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현대해양·이주홍문학재단 공동기획14 향파 이주홍과 해양인문학이야기
월간현대해양·이주홍문학재단 공동기획14 향파 이주홍과 해양인문학이야기
  • 남송우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 승인 2019.09.06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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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파가 노래한 동시 속의 바다

향파의 공식적인 글쓰기는 동화였다. 그가 동화로서 등단하고 난 이후에는 소설과 희곡, 시나리오, 수필 등 전 문학 장르에 이르는 활동을 펼쳤지만, 역시 힘주어 진력한 영역은 아동문학이었다. 아동문학 중 동화에 쏟은 열정이 대단했다. 그런데 그는 동시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그는 동시집 『보리밭에서』(1983), 『현이네 집』(1983) 등을 출간하였다. 동시 중에서도 바다를 노래한 동시 몇 편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전해주는 바다의 모습을 엿보기로 한다.

 

여름바다

 

여름이면 우린

물고기가 되죠

진종일 바닷물에서만

놀고 지내니까요

갈매기들도 우릴

친군 줄로 아나봐요

머리 위를 감돌면서

노랠 해 주니까요.

 

아이들의 여름 생활은 여름 바다와 뗄 수 없다. 더위를 피해 시원한 바다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온 종일 바다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한 아이들의 생활상을 물고기가 된 모습으로 이미지화하고 있다. 그리고 바다를 나는 갈매기가 아이들의 친구가 되고 있는 상황을 노래한다. 동시의 특징은 인간이나 사물이 쉽게 동일화된다는 점이다. 이는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물고기가 동일시되고 갈매기와 이이들이 친구가 될 수 있는 세계는 동시의 세계에서만 가능하다. 인간이 물고기와 갈매기란 인간 아닌 다른 대상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세계가 동시의 나라인 것이다.

이런 아이들의 동심으로 볼 때, 아이들이 원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다를 체험하는 배타기이다. 배타기의 경험이란 아이들에게 무서움과 설렘을 함께 동반하면서도 무한히 열린 미지의 공간을 향한 꿈을 실현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배타기

 

퐁퐁퐁

퐁퐁퐁

어디까지 가- 나-

가는대로 가다가

대마도까지 가- 지-

퐁퐁퐁

퐁퐁퐁

어디까지 가- 나-

가는대로 가다가

철새 만나서 놀- 지-

 

무한하게 펼쳐진 바다 위를 배는 끝 간데 없이 나아갈 수도 있지만, 바다 가운데 위치한 섬에 도달하거나 또 다른 항구를 찾아 정박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들의 생각으로는 부산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국땅 대마도까지도 갈 수 있다고 상상한다. 이는 꼭 가야 할 목적지가 대마도가 아니라, 배를 타고 어디론지 가다보면 대마도까지도 갈 수 있다는 열린 바다 공간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는 부문이다. 또 <가다가 철새를 만나서 놀지>라고 제안한 것은 아이들의 바다에 대한 순수한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바다는 육지에서처럼 일의 공간이 아니라, 놀이터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바다 뿐만 아니라, 바다와 인접해 있는 선창가도 좋은 놀이터가 되고 있다.

 

바다의 아이들

아버지는

고기 잡으러

바다에

나가시고

어머니는

고기 팔러

자갈치에

나가시고

배 매인

선창가가

놀이터인

우리는

바다의 아이들.

 

일을 위해서 부모가 다 떠난 자리에는 아이들만 남는다. 그들이 집을 나서면 바로 선창가이다. 그들이 늘상 드나드는 바닷가 선창은 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그리고 그 놀이터에 펼쳐진 그물이 아이들의 놀이 기구가 된다.

 

그물

고기잡이 아저씨는

배 타고 나가고

해변에는 그물만

햇볕을 쬐며 쉬누나

우리도 그물 안에 들면

고기가 될까

용 용 잡아봐라

말도 못하는 그물아.

 

햇볕에 말리기 위해 펼쳐쳐 있는 선창가 그물 속으로 들어가 놀고 있는 아이들의 풍경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지금은 이런 장면을 보기도 힘들어졌지만, 향파가 선창가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었던 시절에는 흔한 장면이다. 고기처럼 그물 속에 갇혔다가 다시 그물을 헤치고 밖으로 나오는 아이들의 장난스런 놀이는 선착장 주위에 사는 아이들만 경험할 수 있는 놀이이다. 세월이 많이 흘러 인공적인 기묘하고도 거대한 놀이동산 놀이기구에 길들여진 지금의 아이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자연과의 놀이이다.

향파 선생의 관심은 자신이 어릴 때 자연 속에서 놀면서 체험했던 자연과의 공감 속에서 느꼈던 순진한 아이들의 마음을 그리는 데 있었다. 향파 선생은 바다라는 자연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아이들의 순수한 감정을 이렇게 동시로 노래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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