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지 기자
전문지 기자
  • 발행인(수산해양정책학 박사)
  • 승인 2019.09.06 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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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몇 년 전에 은퇴한 수산계 원로 언론인 남달성 씨와 통화를 하였습니다. 최근 큰 수술을 하였다기에 안부인사차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남씨는 손꼽히는 일간지에서 시작하여 45년을 기자로 지냈고 수산사설을 30년 이상 쓴 수산 전문기자로서 일가를 이룬 분입니다.

「대양에 선 개척자들(1996)」 등 저서를 4편이나 내었으며 1970~80년대에서는 원양어선에 직접 승선하여 마이크로네시아, 남빙양, 북태평양의 조업현장을 취재·보도하며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통화 중에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하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은퇴 직후 2년 동안 하루 10시간씩 영어공부를 하였다고 합니다. 이유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산인들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노르웨이 유명 수산기업 마린 하베스트의 CEO에서부터 미국 뉴욕 브롱크스 헌츠 수산시장 상인, 스페인 라스팔마스의 원양어선 선장, 북태평양 알류산 열도 끝자락 어민까지, 인생 마지막 취재를 하고자 원대한 계획을 세웠던 것이지요. 그러나 건강이 나빠져 더 이상 현장으로 갈 수 없음에 아쉬워하며 해양수산 전문지 경영에 뛰어든 제게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주셨습니다.

일일이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요약하자면 돈에 비굴해지지 말고 전문지다운 기사를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자들을 잘 양성하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상과 달리 전문지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이런 말을 남긴 그도 마지막 저서에서 업계로부터 받은 수모와 설움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으니까요.

얼마 전 모 수산단체에서 창간 축하 광고비로 30만원을 책정했다기에 총괄책임자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일간지 광고를 내다보니 올 홍보예산이 모자라 그렇게 되었다며 조만간 식사나 하자고 했습니다. 밥은 제가 사겠다고 했습니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나 현재 해양수산계가 바라보는 전문지의 가치가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다가오면 귀찮은.

그러나 전문지 수준은 해당 산업의 바로미터입니다. 제대로 된 전문지는 탄탄한 논리로 설득력 있는 언로(言路)를 만들고, 정보의 중요도를 정리하며 전문가들의 여론을 집중시켜 해당 산업 발전에 기여하게 됩니다. 전자, 디자인, 농업, 환경 등 타 산업분야에서는 성공한 많은 전문지들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 해양수산계 전문지의 성장은 더디기만 합니다. 젊고 패기 넘치는 기자를 길러내기도 어렵습니다. 이러한 관행을 만든 전문지도 책임이 있겠지만 업계의 시각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전문지의 지원이 낭비가 아니라 해양수산업의 뿌리를 다지는 일임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전문지도 해양수산계의 한 영역임을 인정하고 동류의식(同類意識)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제2, 제3의 남달성 기자를 키울 수가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날을 위해 앞만 보고 뚜벅 뚜벅 나아가겠습니다.

남 기자님, 건강 빨리 좋아지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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