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峰의 새이야기 ㉔ 개개비
淸峰의 새이야기 ㉔ 개개비
  • 淸峰 송영한
  • 승인 2019.08.08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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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비와 연화낭자

 

깨록, 깨록, 깨록, 깨깨록, 깨뽑뽑똑, ~ ~ ~ 요란하고 높은 소프라노 노랫소리가 강가 습지에서 들려 온다.

이른 여름 더위에 지쳐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에서도 노래를 부르려는 새의 모습은 찾을 수 없고, 강가 갈대 숲속에서도 새를 볼 수는 없지만, 개개비가 사랑의 노래를 목청을 다하여 불려대고 있음이 분명하다.

짙은 여름 갈대 숲속에 숨어서 불러대는 숫 개개비(영명 : Oriental Reed Warbler / 학명 : Acroephalus arientalis, 몸 길이 : 18.5 Cm)의 짝을 찾는 사랑의 노래 소리는 요란스럽고 애절하게 들리기도 한다.

여름 철새인 개개비는 암수를 깃털의 색깔이나 몸의 크기로는 구별하기가 어렵다. 소프라노 음정으로 멋들어진 노래를 부르는 개개비는 수컷이고, 노래를 즐기는 개개비는 암컷이다. 개개비의 암컷은 수컷의 노래 실력을 평가하여 짝을 선택하는데, 암컷의 이러한 노력은 건강하고 우수한 유전인자(DNA)를 선택적으로 진화하기 위한 생태활동 중의 한 요소이다.

구전설화에 의하면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물줄기가 하나로 합치는 두물머리에 아리따운 낭자와 뱃사공이 살았다고 한다. 두물머리 강가에는 봄부터 연꽃이 아름답게 피어나기 시작한다. 두물머리 마을사람들은 마을의 아리따운 낭자를 강변의 연꽃과 같이 예뻐서 연화낭자라고 불렀다고.

마을의 총각들이 모두 연화낭자를 사모하여 사랑을 고백하였으나, 연화낭자는 눈길도 두지 않았다. 건너마을 뱃사공에게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뱃사공의 구성진 뱃노래 소리만 들리면 연화낭자는 나룻터로 뛰쳐나가 뱃사공의 뱃노래를 들으면서 연분홍 연꽃을 바라 보았다. 연화공주는 달밤이면 뱃사공을 사모하면서 강가에 연꽃들을 심었고 뱃사공은 연화공주를 위하여 멋진 뱃노래를 불렀다. 요즘도 두물머리에 많은 연꽃들이 피어나고 있고 개개비의 사랑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강가의 수양버들나무 그늘에서 목소리를 다듬고 목덜미를 뒤로 제쳐서 온 힘을 다하여 사랑의 노래를 불러대면서 암컷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숫개개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암컷은 사랑의 노래를 감상하며 진홍빛 주둥이에서 건강미와 자손의 번식을 위한 마력을 발현하는 장면이다.

최근에 야생조류를 촬영하는 사진 애호가들이 많다. 멋진 사진장면을 촬영하기 위하여 야생조류들의 서식지의 나뭇가지들을 베어내기도 하고, 보기 좋은 사진을 위하여 야생조류들의 둥지를 이동하기도 한다. 야생조류들을 사랑하는 조류 애호가들이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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