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영화, 바다가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
해양영화, 바다가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
  • 허지원 창원산업진흥원 연구원
  • 승인 2019.09.1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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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해양영화는 기본적으로 바다를 소재로 하는 영화를 뜻한다. 그럼 장르와 상관없이 바다가 나오면 다 해양영화일까? 꼭 주제가 바다여야만 해양영화일까? 해양영화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장르는 아니기에 그 경계가 모호한 것은 분명하지만 국내외 여러 곳에서 해양영화제가 개최되고 있음을 볼 때, 바다가 서사의주요한 요소로 작용하여 이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펼친다면 장르를 불문하고 해양영화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양과 관련된 영화는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죠스, 해운대, 타이타닉과 같은 위험 요소들이 내재돼 있는 영화가 떠오를 것이다. 아니면 니모를 찾아서, 모아나, 라이프오브파이와 같은 모험 영화가 떠오를 수도 있고, 당신이 서핑을 좋아한다면 폭풍 속으로, 드리프트, 소울서퍼 같은 영화가 떠오를 수도 있다.

필자는 2015년부터 개최된 Sea & See 해양영화제를 필두로, 2018년까지 부산시에서 해양영화제를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현재도 바다를 너무나 사랑하고, 많은 사람이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바다를 이해하는 폭이 다양하고 넓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해양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 편씩 풀어보려고 한다.

여기서는 영화 분석의 원칙과 방법에 따라 해설하는 비평이 아니라, 바다를 여러 가지 관점에서 이해하고, 다양하게 느낌으로써 독자들의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깊어지기를 바라며,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첫 번째 이야기, 그랑블루

뤽 베송 감독의 <그랑블루(Le Grand Bleu)>는 다이버들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컬트 영화로 손꼽힌다. 이 영화는 뤽 베송 감독이 프리다이버였던 프랑스의 자크 마욜(Jacques Mayol)을 직접 찾아서 그와 이탈리아의 엔조 몰리나리(Enzo Molonari)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본을 썼고 1988년에 제작되었다.

그리스의 한 어촌에서 태어난 주인공 자크는 아버지가 잠수 중 사망한 후 돌고래를 가족으로 여기면서 성장한다. 자크에게는 엔조라는 친구가 있는데 두 사람은 잠수 실력을 겨루며 우정을 다져간다. 어른이 된 후 자크와 엔조는 재회를 하고 엔조의 초청으로 잠수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자크는 챔피언인 엔조를 제치고 승리를 하고, 엔조는 본인의 명성이 무너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자크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잠수를 시도하다 죽게 된다. 자책감에 시달리는 자크는 봐야 할 게 있다며 바닷속으로 들어가려는 자크에게 그의 연인은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고, 현실은 여기 있다고 외치지만 자크의 단호한 의지에 그의 세계인 ‘바다’로 보내주게 된다. 절절한 외침을 뒤로하고 사랑하는 여인과 태어날 아기를 버려두고 바다 밑으로 내려가 돌고래의 손짓에 화답하며 돌고래를 따라가는 자크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에서는 시종일관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두 프리 다이버의 우정과 경쟁을 코발트블루의 바다 배경으로 전개해나간다. 영화는 긴박함과 감정소모의 기승전결 대신 전체적으로 푸른색의 바다가 주는 신비감과 바다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이야기한다.

영화 속 자크는 그저 바다를 목적 없이 사랑하고, 그 속에 있기를 원한다. 바다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심해의 암흑 속 공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더 깊이 탐닉한다. 그리고 그는 “가장 힘든 것은 바다 맨 밑에 있을 때야. 왜냐하면 다시 올라와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거든”이라고 말한다. 자크처럼 사랑하는 절대적인무언가를 위해서 기득권을 다 버리고 갈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되겠는가. 얼마나 깊은 애정이 있어야 현실의 모든 것에서 초연해질 수 있을까.

사람들은 끊임없이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지향하고 있을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고찰하지만 이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대부분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나이가 들수록 대단한 사람이 되어있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하면서도 현실과 타협하면서 살아간다.

모든 사랑이 장밋빛 미래만을 그리지 않는다. 때로는 두려움을 동반해서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뒷걸음치게 만들기도 하고,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불가능한 일에 목숨을 거는 무모한 행동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은 열정을 부르고 열정은 고독하다. 열정만으로 모든 걸 이룰 수 없고, 때론 열정의 대가로 많은 것을 잃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내 안에 남아있는 무언가는 삶의 원동력이 되어 인생에서 한걸음 나아가게 만든다. 현실과 타협한다는 것은 내 안의 열정을 잃는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일상을 지키는 용기를 성숙함이라 여기기에 영화 속에서 목숨 걸고 사랑에 빠지는 쟈크의 선택이 빛나 보였으리라 생각된다.

참고로, 레프테리스 차리토스 감독의 <그랑블루 : 자크마욜의 삶>에서 자크마욜의 프리다이빙은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도전이 아니라, 고요한 바다 안에서 인간 내면에 깊숙이 다다를 수 있고, 바닷속에서 호흡함으로써 바다와 인간이 한 몸이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철학을 볼 수 있다. 관객들에게 일본, 유럽, 인도, 바하마 등 마욜의 여정을 따라서 프리다이빙의 경험을 간접 체험하게 할 수 있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프리다이빙의 세계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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