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자원관리, 명분보다 내실있는 정책 필요
수산자원관리, 명분보다 내실있는 정책 필요
  • 천금석 대형선망수협 조합장
  • 승인 2019.09.1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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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UN해양법발효에 따른 연안국의 어업자원에 대한 관할권 강화 및 전통적 어업관리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1999년도에 시범사업으로 도입하게 된 제도였다. 그 당시 대형선망어업의 경우 고등어, 전갱이 등의 표층 회유성 어종에 대한 시범사업을 통해 타업종보다 선도적으로 시행했으며, 시범시행을 통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도개선을 해나갈 것을 정부에서도 약속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혀 달라진 것 없이 어업인은 어업인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서로 불신만 쌓여가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표층 회유성 어종은 한·중·일 3국의 어장 특성상 한 국가만의 자원관리로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고등어의 경우 대마계군이 북상해 서해로 동해로 회유를 하게 되고 FAO 자료를 인용하면 한·중·일 3국은 연간 백만 톤(태평양어군 포함)정도를 어획하게 되는데 국가 간의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한국의 어획량이 감소하면 타국의 어획량이 증가되고 반대로 한국의 어획량이 증가하면 타국의 어획량이 감소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한번 TAC 할당량이 배정되면 절대적인 양으로 고수하지만 인접국가는 어떤가? 연중 재평가를 통해서 현실에 맞는 자원관리를 하고 있고 동종업계의 선복량 역시 일본은 약 200톤, 중국은 변형된 어구어법인 호망어법으로 500톤까지 증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양적 규제는 물론 톤수 규제 등 여러 제약사항이 있는데 우리의 수산업 관련 법령은 규제백화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도 좀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TAC는 말 그대로 총허용어획량

TAC는 연간 한도 내에서 어획을 허용하는 자원관리제도이지만 우리 정부는 TAC 운영이 아닌 TEC(Total Expectation Catch)를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소진율이 낮으면 마치 평가가 잘못된 것처럼 팩트를 흐려버리고 차기년도 배정량을 삭감하는 등의 어획량에 절대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다.

바다의 자원은 이론에 근거한 현상보다 수온, 날씨 등 예상치 못한 외부환경요인에 의한 영향을 받는 불규칙함이 상존한다. 하지만 이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최근 2019~2020년 TAC 시행에 종전과 달라진 점은 결정과정 중 분과위원회가 신설됐다는 점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자원평가를 하고 시행을 위한 행정예고까지 한 내용을 이 분과위원회에서는 어떠한 이유인지 설명도 없이 수정했고 그런 내용이 중앙수산조정위원회에서 가결됐는데 중앙수산조정위원회 구성원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정부의 자원량 산정 두 사례를 보듯이 누군가가 우리 과학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되어 버렸다. 소진율을 지적하고 분과위원회를 활성하기 전에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이 진정 TAC와 TEC의 경계선을 혼돈하지 않도록 세밀한 과학조사도 중요하지만 이를 인정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것이 어업인들이 적극적으로 TAC를 이행할 수 있는 믿음의 행정이라 생각한다.

수입 수산물이 물밀 듯이 들어오고 소비시장은 수산물을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 국내 수산물이 설 자리를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등어의 경우에도 어업인 스스로가 시행하는 자율휴어기간 동안 수입 물량이 집중적으로 시장에 들어와 결국 휴어기 이후 고등어 가격이 영향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당장 세이프가드를 요구는 하고 있지만 타산업과의 연관성 등을 감안해 이 마저도 힘든 것이 사실이다. 자원관리를 부정하거나 이를 인정하지 않는 어업인은 없다. 하지만 어업인이 경영이 되지 않는다면 자원관리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자원관리와 어업인 경영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TAC 경영개선자금의 경우에도 영어자금 소요액 한도에 포함돼 자금의 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이 역시도 신용도가 낮은 경우 지원받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지원은 사실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자원관리와 어업인 경영안정

정부가 TAC 기반 규제완화 시범사업을 한다며 참가 업종, 단체를 공모했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얼마만큼 잡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스스로 생산량을 결정하게 하는 등 업종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정확한 자원량 조사가 선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TAC 대상 어종 확대만이 자원관리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또한 ‘수산혁신 2030계획’ 내용에 포함된 연안-근해 조업구역 조정을 일부 어업인이 요구했다고 하지만 조업구역을 둘러싼 타 업종의 배척은 업종 간 심각한 갈등만 낳는다. 그럴듯한 대의명분의 뒤에서 알맹이 없는 정책을 수립하는 모습은 보이지 말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어선수는 4만여 척에 달한다. 하지만 수산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노르웨이, 뉴질랜드 등은 어떤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무조건 선진국 이론을 따르는 것은 제대로 이행되지도 않을뿐더러 어업인들로부터 불신만 양산하게 된다. 당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더라도 허가정수 이내로 허가를 정리하고 그 다음 자원관리 정책을 펴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명분보다 내실

자연도태만이 답은 아니다. 자원관리 정책과 어업인의 안정적인 경영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인 감척사업을 통한 퇴로 마련과 휴어기간 동안 안정적인 사업보전을 위한 기금의 지원이 절실하다.

최근 부산공동어시장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다들 느낄 것이다. 대형선망어업의 3개월 휴어기간 동안 이 곳 공동어시장은 그야말로 조용하기만 했다. 하지만 휴어기가 끝난 지금은 코끝을 찌르는 바다 냄새를 맡아 가며 수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생활터전으로 일거리를 찾아 다시 새벽을 열고 있다.

수산인 유권자가 적어서, 혹은 수산업이 대한민국 경제에서 미미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서 수산업과 수산인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수산인들이 우리나라 식량산업과 식량안보를 지킨다는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명분을 내세우기보다 진정 내실있는 정책을 수립해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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