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고, 가고 싶은 섬 정책
살고 싶고, 가고 싶은 섬 정책
  • 이상심 전라남도 섬해양정책과장
  • 승인 2019.09.0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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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섬’ 하면 가장 대표적인 지역으로 ‘전남’을 떠올린다. 그만큼 섬이 많기 때문이다. 전국의 3,300여개의 섬 중 65%에 해당하는 2,215개가 전남에 분포되어 있다.

섬이 많아 해안선도 전남이 가장 길다. 자그마치 전국 45%에 이르며 지구 반지름 보다 긴 6,743km다. 갯벌도 전국의 42%를 차지하며 여의도 면적의 400배 1,044㎢에 달한다. 통계적 접근만으로도 섬과 해양 분야에서는 전남이 독보적인 위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섬은 전남만의 자원이 아니다. 섬은 보배처럼 소중하다.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산이다. 육지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생태, 문화 자원의 보고이다. 섬을 통해 국가의 해양영토 범위를 결정한다. 섬 주권을 두고 국가간 분쟁이 지속되는 이유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나라와 일본간 독도 분쟁, 중국과 일본간 ‘다오위다오’ 열도 분쟁이다.

그동안 섬은 고립의 상징으로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고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섬은 활력이 넘치는 공간이었다. 해상왕 장보고를 통해 동북아시아 해상 무역을 주도하던 시절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고려말 이후부터 섬은 조선시대 해금(海禁)정책, 공도(空道)정책의 영향으로 수 백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는 곳, 죄인들의 유배지로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섬의 날 제정의 의의

전라남도 섬의 날 홍보행사 

다행스럽게도 최근 섬이 재조명 받고 있다. 2018년에는 섬의 날이 국가 기념일로 제정됐다. 제1회 섬의 날 행사가 지난달 8일부터 3일 간 전남 목포 삼학도에서 개최됐다. 15만여명이 다년간 것으로 추산된다. 전국 100여개가 넘는 섬 주민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한 중앙부처 관계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 의회 의장 등 섬 정책의 중심에 있는 분들이 대거 참여했다. 고무될 만한 분위기였다.

이 행사는 공식 국가 기념행사를 비롯하여, 섬 주민들이 참여하는 섬 민속 경연대회, 섬 주민들의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섬 주민대회, 섬 발전 학술대회 등 섬와 관련한 다양한 컨텐츠를 반영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특히 섬을 보유하고 있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41개소를 비롯한 53개 기관 단체가 참여한 전시관은 전국의 섬 정책과 섬 여행상품, 섬 특산품 등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리나라의 섬 정책

섬 정책에 대해 살펴보면, 정부가 섬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86년 도서개발촉진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법 제정 이후 1988년부터 10년 단위로 도서종합개발계획을 수립, 2017년까지 3차례의 계획을 수립하여 3조 565억원을 투입하여 추진하였으며, 제4차 계획은 지난해부터 10년간 1조 4,972억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추진 중에 있다. 현재까지는 도서종합개발 사업이 국가차원의 가장 대표적인 섬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섬 주민 정주여건 개선에 크게 이바지했다. 방파제, 물양장, 여객선 접안시설 등 섬 주민들의 생활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되어왔다. 그러나 500여개에 달하는 전국 유인도에 투자되는 예산은 수요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 나가면 만나는 주민마다 “이것이 필요하네요, 저것은 노후되어 위험하니 교체해야 하네요” 하는 민원이 줄을 잇는다. 현장에 가서 주민을 만나는 것이 죄송할 지경이다. 정부에서는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액을 거론하며 섬에 적지 않은 금액이 투자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육지에 사용되는 100억원과 섬에 투자되는 100억원은 그 사업량에서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섬 지역 사업은 사업 물자와 인력을 배로 이동해서 추진해야 하므로 육지에 비해 전체 사업비의 30%이상이 더 소요된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흑산권의 가거도나 만재도 같은 육지와 거리가 먼 섬은 운송비로 절반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야만 하는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 섬 연구 기관 시급

또한, 같은 도서개발 사업임에도 주관하는 정부 부처도 이원화 되어있다. 국가 균형발전발전특별법에 따라 특수상황지역으로 분류된 시(市) 지역은 행정안전부에서, 성장촉진지역으로 분류된 주로 군(郡)지역은 국토교통부에서 관할하고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같은 업무를 지역에 따라 지휘 감독하는 부처가 각각 있어 비효율적인 측면을 마주할 경우가 있다. 거기에 섬 관광개발과 관련된 예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양수산부에서 지원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섬 정책이 여러 부처에서 각각 추진되고 있어 섬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칭)국립 섬 연구소’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섬의 날 국무총리 기념사를 통해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섬 연구기관 설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섬 연구기관이 설립되면 섬이 가진 다양한 생태, 문화, 관광 자원을 종합적으로 조사 연구하여 정부 정책으로 연계할 수 있는 순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섬 엑스포 유치 총력

이와 병행하여 장기과제로 섬 엑스포 개최도 계획하고 있다. 국제 공인 엑스포는 5년 주기로 추진되는 등록엑스포와 등록엑스포 사이에 추진되는 인정엑스포로 구분된다.

등록엑스포의 경우 2025년과 2030년은 일본과 부산에서 이미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선점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이에 있는 2028년 인정엑스포를 목표로 계획하고 있다. 다만 아시아권 여러 나라들이 개최를 준비하고 있기에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엑스포를 유치하는 것이 녹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섬 엑스포의 꿈을 갖고 가야 한다. 꿈을 꾸면 언젠가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는다. 지난 2012 여수 엑스포의 경우도 구상에서 개최지 확정까지 17년이라는 세월동안 노력한 결실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네 번째로 많은 섬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섬을 주제로 국제 공인 엑스포는 개최된 사례가 없다. 그래서 섬 엑스포는 국제 박람회 기구(BIE)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

지난 7월 9일 발족한 전남도 섬 서포터즈 발대식
지난 7월 9일 발족한 전남도 섬 서포터즈 발대식

 

전남도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

현재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섬 정책으로는 전남의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이다. 이 사업의 핵심 키워드는 주민 참여형 사업이다. 주민 스스로 자신들이 삶의 터전인 섬에 대한 자원을 조사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는데 동참하여 주민 소득사업으로 연계하는 것이 목표이다.

거기에 더해 섬에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를 최소화하고 섬의 생태 문화 자원을 잘 보존하고 가꾸는 사업이다. 고령화 되어가는 섬에 소득사업을 발굴하여 젊은이들이 들어와 활기 넘치는 섬으로 만들자는 취지다.

10년동안 24개의 섬을 선정하여 가꾸어 나갈 계획이다. 현재 14개의 섬이 선정되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섬 주민들 간 아름다운 경쟁을 하고 있다.

일부 섬에서는 방문객이 5배 이상 증가하고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카페, 마을식당, 게스트하우스 등을 통해 공동 소득도 제법 쏠쏠하게 올리고 있기도 하다.

같은 사업을 해도 마을마다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부 섬에서는 사업 시작 단계부터 주민간 갈등으로 사업이 답보상태로 머물러 있기도 하다. 현장 전문가를 투입하여 갈등관리를 통해 봉합하고 다시 사업을 시작하는 지난한 과정들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사업은 행정의 긴 호흡이 필요한 사업이다.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자 욕심을 내면 낼수록 안에서는 곪아 결국에는 그 피해가 섬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민관 거버넌스 역할과 현장지원을 전담할 수 있는 ‘섬 발전 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운영 중에 있다.

이처럼 정부와 함께 전남은 섬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해 펼치고 있지만 이 정책의 목표는 모두 하나이다. 섬에 살고 있는 사람이 행복하고 섬을 찾아오는 사람이 만족하여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가꾸는 일이다. 그래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모든 섬 정책의 주인공은 섬 주민이다. 섬 정책을 추진하는 공직자로서 이 사실을 망각할까 항상 경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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