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기자재 전쟁서 밀려난 한국
양식기자재 전쟁서 밀려난 한국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9.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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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산업 규모화부터 선행돼야

[현대해양] 양식산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자 각국이 앞다퉈 기자재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우리나라는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이 무대 뒤로 밀려난 형국이다. 미래수산업 신성장동력으로 양식산업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관련 기자재산업은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청신호 켜진 양식기자재 시장

UN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74억명의 인구가 2030년께 85억명, 2050년 97억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으로 수산물이 주목받고 있다. OECD, FAO(세계식량농업기구) 공동 식품전망보고서 2016에 따르면 양식사료계수(1kg 생산을 위해 투입사료량) 상 소(8), 돼지(4), 닭(2.5)에 비해 수산물(1.5)은 낮게 조사됐다. 비용 가성비가 뛰어난 수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에 각국의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최근 수산자원 고갈에 대한 국제기구와 국가 간 통제관리가 강화되는 추세에서 잡는 어업이 아닌 기르는 어업인 양식이 각광받고 있다. 미래 신기술 학자인 윌리암 하랄(William Halal)은 미래에는 양식업이 세계의 주력산업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양식기자재 산업의 전망이 밝다. 미국 투자사인 ‘The Freedom Group’은 양식기자재시장이 2017년 636억달러에서 2022년 89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중 아시아 태평양지역은 2017년 500억달러에서 2022년 705억달러로 전체 시장에서 80%를 차지하며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식기자재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 △양식용 의약품 등을 포함한 수처리화학제품 △양식장 시설 및 장비 등의 양식장비로 구분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수산업 주요 기자재의 글로벌 경쟁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세계 양식기자재산업에서 사료분야가 55%로, 양식장비가 30%대, 수처리화학제품이 10% 이내로 조사됐다. 사료산업은 시장이 크다 보니 원활한 원료수입 및 가공을 위해 일정 이상의 규모를 갖춘 대형사료생산업체들이 대륙별로 입지를 구축한 점이 특징이다. 글로벌 기업들인 Nutreco, EWOS, BioMar, Cargill, Charoen, Pokphand, Tongwei, Uni-President, Central Proteinaprima, Grobes 등 10개사가 시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히, 최근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다음으로 세계 4위의 양식생산국가로 부상하는 베트남에서 미국의 Cargil, 태국의 Charoen Pokphand, 인도네시아의 Japfa Comfeed가 격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처리화학제품은 사료시장 선도기업이 해당분야도 선점하는 경향이 있다.

양식장비산업의 경우 수산물분야마다 활용되는 장비가 다양하여 수백 개의 기업이 수조, 어망, 펌프, 필터, 급이시설, 순환시스템 등 각 요소별로 각 지역 시장을 꿰찬 상황이다.

한편, 대륙별로 양식산업 수준에 따라 양식기자재 수요도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아프리카, 중동과 같이 양식산업이 기반이 미흡한 지역은 탱크, 어망, 펌프, 필터 등 장비에 대한 수요가, 노르웨이, 덴마크, 미국, 칠레, 페루 등 양식산업이 성숙기에 도달한 국가들은 의약품, 면역증강제 등 수처리화학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

 

1%에 그친 한국 성적표

마창모 KMI 실장

‘수산업 주요 기자재의 글로벌 경쟁력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양식 기자재 시장 규모는 연간 7,228억원으로 사료제조업이 2,126억원, 양식장 시설 및 장비 생산업 5,000억원, 양식용 의약품 및 관련제품 제조업 102억원으로 추산됐다. 양식장비산업의 세계 비중은 2.3%에 달하지만 사료는 0.5%를 밑돌며 수처리화학제품은 0.2%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양식기자재산업이 발달한 선진국들을 보면 양식장 규모도 덩달아 굵직하다. 주요 사료 수출국가를 놓고 볼때 미국, 네델란드, 독일, 벨기에, 영국, 중국 등이 전체 시장의 50%를 차지한다. 한국은 29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식사료산업은 최근 어린물고기 등이 포함된 생사료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친환경 배합사료로 대폭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수산과학원 사료연구센터 관계자는 “정부는 2022년까지 배합사료 이용을 의무화한다는 입장이고 최근 ‘양식산업발전법’이 통과되면서 어린물고기를 못 잡게 하는 정책과 맞물려 배합사료 사용은 초읽기”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 사료사업부의 경우 배합사료의 시장성을 포착하고 인도네시아, 중국 어종에 맞는 배합사료를 지역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배합사료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에 있다는 평가다. 사료연구센터 관계자는 “현재 넙치(광어) 분야에서 가장 많이 공급되는 배합사료를 시중 유통되는 것들 중 최상품으로 꼽히는 일본 사료와 비교 실험한 결과, 성장, 시료이용성 등에서 차이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성과에도 일각에서는 사료산업 선진국들은 배합비와 더불어 영양소의 소화률, 질소 환경부하 감축 등에 대한 배합사료 연구가 진행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배합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배합사료 제조산업을 육성을 위한 산업적 투자가 미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마창모 KMI 양식어촌연구실장은 지난 2019년 해양수산전망대회에서 “배합사료 사용에 따른 생산방법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 현장 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배합사료 사용 확대를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 중심의 협의체를 만들고 정책과 R&D의 전 과정에 대한 투명성 확보가 요구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미국,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노동자들의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산소정화기, 사료공급장치 등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전자통신기술(ICT)이 가미된 ‘스마트양식’이 주목받고 있다. ICT 기술을 1차산업인 양식장에 접목시켜 비용은 감축하고 생산량은 증대시킨다는 복안으로 세계 최초로 5G시대를 연 우리나라가 스마트양식 선점은 ‘떼놓은 당상’이 아닌가라는 말도 나올 법 한데 실상은 기대를 불식시키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스마트양식 관련 각종 연구개발에 나서고 큰 줄기는 잡힌 상황이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스마트양식이 추구하는 자동화, 지능화와는 거리가 먼 사료공급 타이머나 CCTV 등의 단순기계 구축이 스마트양식으로 치환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조차 갈길 멀다는 반응이다 보니 세계와의 기술수준의 간극도 벌어지는 형국이다.

엄선희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장(전 KMI 수산정책실장) “우리나라의 양식산업의 특징이 소규모이고 아직 스마트 양식 기반 구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주로 소모품 형태의 기자재 사용이 많은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비용 절감을 위해 저가제품을 수입해서 쓰는 경향이 많고 여전히 개인의 노하우와 경험치가 중요하다보니 현실적으로 스마트양식이 자리매김하기 힘든 환경이다.

이에 반해 해상가두리 플랫폼, 급이용 바지선, 사료산업 등 전후방 산업들로 수십조 원에 이르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노르웨이에서는 양식장에 이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 가공, 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니터링하는 소수의 인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과정이 자동화 돼 있다.

또한, 양식 선진국으로 명성이 자자한 덴마크의 최대 양식기자재 업체인 ‘Oxyguard’는 양식업의 모든 영역에서 ICT 전공자를 임직원 1/3으로 배치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양식 소프트웨어 즉,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및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축적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덴마크의 BioMar, Danish Salmon, AquaPri, Danaqua, Aller Aqua, Kongeåens Dambrug를 포함해 DTU-Aqua(덴마크공과대학 양식연구소) 및 University of Copenhagen(코펜하겐대학교)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머리를 맞대고 있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이라는 역량을 활용하지 못하고 될성부른 스마트양식 분야도 무대 뒤로 밀려나 있는 것이다.

 

양식산업부터 융합해야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소품종 다종 생산이다 보니 한번 양식 ‘농사’가 망하면 영세한 어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새로운 기술력을 도입하기란 현실적으로 버거운 실정이다. 이에 현장에서 기술 수준이 맴돌고 있을 뿐 축적되지 못하는 악순환고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양식장의 70%가 포진한 전라남도의 양식기자재 연구기관인 전남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의 나현호 연안산업팀장은 “상당한 기술을 갖춘 장비들이 연구개발됐지만 적용할 양식장들이 대부분이 여전히 인력 중심이며, 소규모 형태이다 보니 보편화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양식기자재산업을 견인하기 위해 양식규모부터 키워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인 양식산업 트렌드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대자본과 기술력으로 선점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은 국내 양식기자재산업이 눈길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의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양식단위들을 단일대오화하여 자본력, 기술력, 마케팅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엄선희 소장(전 KMI 수산정책실장)은 “대내외적으로 국내 양식기자재 활성화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점은 양식기자재산업은 양식산업의 후방산업으로 양식산업 발전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특히, 융복합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양식 기반이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의미의 일환으로 첨단기술과 양식기술 간 융·복합을 촉진하고, 외부 투자처 등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 2016년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미래양식투자포럼이 발족됐다. 지난 2017년 양식미래포럼에서 마창모 실장은 미래양식투자포럼의 설립배경에 대해 “양식산업을 위한 기술, 기업, 자본의 혁신시장 플랫폼을 구축하고, 개방형 협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과 가치분배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와 같이 정부와 전문기관에서 목청을 높여도 현장 어민들이 귀를 닫고 있어 판도는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소비자 입맛을 잡은 연어가 생산되는 북유럽 양식장과 우리나라의 양식장을 견주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노르웨이의 연어양식 기업인 ‘Marine Harvest’는 1965년 창립 이후 지속적인 인수·합병를 거쳐 24개국에서 2016년 기준 38만톤의 연어를 생산하는 종사원 1만 2,718명 규모로 성장했다. 판매 매출액은 한화 4조 5,000억원, 영업이익은 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첨단 자동화가 창립이후 계속해서 진일보하여 축적한 데이터와 자동화 설비들을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노르웨이 2위 양식업체 ‘Cermaq’는 농업전문회사였으나 1996년 ‘NorAqua’사 인수 이후 연어 양식 및 가공 분야에 진출, 종사원 4,000명 연간 연어생산량 14만톤 규모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4년 일본 미쯔비시가 1조 5,000억원을 투자해 합류하면서 글로벌 양식기업으로 우뚝 섰다.

양식산업이 수산업 성장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지금, 현재의 양식시스템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뒤쳐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양식산업 성장을 통한 연관산업의 활성화가 시급해 보인다. 

통영 스마트양식장 시연회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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