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토종 참꼬막 인공 종묘생산
국내 최초, 토종 참꼬막 인공 종묘생산
  • 송진영 기자
  • 승인 2019.09.0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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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 ‘다산해양종묘’ 김주환 대표

[현대해양] 맛과 영양이 뛰어난 벌교 참꼬막, 아무리 밥맛을 잃어도 꼬막만 있으면 입맛이 돌아온다는 벌교 꼬막이다. 1996년부터 2000년 초반까지는 중국으로 대량으로 수출까지 했던 벌교 꼬막은 2010년에는 20만 원, 2012년 무렵에는 50만 원선까지 올랐던 적이 있었다. 자연산 참꼬막 자원이 급속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12년, 어려움을 겪는 패류계에 희소식이 들렸다. 어렵다던 참꼬막의 인공종자생산이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그 주인공은 전남 강진에 위치한 ‘다산해양종묘’ 김주환(56) 대표다.

 

 

인문학도, 무역업자에서 양식업자로 변신

김주환 대표
김주환 대표

김 대표는 1989년, 28세 늦은 나이에 대만으로 건너가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졸업을 목전에 두고 무역업에 뛰어 들었다. 공업제품, 직물원단, 의류 등을 취급하다 IMF사태를 만나 무역업이 위기를 겪을 무렵 수출품목을 꼬막으로 바꿨다. 당시 꼬막은 수출효자 상품이었다. 그는 벌교 참꼬막을 중국에 수출하면서 패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중국은 패류양식 역사가 500년이나 되고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1996년 이매패류 중에서는 가장 어렵다는 참꼬막의 인공종묘 생산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나 1996년부터 해오던 꼬막 수출은 자원 감소로 해가 갈수록 물량이 줄어들다가 2002년 결국 수출이 중단됐고, 그 무렵 김 대표는 중국의 꼬막산업을 떠올리며 참꼬막의 인공종자 생산 계획을 세웠다. 2008년 말, 전남 강진군 도암면 월곶로에 25억 원을 투입, 대지 25,080㎡(7,600평)에 건평 8,250㎡(2,500평) 규모의 종묘배양장을 지었고 2010년 중국 박사급 전문가와 패류 기술자 9명을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2009년 겨울부터 인공종자 생산에 들어갔지만 중국과는 다른 우리나라 해양상태로 3년간 대량생산을 이루지 못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2011년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부화유생의 단계별 먹이생물 개발과 먹이배양 시스템을 만들어 냄으로써 드디어 참꼬막 인공종자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연간 생산물량은 100~200kg, 1~2mm 크기의 치패 1~2억 마리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참꼬막 인공종자 생산 성공

참꼬막 중간육성장에서 어장관리 하는 모습

참꼬막의 인공종묘 생산은 12월 시작해 이듬해 6월이면 끝난다. 배양장 수조에 갯벌을 깔아 서식상태를 바다와 같이 만든 다음, 어미 조개를 깔아 가온을 하고 미세조류를 넣어준다. 가온은 참꼬막의 산란시기를 7월 말에서 3월 말로 앞당기기 위해서다. 이렇게 산란, 부화된 유생은 5~6월이 지나면 1~2mm 크기로 자라 출묘가 가능해진다.

“인근 어촌계에 갯벌 20ha를 행사계약으로 확보, 치패를 살포해 중간육성 과정을 거쳐 1년 만에 1cm 크기의 종패로 기르는데도 성공했다. 참꼬막의 인공종자 생산이 산업적으로도 성공을 이룬 것이다. 다산해양종묘가 생산하는 치패와 종패 매출액이 연간 4억 원에 달하지만 이는 절반의 성공일 뿐”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치패를 양식 가능한 갯벌에 대규모로 살포해 참꼬막 자원을 늘려야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치패 살포 사업은 일개 어촌계나 개인이 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정부 등 관련 행정기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어렵다”며 김 대표는 “인공종묘생산은 잠재력이 큰 미래산업이지만 정부의 관심이 미비하다. 갯벌만 있으면 되는 이매패류 양식을 좋은 갯벌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미래산업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어렵게 성공한 참꼬막 치패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가리비, 맛, 백합, 새조개 등 각종 패류의 인공종자 생산 사업도 활발해져 연안 갯벌의 패류 자원을 크게 증대시켜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패류 인공종자 사업이 우리나라 수산업의 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김 대표는 현재 1cm로 규정돼 있는 참꼬막의 종패 방류 크기가 7~8mm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종패의 크기가 작아지면 당해 연도에 출하가 가능해 월동으로 인한 폐사를 줄이고, 종패의 생산 단가도 30% 정도 낮아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새조개, 모시조개, 백합 등의 치패 방류 크기는 현재 5mm로 정해져 있다. 참꼬막은 이들 조개보다 크기가 훨씬 작은 소형 패류인데도 방류크기를 1cm로 정해 놓은 것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경제적이지도 않다”고 언급했다.

 

귀어 초보자 위한 ‘참꼬막 논양식’ 연구

전남 강진군은 참꼬막 중간육성사업으로 ‘수산패류메카’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강진군은 갯벌이 크지 않아 갯벌 수산물이 대량으로 생산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패류가 서식하고 있어 꼬막, 새조개, 맛조개 등의 치패 육성을 특화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계획한 것이다.

치패 입식 후 세묘 등 어장관리에 따라 성장속도와 폐사율이 크게 달라진다. 꼬막은 다른 패류와 달리 이동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 조위망 시설을 하고 그 안에 치패를 넣어 육성한다. 이 과정에서 치패에 기생충이나 따개비 등 해적생물이 달라붙어 성장을 방해하기 일쑤다. 세묘란 이들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치패 크기에 맞는 그물망을 이용해 세묘 작업을 수시로 해주면 꼬막의 성장속도도 가늠할 수 있어 어장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 중간육성 후 종패를 출하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성패로 육성할 수도 있다. 이 어업은 국내에 없던 어업으로 수산업법상 명칭도 없다. 김 대표는 “지자체가 앞장서서 관련기관에 새로운 양식어업으로 등록해 행정적인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양식어업 허가에 따라 관련 지원도 받게 되면 꼬막 양식 산업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며 기대심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이제 갯벌을 벗어나 논에서 참꼬막을 양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해안에 인접한 논에 바닷물을 끌어들여 갯벌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 꼬막을 기른다는 이야기다. 이름하여 ‘참꼬막 논양식’이다. 바다는 멀리 떨어져 있어 이동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체력 소모도 많을뿐더러 썰물과 밀물, 날씨 등의 제약을 많이 받지만 논은 기상 제약이 적어 편리하다는 것. 또 바다 갯벌은 펄이 깊어 둑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논은 둑을 일부러 만들 필요가 없고 얕아서 작업이 편리하며 염도 조절이 가능해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 김 대표는 “생물은 사람 손끝에서 자란다는 말이 있다. 관리를 잘 하려면 조작이 용이한 곳에 어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기존 논에 바닷물이 들어가는 순간 영양염류가 많은 갯벌 생태로 바뀐다. 바닷물이 육수보다 영양분이 훨씬 많은데 먹이가 되는 미세조류는 가둬놓은 물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논양식은 바닷물에 들어있는 미세조류가 먹이가 되니 사료비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노지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증식시켜 먹이로 활용하면 된다.

전복이나 굴 양식은 어장이 있어야 하고 시설비가 많이 들지만, 참꼬막 논양식은 시설비가 들지 않는다. 또 많은 경험이나 기술이 필요 없어 바다경험이 없는 귀어귀촌인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양장 내부
배양장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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