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峰의 새이야기 ㉕ 뿔논병아리
淸峰의 새이야기 ㉕ 뿔논병아리
  • 淸峰 송영한
  • 승인 2019.09.06 0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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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의 춤꾼 뿔논병아리

삐리릭, 삐리릭, 피릭, 피릭, ~~~~~~~~~ 어미 닭을 쫓아다니는 병아리 울음소리가 호수 가운데서 들려온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한 쌍의 뿔논병아리와 그들의 새끼들이 자맥질을 하면서 먹이활동 중이다.

꼿꼿이 세운 목과 털 감투를 쓴 듯 머리꼭지에 깃털을 단 모습이 당당하면서도 귀엽다. 논병아리목(Podicipediformes)의 논병아리과(Podicipedidae)에 속하는 뿔논병아리(영명 : Great Crested Grebe / 학명 : Podicepscristatus)이다. 꼬리가 짧고 어미를 따라다니는 모습과 우는 소리가 닭의 병아리를 닮았다고 ‘뿔논병아리’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추측해본다.

뿔논병아리는 러시아, 중국, 몽골 등 유라시아 중북부지역에서 번식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남쪽 나라에서 월동하는 겨울 철새로 알려졌으나, 1996년 충남 대호방조제에서 번식이 확인된 이후, 지구 생태환경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하여 한반도에서 번식하는 모습들을 관찰할 수 있는 텃새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호숫가의 얼음과 하얀 눈들이 녹는 삼사월, 뿔논병아리들도 매우 바쁜 삶을 살아간다. 털 감투와 꼿꼿한 자태를 갖춘 수컷은 멋진 수중발레 솜씨를 익혀서 암컷의 관심을 자아내고 교감하여 함께 춤추기 시작한다. 듀엣 수중 댄스로 공감의 폭을 넓혀 나가는 모습이 과히 예술의 경지에 이른다.

해가 기울어지는 석양을 배경으로 물에 젖은 깃털을 털어서 물방울을 공중으로 날려서 무지개를 만들고, 그 무지개 빛 속에서 짝을 이루어 춤추는 모습은 황홀하게 멋진 연출 장면이다.

짝을 이룬 한 쌍의 뿔논병아리들은 공동의 노력으로 호숫가 갈대숲에 둥지를 마련하고, 암컷은 알을 품고 수컷은 사냥하고, 새끼들을 정성스레 보살펴 키우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수컷은 어미와 새끼를 천적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사냥한 물고기를 물고 멀리서 잠수하여 둥지 곁으로 접근하는 신중한 행동으로 가족들을 보호한다.

어린 뿔논병아리들은 목에 흰 가로줄 무늬의 깃털로 어미로부터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어미들은 번식기인 봄과 여름 동안에는 갈대 숲의 색깔과 유사한 짙은 갈색 깃털로, 겨울에는 흰색 깃털로 바꾸어 입는 위장술의 귀재이다.

잠수술, 수중 춤, 깃털 색 변신과 위장술 그리고 생태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 등으로 종족과 개체를 유지하고 보존하는 ‘뿔논병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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