촌뉴딜 300’ 사업에 3조원의 예산으로 어촌이나 섬마을 하나 당 평균 100억원씩을 투자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인천시의 의료개선 대책비는 그야말로 조족지혈이고 언 발에 오줌누기다.

최근 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정부부처나 섬을 관할하는 지자체마다 섬에 대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 정책들은 여전히 섬 주민들의 가장 시급한 문제 해결에는 별반 관심이 없는 듯하다. 섬 정책은 무엇보다 섬 주민들의 절실한 요구를 반영하는 정책이 우선이어야 한다. 섬 주민들을 섬에 살게 어렵게 만드는가장 절실한 문제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다. 의료와 교통문제다. 그 첫 번째는 의료혜택 부족이다. 생사가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섬에도 보건소나 보건 진료소가 있다. 하지만 섬 주민들이 제대로 된 진료를 받기 어렵다. 보건소에는 군복무를 대신해 전문의 과정도 마치지 못한 초보 의사들이 공중보건의로 근무한다. 이들은 대체로 임상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게다가 의료시설마저 낙후돼 있다. 보건진료소에는 아예 의사조차 없이 간호사만 근무한다. 섬 주민들은 기본적인 의료혜택에서도 철저히 소외돼 있는 것이다.

인천시의 개선대책에도 포함 되어 있듯이 가장 큰 문제는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다. 응급 헬기가 있지만 야간에는 쓸모가 없다. 야간 이착륙 시설을 만든다 해도 악천후에는 무용하다.

몇 달 전 흑산도에서 심야에 교통사고 환자가 발생했었다. 그런데 헬기는 뜰 수 없고 목포에서 경비정이 오려면 4~5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수소문 끝에 인근을 지나던 배의 도움을 받아 목포의 병원까지 이송했다. 사고가 발생하고 무려 6시간이 지난 뒤에야 응급환자가 병원으로 이송 된 것이다. 더 위중한 환자였다면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과거에는 육지라면 어렵지 않게 살릴 수 있는 목숨이 섬이라서 살릴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래서 섬에 무엇보다 절실한 것이 응급 의료 시설이다. 관광시설보다 우선해야할 것이 응급 의료 시설이다. 특히 흑산도, 거문도, 백령도, 울릉도 같은 먼 바다의 주요 섬들에는 반드시 응급 의료센터가 만들어져야 한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일이다. 자치단체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서둘러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응급 의료시설은 만들어놔도 유능한 의사가 섬에서 근무하려할까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나 히말라야 오지 같은 곳을 찾아다니며 의료 봉사를 하는 훌륭한 의사들도 적지 않다. 그분들이 한국의 섬이라고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예산만 충분히 확보된다면 그분들을 모시는 일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시급히 거점 섬의 응급의료센터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어촌 뉴딜의 방파제나 관광시설 공사보다 시급한 것이 응급의료 센터 구축이다.

 

여객선 공영제 도입돼야

의료혜택 만큼이나 주민들에게 절실한 또 하나의 문제는 교통 불편 해소다. 섬 주민들의 교통 불편 해소를 위한 가장 바른 해법은 여객선 공영제 도입이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 구월동 유세에서 여객선 공영제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정기획위원회에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대통령의 공약인 여객선 공영제를 무산시키고 실효성 없는 준공영제로 대체해 버렸다. 하지만 준공영제는 결코 좋은 제도가 아니다. 이미 전체 여객선의 25%인 27항로 26척이 준공영제 격인 낙도보조항로로 운영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소유의 여객선과 운영비를 지원해주고 기존 선사들에게 위탁 운영시키고 있다. 하지만 운항 선사들은 날씨가 조금만 궂으면 온갖 핑계를 대며 배를 안 띄우는 일이 다반사다.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도 선사들은 주민들의 불편 해소보다는 자사의 이익을 우선한다. 선박회사에 보조금만 더 지원해주는 준공영제는미봉책에 불과한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객선 공영제다.

한국 사회간접자본(SOC) 중 연안여객에 투자되는 것은 0.08%에 불과하다. 전국 60개 여객선 업체의 63%인 38개가 자본금 10억 원 미만의 영세 업체다. 선령 20년 이상의 노후 여객선도 29%다. 노후 여객선들의 경우 위생이나 편의시설도 엉망이고 무엇보다 안전이 우려된다. 그런데도 운임은 다른 대중교통에 비해 비싸다. 내항여객선의 1㎞당 운임은 KTX의 2.2배, 고속버스(일반)의 6.6배나 된다.

육상교통에 비해 섬 교통에 대한 지원은 극히 열악하다. 섬 교통 또한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다. 언제까지 안전보다 영리 추구가 우선인 여객선 업자들에게 국민의 생명을 맡겨둘 수는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섬으로 가는 길은 더욱 어려워졌고 여객선의 안전은 개선된 것이 거의 없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다. 가장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은 여객선 공영제다. 작은 사고로도 대형 참사를 불러 올 수 있는 것이 여객선 사고다. 여객선의 안전을 국가에서 직접 관리할 수 있는여객선 공영제가 절실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섬 주민들의 의료와 교통 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들이 부재하다시피 했다. 의료 혜택은 의료 봉사 수준에서 머물렀고 교통 여건 개선은 배삯 지원 정도에 멈춰 있었다.

대체 섬 주민들의 생사가 걸려있는 가장 절실한 요구조차 정책에 반영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섬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해서 정책을 생산할 전담 조직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섬 정책 컨트롤타워 필요

지난해 해수부는 한국이 세계에서 섬이 4번째로 많은 나라라고 발표했고 언론 보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지도제작회사 월드아틀라스(Worldatlas)에서 발표한 세계 도서국가 순위에는 한국이 10위권 안에도 없다. 1위 스웨덴은 22만 1,800개, 2위 핀란드는 18만 8,000개, 3위인 노르웨이는 5만 5,000개, 4위 캐나다가 5만 2,455개, 5위 인도네시아가 1만 7,508개다. 해수부의 발표가 엉터리였던 것이다. 그 뿐일까. 한국의 섬 숫자 또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 같은 정부 부처인데도 행안부는 3,339개, 해수부는 3,358개, 국토교통부 3,677개로 무려 300여개나 차이가 난다. 섬 숫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것이 우리나라 섬 정책의 현주소다.

앞서 지적했던 것처럼 그간의 섬 정책들은 대부분이 연륙교, 연도교, 도로 건설 등의 인프라 구축에 편중된 사업들이었다. 섬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도 거의 없었고 섬을 위한 사업이라면서도 정작 섬 주민들의 참여 창구도 부재했다. 섬 정책이 대부분 중앙 부처의 탁상물림 정책인데다 그마저 공모사업으로 추진되다 보니사업기간이 끝나면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하고 방치되곤 했다.

지난 1~3차 도서 종합개발사업(1988~2017년)에 모두 3조 1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섬 주민들 삶의 질이 얼마나 개선됐을까? 그토록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는데도 섬을 떠나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많은 섬들이 무인도화 되고 있다. 그간의 섬 정책이 섬을 살리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4차 도서개발 종합사업(2018-2027)에는 1조 5,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4차 계획에 미포함 된 도서 개발 예산 2조 7,624억 5,900만 원까지 포함하면 현재 진행 중인 도서개발 예산은 총 4조 600억 원이다.

하지만 각 부처들은 이 예산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서로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중복된 사업도 있고 이미 타 부처에서 실패한 사업을 답습하는 사업도 있다. 지방정부는 지방 정부대로 섬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니 여전히 섬 정책은 일관성도 없고 지속성도 없는 이벤트성, 한시적 사업이 많다. 부처 간 사업을 조율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섬 정책을 설계할 조직이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정부에서 섬 정책 컨트롤타워인 가칭 ‘국립 섬진흥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속히 설립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학자들이 주도하는 단순한 연구기관이어서는 안 된다. 섬 진흥원은 철저하게 섬 주민들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고 실행 할 수 있는 실행 기관이 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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