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미숙으로 닫힌 스텔라데이지호 판도라상자
경험 미숙으로 닫힌 스텔라데이지호 판도라상자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8.0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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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양] 지난 2월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과정에서 인양된 ‘항해기록저장장치(VDR)’의 추출결과가 영국의 전문업체로부터 지난달 26일 수령됐다.

VDR 자체 결함이 상당해 결과적으로 당시 선원들의 육성은 빠진 채 데이터 일부분만 공개되는데 그쳤다. VDR에는 침몰당시 항로, 속도 등 운항 관련 데이터 및 음성 데이터가 저장돼 있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원인과 실종자 생사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영국 전문업체는 VDR 내 데이터 칩 2개 중 1개는 개봉 당시 파열돼 데이터 추출이 불가능했고 나머지 데이터 칩에서 7%가 복구됐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는 전세계 역대 VDR을 포함한 블랙박스 추출작업 20여건 중 10건을 도맡아 온 정도로 공신력을 갖췄다.

항공기의 블랙박스 역할과 유사한 VDR은 통상 심해 수중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갖고 있는데 이 업체는 스텔라데이지호의 VDR 데이터칩과 같이 금(Crack)이 가 있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며 국제적으로 알려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영국 측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수색 용역업체인 오션인피니트(Ocean Infinite)사의 VDR 부실관리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가 미국교통안전국(NTSB) 수석조사관 브라이언 영(Brian Young)에게 블랙박스 회수 후 운반 시 주의사항에 대해 문의한 결과 “수면 위로 건진 즉시 극초순수액에 보관돼야 하고 또한 일정한 간격으로 액체를 교체·보충해야 하는 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오션 인피니트측이 VDR에 고압으로 물을 분사하고, VDR 캡슐 상단과 하단을 인위적으로 분리하는 영상이 국내 방송사 자료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또한, 영국 업체에 전달되기 전 3주 동안 극초순수액도 교체한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계약책임자로서 부실한 관리 감독을 수행했기 때문인지 혹은 오션인피니트사의 과실이건 간에 50여억원을 투입해 어렵게 인양한 VDR의 데이터추출작업이 경험 미숙으로 좌초되고만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러한 경험 미숙은 스텔라데이지호 발생 직후부터 시작됐다. 초기에 외교부는 국방부 관계자와 동행해 3,000m 이상의 심해수색은 원천 불가능하다며 가족대책위를 상대로 공언했지만 이후 구글(google) 검색만 해도 엘파르호, 에어 프랑스447(Air France 447) 등 수색 성공 사례가 여러 건이 나온다는 가족대책위의 반문에 정부는 부랴부랴 수색 대책을 물색해야 했다. 아울러, 정부는 가족대책위에 VDR 회수 직후 2~3일이면 데이터추출이 가능하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미진했던 1차 수색이라고 인정한 정부가 2차 수색에 대해 관계부처와 협의 중인 가운데 국내외 전문가, 민간조직에 귀를 열 필요성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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