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리 수산식품에도 문 걸어 잠궈
일본, 우리 수산식품에도 문 걸어 잠궈
  • 박종면 기자
  • 승인 2019.08.0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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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국 다각화 등 정확한 진단과 처방 필요

 

대일 수산물 수출 확대 위한 민관 대책회의 장면
대일 수산물 수출 확대 위한 민관 대책회의 장면

[현대해양] 일본의 우리 수산식품에 대한 수입규제 강화, 백색국가 제외 등으로 압박함에 따른 대책 강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산식품 전체 수출액은 23억8,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더불어 올해 상반기에도 중국과 베트남 등에 대한 높은 수출 증가율로 인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3% 증가한 12억7,000만 달러를 수출하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5대 수산물(식품) 수출 품목 중 김은 0.6%, 게 39.6%, 굴 11.1%, 고등어가 52.1% 증가했다. 반면 참치는 8.4% 감소했다. 상위 10개까지 확장하면 참치, 전복, 넙치(광어) 수출이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김, 게, 굴, 고등어, 삼치 등의 수출이 증가했다.

對日 수출 비중 32%, 수출입 모두 감소

그런데 최대 수출 대상국인 일본 수출이 감소 추이를 나타내면서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 상반기 대(對) 일본 수산물 수출은 중국 등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상반기에 우리나라가 일본으로 수출한 수산물은 3억5,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줄었다.

수입도 줄었다. 일본이 올 상반기 우리나라에 수출한 수산식품은 6,771만9,970 달러로 전년 대비 8.6% 감소했다. 한·일 양국 교역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32%의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수산물 최대 수출 시장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5년간 연평균 7억4,000만 달러를 일본에 수출하고 1억3,000만 달러를 수입했다. 5년 평균 6억 달러 무역 흑자를 기록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흑자 기반이 무너질 위기에 있다는 것. 우리나라 상위 5위 수출국 중 대(對) 미국 수출은 5.3% 증가했고, 베트남은 40.6%, 특히 중국의 경우 무려 45.6%나 늘었다. 반면 일본은 5.7% 감소했다.

대(對) 일본 수출 감소는 일본 정부의 검역검사가 강화된 6월에 특히 두드러진다. 검역검사 강화는 세계무역기구(WTO)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분쟁에 대해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의 손을 들어주면서 시작됐다. 올 6월 대(對) 일본 수출액은 6,861만4,000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7,669만6,000달러에 비해 10.5% 떨어졌다.

 

6월 수출 ‘뚝’ 떨어져

일본 정부는 지난 6월부터 한국산 넙치와 생식용 냉장 조개 등 수산물 5종에 대한 수입 검사를 강화했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에 대한 사실상 첫 번째 보복 조치였던 것. 이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수입 수산물에 의한 식중독이 발생하는데 식중독이 느는 계절을 맞아 국민 건강을 지키는 관점에서 조치했다”고 자국 언론이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분석은 다르다. 김성희 해양수산부 수출가공과장은 “최근 일본이 WHO 패소 판결 이후 넙치, 성게 등 5개 품목에 대해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치의 경우 일본이 사전에 수입국 다변화를 준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참치, 바지락 등은 일본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수입선을 바꿀 수 있는 품목으로 분류된다. 일본의 참치 수입 한국 의존도는 다랑어 냉동피레트(fillet) 37.4%를 제외하곤 참다랑어 냉동피레트 0.1%, 황다랑어 냉동 7.6%, 냉동눈다랑어 2.2%, 황새치 냉동피레트 2.9% 수준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반면 우리의 경우 대(對) 일본 참치 수출 의존율이 홍새치 냉동피레트 82.3%, 다랑어 냉동피레트60.3%, 참다랑어 냉동피레트 60.1%, 눈다랑어 냉동 30.1%, 황다랑어 냉동 9.1% 등으로 황다랑어 냉동만 10% 미만을 차지할 뿐 다른 어종은 모두 60~80% 선까지 절대적으로 일본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바지락, 對日 수출 의존율 100%

바지락(활·신선냉장) 수출 또한 100%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일본 외에는 진출하지 못한 상황. 이런 상황과 달리 일본의 대 한국 수입 의존도는 39.6%에 그친다. 이런 경우 바로 타국 수산물로 대체하거나 한국산 수입을 원천봉쇄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일본은 참치, 바지락을 시작으로 한국을 제외한 타국가로 수입 다변화,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필 KMI 해외시장분석센터 전문연구원은 “우리는 바지락을 전량 일본으로만 수출하고 있지만 일본은 우리 바지락을 수입하지 않고 바로 중국산을 수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참치, 바지락 등과 반대로 일본이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품목은 상황이 좀 나을까? 넙치, 김, 전복, 굴 등은 한국 의존도가 90% 이상 되는 품목이다. 특히 활넙치는 전량 우리나라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이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활넙치는 검사강화 이전에도 식중독 원인물질로 쿠도아충(Kudoa Septempunctata)을 지정, 관리하면서 검역이 강화되곤 했다. 넙치 수출에는 일본 통관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일(對日) 수출 검사 명단에 업체명을 올리게 되고 수출에 애로가 발생한다. 실례로 2016년 제주 29개, 완도 1개 업체 등 전국 총 30개 업체가 수출검사 명단에 포함돼 수출 중단의 아픈 경험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기존 사례에다 지난 6월 1일부터 검사강화 방침에 따라 넙치에 대한 모니터링검사 비율은 20%에서 40%로 배로 늘었으며, 피조개, 키조개, 새조개, 성게 등 4종에 대한 장염비브리오 모니터링검사 비율 또한 10%에서 20%로 확대됐다. 또 일본은 위반의 개연성이 높다고 인정되는 경우 검사율 100% 적용 가능 및 향후 검사결과를 반영해 검사율 추가 상향조치도 고려하고 있다.

 

광어, 검역강화 직격탄

수입 검사 강화 등 일본의 보복은 국내 광어업계에 직격탄으로 날아왔다. 통관기간이 길어지면서 상품가치가 하락했다. 제주에서 넙치 수출을 주로 하고 있는 ㅈ업체 관계자는 “검역검사 강화가 5월 30일 산케이신문, 아사히신문에 발표되자 광어 산지가격이 25% 폭락하고 수출가격도 폭락했다”고 실상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연중 3,000톤 정도 수출되던 물량이 올해는 1,700톤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검역을 강화한다는 발표가 나오니 벤더(Vendor), 수입자들이 한국산 광어 판매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8월 도쿄에서 열리는 시푸드 쇼(Seafood Show)에 초청을 해도 바이어들이 올 것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일본의 넙치 수입선은 100% 한국이다. 그럼에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 수입경로를 전적으로 한 국가에 의지하는 경우도 이런 상황이니 ‘다른 품목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규제를 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경남의 ㅈ업체 관계자는 “피조개, 키조개 같은 경우 탈각을 하면 대장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본이 꼬투리를 잡기 위해 작정하고 달려들면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정필 KMI 전문연구원은 “성게 등이 본격 수출되는 12월이 되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참치 다음으로 수출이 많은 김은 어떨까? 다행히 김에 대해서는 구체적 조치가 발동된 것은 아니다. 김은 일본의 생산 부진으로 우리의 수출 실적이 좋은 편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김 전체 수출액 5억2,500만 달러 가운데 22.5%인 1억1,800만 달러가 일본으로의 수출이었다. 이를 조미김과 마른김으로 나눠보면 조미김은 최근 2년 대(對) 일본 수출 비중은 17.2%를 차지하는데 비해 마른김의 경우 일본 수출 의존도가 전체 수출 물량의 1/3에 육박하는 30.6%에 달한다.

 

“벤더에서 부담스러워 한다”

당초 김 업계와 해수부는 올해 일본의 국내 김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수입할 가능성이 커 김 수출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한・일 관계 악화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박혜진 KMI 해외시장분석센터 연구원은 일본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 연구원은 “통상협상 체결 확대, 식품 안전제도 강화, 소비세 인상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수입식품 검사제도에는 행정검사, 모니터링 검사, 자주검사, 명령검사 등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것은 명령검사다. 명령검사는 수입신고를 받은 식품 중 후생성이 식품위생법 위반 우려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식품 등에 대해 수입자에게 수입할 때마다 실시를 명하는 검사를 말한다. 이 명령검사는 통관 때마다 검사를 받아야 하고 검사비까지 수입자가 직접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수입자에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한다.

이런 부담까지 감수하면서까지 특정국가로부터 수입을 감행할 이유는 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이런 검사는 수입규제를 위한 감정적, 의도적, 주관적 판단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3년간 일본이 통관을 거부한 사례는 총40건으로 보고됐다. 넙치, 조갯살(기타), 게 등에서 쿠도아충, 대장균 등이 발견된 경우다. 지금까지는 구체적 사례가 있었다면 앞으로는 특별한 사유없이 일본 정부가 명령검사 등을 지시하거나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통관거부 사례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집중됐다. 더구나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정권의 돌발정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보복의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속히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수부 수출가공과 관계자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아베 정부가 앞으로 더욱 더 규제를 강화할 걸로 예상한다”며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하지 못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다. 일본의 대(對) 한국 수출규제에 이어 화이트 국가 배제 등 추가 보복까지 수산물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장기적인 시장 다각화 필요

지난달 22일 aT센터에서 해수부 주최로 ‘수산식품 수출 확대를 위한 긴급 민・관 합동 대책회의’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참치, 김, 굴, 전복 등 주요 품목 수출업체와 수협중앙회,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한국수산회, 한국수산무역협회 등의 무역 담당자들은 수출국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분분석, 품질인증 등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해수부 수출가공진흥과 관계자는 “생산·가공업체에서는 위생안전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주길 바란다”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인증, 성분분석 등 해외 판로 개척과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런 업계 반응에 전문가들은 쓴소리를 내고 있다. 주문배 KMI 연구위원은 “검역강화는 예정돼 있었던 것이고, 수출국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했던 얘기”라며 “정확한 진단과 품목별 처방, 실행이 시급하다”고 질타했다. 주 연구위원은 특히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법령 상정과 처리에 따른 영향,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안전, 안심, 지속성, 사회적 효율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상시국에 맞는 비상처방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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