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해 가는 ‘반려어(魚)’시장
성장해 가는 ‘반려어(魚)’시장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8.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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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가치 산업...수출, 내수 활성화에 관심 가져야

[현대해양] 반려동물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반려어(Aqua-pet)로 불리는 관상어가 우리나라 반려동물 순위 3위에 등극했다. IMF 이후 가정집에서 사라졌던 관상어 수조들이 다시 거실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다.

 

관상어가 주는 잇점

주 5일제 시행과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취미생활이 다변화되는 가운데 관상어(Ornamental Fish)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한국관상어협회는 우리나라 관상어 애호가들이 5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적은 숫자로 보일지 모르나 충성도가 매우 높은 고객들이다.

청계 7가 수족관 상점

서울 종로구 청계 7가 수족관 상점 거리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금붕어, 구피 등 대중적인 어종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구라미, 베타 등 문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전문화되고 있다”고 하고 “아로와나, 피라루쿠 등 대형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묻기도 한다”고 밝혔다.

관상어를 수조에 들이는 것을 반려동물과 같이 ‘입양’한다고 하는데 애호가들은 관상어 입양을 위해 수 십 만원에서 수 억원을 들이기도 한다.

관상어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관계자는 “관상어를 수족관에 입양하는 것으로 반려어 주인의 임무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관상어가 아름다운 색감을 발산할 수 있도록 잘 키워내는데 열의를 쏟아야 한다”며, “관상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배설물이나, 먹이 찌꺼기를 제때 제거하고 적당한 주기의 물갈이하는 일도 필수다”라고 했다. 반려어 주인들은 매일 눈으로 관상어의 건강 및 발색상태 등을 확인하며 일방적이고 밀도 있는 관심을 쏟고 있다.

다른 반려동물처럼 만질 수 없고 주인을 반겨주는 강아지와 같은 애정을 반려어에게는 기대할 수 없지만 관상어를 키우면서 받는 이점이 상당하다고 애호가들은 입을 모은다. 물을 보며 멍하게 있는 상태를 ‘물멍’이라고 하는데 관상어 애호가들은 물멍을 하고 있으면 답답함이 멈춰지고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한다.

미국 정신심리학보고서에 따르면 수족관을 보는 행위 자체 만으로 △정서 안정, △아동 발달 및 치매 예방, △공격성향 감소, △맥박수 감소 및 스트레스 완화 등의 효과가 있다고 실증됐다.

이에 한국관상어협회는 반려어에 관심이 있는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만든 자조 모임인 ‘아쿠아 프렌즈 ’를 운영하고 있는 ‘새봄’과 함께 정신장애인과 독거어르신을 위한 관상어 치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박희준 한국관상어협회 전무이사는 “정신질환과 사회적 편견으로 지역사회에서 고립된 채 살아가는 정신장애인들이 반려어를 통해 정서적 위로를 받고 지역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하기 위한 일환으로 사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관상어는 아이들의 생태교육에 특히 효과 만점이다. 송영민 한국관상생물협회 이사는 “구피의 경우 6개월이면 50마리 이상 새끼를 낳는다. 짧은 기간 동안 알을 낳고 치어가 성어로 커가는 살아 움직이는 작은 생태계를 집에서 구현할 수 있어 관상어가 아이들에게 정서교육, 생태교육, 체험학습을 동시에 충족시켜준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수족관이 공기 정화 및 가습 효과의 기능도 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와 해외연구를 통해 많이 알려져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고 가습기 파동을 겪으면서 국민들이 관상어 사육에 관심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관상어를 키우면서 얻는 이와 같은 만족감들 이외 수족관 꾸미기에도 애호가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가의 관상어와 잘 어울리는 ‘수조 디스플레이’가 그것.

해양수산부 양식정책과 관계자는 “관상어를 기르는 측면뿐만 아니라 수조디스플레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8월에 우리 부가 개최하는 관상어박람회에서도 수조디스플레이 경연대회가 비중 있게 열릴 예정이다”고 전했다.

 

관상어 시장에 주목하는 주요 국가들

한국관상어협회 관계자들이 중국 관상어 기자재를 둘러보고 있다.
한국관상어협회 관계자들이 중국 관상어 기자재를 둘러보고 있다.

관상어산업은 관상어의 종묘생산과 양성 등 1차산업 분야, 2차산업인 어항, 사료, 약품, 산소발생기 등 관상어 용품사업, 사육과 관리, 교육, 전시서비스 등 3차산업까지 아우르는 복합산업의 성격을 띤다. 이외에도 육종, 신품종 종묘생산, 사육・양식 기술개발, 질병관리, 용품 개발 등 전후방산업과도 관련이 깊다.

이와 같이 관상어는 식용어에 비해 높은 부가가치를 띠며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세계는 관상어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관상어 산업 규모는 조사기관별로 상이 하나 한국관상어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기준 45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연평균 7~8%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분석 전문기관인 ‘QY Research’에 따르면(2015년 기준) 관상어 주요 생산국은 아시아(태국, 스리랑카, 싱가포르), 미국, 유럽 등에 집중되어 있다.

대표적인 관상어 생산기업으로는 ‘리우지(Liuji)’, ‘진허(Jiahe)’, ‘완진(Wanjin)’, ‘하오진(Haojin)’, ‘오아시스 피쉬 팜(Oasis Fish Farm)’, ‘아쿠라 레저(Aqua Leisure)’, ‘임페리얼 트로피칼스(Imperial Tropicals)’ 등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세계 상위 10개 기업의 비중이 전체 2.5%에 그칠 정도로 대형 기업이 없는 상황이다.

열대 환경 등 천혜의 관상어 서식지 환경을 갖춘 동남아 국가들은 관상어를 대량 생산해내며 세계 관상어 판도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2000년대 관상어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선정, 전 세계 관상생물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가가 나서 국제 관상어 박람회인 ‘아쿠아쇼(Aqua Show)’를 개최하고 있으며, 관상어를 양식할 수 있는 생산시설과 주변 국가를 통해 중계무역을 할 수 있는 유통시설을 도입한 관상어 생산 및 유통단지인 ‘팜웨이(Farm way)’를 구축했다. 이곳에서는 주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중국 등에서 관상어를 수입해 다시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등으로 재수출하는 중개무역을 구현해 내고 있다. 싱가포르 관상어 시장의 약 60%가 수출되고 있다.

중국의 관상어산업 열기도 뜨겁다. 중국어업보(中国渔业报)라는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관상어 생산액이 90억 위안(약 1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으며, 관상어 약품 및 시설 생산액은 113억 위안(약 1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양식지로 광저우, 상하이, 베이징, 텐진이 있으며 상하이에는 관상어 양식장 500여개가 있고, 베이징에는 대규모화 시설에 300 여종의 관상어가 양식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담수 관상어 위주로 성장했는데 내수시장의 성장과 함께 해외 수출입 시장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주요 수출국으로는 싱가포르, 호주, 러시아, 일본 등이고 수입국가로는 인도네시아, 대만, 말레이시아 등 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다.

일본은 잉어와 금붕어 육종에 대한 역사가 깊고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이며 어종별로 기자재 등이 세분화 돼 발달됐다.

대만의 경우 관상어산업이 오래 전부터 정부의 관심산업으로 각광받으며 특히 여러 관상어 중 ‘시클리드’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로 알려졌다.

유럽 관상어 시장은 독일이 선두로 네델란드, 스페인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유럽은 내수면 수질이 나빠 담수보다 해수 관상어 사육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시클리드과 중 디스커스, 아피스토, 엔젤 등 고급어종 수출 비중이 높다.

미국은 자국 반려동물 중 38% 이상이 관상어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으며, 수입액이 전 세계 1위에 달한다.

 

우리나라 대부분 관상어는 수입산

우리나라도 2000년대 후반부터 고부가가치의 관상어산업을 수산업의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제3차 수산진흥종합대책에 수산관상생물 발전기반 계획이 포함됐으며, 2011년 관상어산업 육성 기본 계획이 마련됐다. 지난 2013년에는 ‘관상어산업 육성 및 지원을 위한 법령’이 제정되고 지원책이 수립되면서 관상어 육성·지원 체제가 갖춰져 △10대 수출 전략품목에 선정, △관상어 R&D 클러스터 구성, △관상어박람회 개최 등이 진행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4년 기준 국내 관상생물 전문 생산업체는 98개소이며, 이중 열대어류가 51개소, 나머지(비단잉어·금붕어 등)가 47개소에 이른다. 이외에도 소규모 비 전업 생산업체가 약 200여 개소 이상으로 파악되며, 양식업체 이외에도 생물 유통과 판매업체가 운영되고 있다.

이렇듯 관상어산업이 우리나라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국내 관상어 시장의 90%는 수입 관상어와 용품들로 채워져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5~17위 수준의 관상어 수입국으로 중국이나 말레이시아, 태국에서 오는 수입 관상어들이 대부분이다.

관상어관리사 교육과정
관상어관리사 교육과정

심홍석 한국관상어협회장은 본지 기고(2017년 3월호 통권 563호)를 통해 “국내 관상어산업은 생산유통 인프라가 중국 등에 비해 열악한데도 식용어 양식 위주의 연구에 밀려 인프라,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관상어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관상어 및 용품 모두 수입에 의존도가 높아 국내업체들의 진입이 어렵고 수출역량도 미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대희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은 “우리나라는 동남아시아보다 우수한 생산, 양식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수출경쟁력은 물론 국내 경쟁력까지 약화된 상황이다”며, “우리나라 만의 경쟁력 있는 어종, 용품을 개발해 국산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화 형성으로 내수 활력 제고

관상어의 인기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내수시장은 해외와 비교해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다. 해양수산부가 조사한 관상어시장 규모는 4,100억원(2014년 기준) 정도로 이는 전 세계 시장 매출액 45조원과 비교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대형마트, 전문 로드샵, 물고기방이나 카페 등이 생겨나고 있으나 크게 붐이 일어나지는 않고 있다.

송영민 이사는 “사업으로 진출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통상 돈이 되냐 안 되냐를 보고 진입을 하는데 한국에서의 관상어시장은 품평회도 없고, 수요처가 확실치 않을 뿐만 아니라, 수입처 확보 등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맞 딱들이게 된다”고 충고한다. 관상어 자체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관상어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제한적이고 소비자들의 니즈 형성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국의 경우 관상어를 반려동물로 여기는 동시에 돈과 건강을 가져다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 생물이라고 인식한다. ‘용(龍)’으로 불리는 중국에서는 예부터 금빛을 띠는 금룡(金龍)은 ‘부’의 상징으로, 붉은빛을 띠는 홍룡(紅龍)은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여긴다. 이런 문화가 정착됐다 보니 중국, 싱가포르 등지에서는 아로니아를 성형하는 의사도 있을 정도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고가의 관상어가 재물을 불러온다며 부유층을 중심으로 입양이 늘고 있다. 관상어 업계관계자는 “강남 등지에 수족관만 청소해주면서 수억원의 월매출을 올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특히 우리나라는 비단잉어 수요가 많은데 몇백 억 원짜리 정원 연못을 보유한 재력가가 있다”고 전했다.

될성부른 관상어 산업의 대내외적인 시장 활성화에 관심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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