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漁村情談 ⑲ 해양관광과 바다맛이 어우러진 관광어촌
김준의 漁村情談 ⑲ 해양관광과 바다맛이 어우러진 관광어촌
  • 김준 박사
  • 승인 2019.09.06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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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항

 

[현대해양] 8월 여름 주말, 조금 물때에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서해 먼 바다에서 조업중인 연안자망, 연안안강망 심지어 오징어채낚기 어선까지 어항이 만원이다. 어젯밤에 편의점과 호프집은 온통 외국인 뱃사람들로 가득했다. 술이나 한 잔할까 하고 나갔던 지인이 약간 겁도 나고 있을 곳도 없다며 들어왔다. 현대판 ‘파시’쯤 될 성싶다. 신진도 국가어항의 모습이다.

신진도는 태안군에서 40㎞, 근흥면에서 1㎞ 거리 정죽반도 끝에 위치한 면적은 1.06㎢의 섬이다. 고려 성종 때 해안 방비를 위하여 만호진을 설치하였다. 조선조에는 안흥면에 속하였으며,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근흥면 신진도리가 되어 오늘에 이른다. 1980년대 서해안시대의 개발붐으로 서산과 태안 일대갯벌이 간척과 매립으로 농지와 공업단지가 조성되었다. 이후 1995년 신진대교 개통으로 신진도와 어항이 본격적으로 개발되었다. 신진도는 서해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섬으로 마을은 북서쪽의 신진마을과 동쪽의 아랫목마을이 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주요 수산물로 멸치·삼치·우럭 등이 있으며, 연안 간석지와 얕은 수심을 이용하여 양식업도 한다. 낚시나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으며, 가의도나 웅도 등대를 가려는 사람들이 배를 타는 곳이다. 특히 최근 개방된 웅도등대와 주변의 기암괴석이 아름다워 유람선을 타는 여행객이 많다.

 

바지락에서 오징어까지

꽃게 하역작업 중인 모습
꽃게 하역작업 중인 모습

어젯밤에 내렸던 예비특보는 우려대로 주의보가 바뀌었다. 섬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먼 거리를 달려왔는데 아쉽게 되었다. 덕분에 안흥항과 신진도와 마도를 꼽꼽하게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무엇보다 어젯밤 항구로 들어온 배의 안부가 궁금했다. 아직 위판장으로 잡은 수산물을 운반하지 못한 선주들의 고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알아듣는지 대답하는 외국인 선원들의 소리를 바람이 삼켜버렸다.

대형 수족관을 실은 차가 줄지어 들어왔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오징어다. 하역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것은 오징어가 아니라 금징어여. 이래가지고 오징어 팔기나 하겠어’라며 대야에 담아 차로 올린다. 동해바다를 대표하는 오징어가 이젠 서해바다에서 많이 잡히고 있다. 이때쯤이면 전라남도 진도 서망항은 파시가 형성될 정도로 오징어가 호황이었다. 흑산도에도 오징어배가 출현한 지 오래되었다. 먹물을 내뿜는 산오징어를 차로 옮겨 실은 배는 뒤로 빠져 정박을 하고 한숨을 내쉰다. 외국인 선원들도 갈무리를 하고 내릴 준비를 한다.

점심으로 오징어 물회를 시켰다. 물회는 포항이라 했던가. 오징어가 신진도에 입항을 했지만 오징어 물회 맛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삼척이나 강릉 등 동해안에서 보는 물회에 미치지 못한다. 대신에 홍합탕이나 우럭젓국은 권할 만하다. 새로운 식재료가 등장해도 지역음식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맛은 역사와 문화가 함께 베어야 제대로 맛이 난다. 우럭젓국이나 박속낙지 그리고 어리굴젓은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지만 오징어물회는 아니다. 국수를 말아서 내놓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다.

가을로 가는 길목에 손님을 기다리는 주인공들은 광어, 놀래미, 배도라치, 말똥성게, 소라, 홍합, 멍게, 키조개, 바지락, 멍게, 백합, 개조개, 고등어, 우럭, 장치, 까치상어까지 다양하다. 꽃게와 삼치 그리고 전어와 대하가 제철을 준비 중이다.

오징어를 활어차에 싣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오징어를 활어차에 싣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

서해바다 고기잡이 어선의 전시장

이렇게 다양한 수산물이 신진항에 올라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서해바다의 특성 때문이다. 서해바다의 가장 큰 특징은 섬과 갯벌이다. 옹진이나 신안처럼 많은 섬은 아니지만 외연열도, 격렬비도 그리고 원산도 주변의 크고 작은 섬이 충청지역의 바다를 풍요롭게 만든다. 섬 주변에 만들어진 다양한 갯벌과 섬에서 비롯된 유기물들도 큰 역할을 한다. 수온의 변화와 냉수대까지 생기면서 동해안에서 보이는 어류들이 서해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찍부터 태안은 어염이 풍부한 곳이었다. 가로림만, 천수만, 안면도 그리고 굴곡도가 큰 해안의 다양한 갯벌은 해양생물이 서식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여기에 경관마저 빼어나고 대부분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비록 천수만이 가로막히고 서산과 당진 등 곳곳이 간척과 매립으로 큰 상처를 입었지만바다는 여전히 풍성한 선물을 내주고 있다. 그 바다에서 조업을 하는 배들이 모두 신진항으로 들어왔다.

신진항으로 들어오는 오징어배
신진항으로 들어오는 오징어배
신진도 선착장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 멀리 보이는섬이 가의도
신진도 선착장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 멀리 보이는섬이 가의도

근해안강망 근해자망 오징어채낚기 근해통발 등 충남 먼바다 고기잡이 배가 모두 신지도항으로 들어왔다. 특히 커다란 닻을 한 개에서 많게는 4개씩 실은 안강망어선이 가장 많다. 안강망은 주목망에서부터 이어져온 서해를 대표하는 어법이다. 오징어를 잡든, 새우를 잡든, 장어를 잡든 공통점은 선원들이 대부분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베트남 스리랑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사람들이다. 이들 중 숙련자는 180만 원대에서 초보자는 140만 원대의 임금을 받는다. 오래 일하면서 선주의 신임을 얻어 200만 원대로 진입한 선원들도 있다. 오늘처럼 조금에 태풍이 겹치는 날이면 해가 지면 외국인 선원들로 편의점마다 만원이다. 그래서인지편의점이나 가게 앞에 의지와 탁자가 놓이고 야외 맥주집 분위기가 된다. 호주머니가 넉넉한 선원은 호프집을 택하지만 대부분 맥주를 들고 바닷가나 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밤새 모여서 소란스럽다. 반세기 전 서해의 섬과 어촌의 파시가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다만 선원들만 동남아인으로 바뀌었다.

 

해양관광의 새로운 명소

신진도항에서는 가의도로 가는 도선과 안흥유람선을 탈 수 있다. 가의도는 육쪽마늘의 종묘 채종지로 알려져 있으며 큰 은행나무가 인상적이다. 반시간이면 갈 수 있고 섬을 산책하듯 돌아보고 올 수 있는 곳이다. 유람선은 등대가 있는 옹도에 내려 등대를 둘러보고 오가는 길에 기암괴석을 살펴볼 수 있다. 등대를 둘러보지 않는 코스도 있다.

격렬비도등대
격렬비도등대

태안반도를 지켜 준다는 사자바위, 돛대바위, 코끼리바위 등 다양한 모양을 한 기암괴석을 돌아 볼 수 있다. 조만간 격렬비열도까지 유람선이 오갈 것이라고 한다. 격렬비열도는 서해 끝섬이다. 제주에서 물질온 상군 해녀들이 물질을 하기 위해 오갔던 곳이다. 가의도, 옹도, 궁시도, 병풍도, 석도, 격렬비열도는 모두 무인도이다. 섬이 아름답고 기암괴석이 발달해 안전한 유람선이 운항을 한다면 기대할 만한 곳들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섬이 가의도에 속하는 격렬비열도이다. 신진도에서 약 55㎞ 떨어져 있는 격렬비열도는 북격렬비도, 동격렬비도, 서격렬비도 등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태안군 근서면에 속하였다가 1914년 서산군 근흥면으로, 다시 1989년 태안군이 신설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북격렬비도는 한때 주민이 거주하며 고구마와 콩을 재배했다. 이곳에 높이 107m의 등대가 있다. 1909년 2월 불을 밝혀고, 1994년 무안등대가 되었다가 2015년 7월 유인등대로 전환했다. 한반도 주변정세와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에 따른 조치였다. 몇 년 전 중국인이 격렬비열도의 무인도를 매입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충남시장군수협의회는 최근 ‘격렬비열도 국가매입 및 구가관리 연안항 지정’ 공동건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세 섬 중에 해안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동격결비도이다. 해식애, 해식동, 시스텍, 주상절리가 빼어나다. 동격렬비도에는 첨성대 모양을 한 영해기점도서를 알리는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다. 격렬비도는 ‘서해의 독도’라 일컫는 대한민국 최서단 영해기준점이 되는 섬이다. 서해는 최북단에 백령도, 격렬비열도, 어청도, 그리고 가거도로 이어지는 영해기점도서들이다.

조금에 태풍까지 겹치면서 신진도항은 빈틈이 없이 피항한 배들로 빼곡하다. 이런 때 긴급대피할 수 있도록 지정한 어항이 국가어항이다. 그런데 신진도어항은 단순한 대피어항이 아니다. 수산물이 유통되는 위판장이 있고, 어구를 수리하고 부족한 것을 구할 수 있는 어구점과 필요한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인력시장도갖춰져 있다. 여기에 낚시, 섬여행, 등대 여기에 해양문화재전시관까지 갖췄다. 여기에 태안해안국립공원이 있으니 자연경관이야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또 수산시장과 해양문화와 해양레저까지 갖춰져 있다. 최근 마도와 신진도 인근 바다에서 건져 올린 5척의 고선박과 청자와 백자 그리고 옹기 등 2만8,000여 점의 유물이 수중발굴되어 ‘태안해양문화재연구소’ 전시관을 개관했다. 아직 마리나 시설은 아직 미흡하지만 이것도 시간문제일 듯하다. 배후에 가로림만과 신두리사구와 두웅습지 등 좋은 생태관광 자원도 있다. 격렬비열도 유람선 운항을 계기로 신지도가 충청도 해양관광의 거점으로 자리하길 빌어본다. 

태안음식으로 유명한 우럭젓국
태안음식으로 유명한 우럭젓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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