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우는 한·중 조선소...다급해진 일본
덩치 키우는 한·중 조선소...다급해진 일본
  • 최정훈 기자
  • 승인 2019.07.2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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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 클러스터 위축, 기술개발에 역점

[현대해양] 세계 조선업 1, 2위인 중국, 한국이 자국 조선소 간 합병을 통해 대규모 재편을 단행하는 가운데 주시하는 일본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불황기 합병으로 경쟁력 강화

지난 3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겠다고 공표했다. 지난해 세계 조선소별 건조량 기준 현대중공업이 757만톤, 대우조선해양이 461만톤으로 인수·합병으로 건조량 1,218만톤(세계 점유율 21%) 규모의 초대형 조선소가 탄생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 조선소들이 강점을 지닌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수주만으로 추산했을 때 합병으로 인해 글로벌 점유율이 63%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나온 듯 지난 2일 중국 1위 조선소인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SC, China State Shipbuilding Corporation)이 중국 2위 조선소인 중국선박공업집단(CSIC, China Shipbuilding Industry Corporation)과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CSSC가 지난해 기준 건조량 682만톤, CSIC가 359만톤인 점을 감안한다면 합병으로 중국은 총 규모 1,014만톤, 전체 점유율 17%의 초대형 조선소를 확보하게 된다. 이처럼 중국 조선소도 합병을 추진하면서 그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해외심사에서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쌍심지를 켜고 세울 날을 준비하던 경쟁국들의 분위기가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영국 선가감정평가기관인 베슬스밸류(Vessels value) 분석 자료에 따르면 두 중국 조선소의 현재 수주 잔량은 총 428척, 현대-대우중공업의 현재 수주 잔량 329척보다 무려 약 100척이 많은 수치로 조사됐다. 하지만 한국 양대 조선소 합병의 경우가 우위에 있다는 평가다. 박홍범 베슬스밸류 한국지사장은 “중국 두 조선소는 케이프, 파나막스사이즈 벌커선 및 3,000TEU 이하 컨테이너선 등 상대적으로 건조가 단순한 선박들에 집중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의 경우 LNG선, 초대형 유조선 및 컨테이너선 등 보다 건조가 복잡한 고부가 가치 선박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톤수(CGT)기준에 의하면 한국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듯 두 국가 간의 주력 선종 차이로 중국 양대 조선 합병이 단기적으로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조선 산업에 부정적인 요소로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지사장은 “중국 조선소가 LNG선박, 초대형 유조선 및 컨테이너선 건조 경험을 이미 보유했고, 합병을 통한 협상력 및 원가경쟁력 상승을 필두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다면 장기적으로는 한국 조선 산업에 위협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 중국 합병 조선소 수주잔량
▲ 중국 합병 조선소 수주잔량
▲ 한국 합병 조선소 수주잔량
▲ 한국 합병 조선소 수주잔량

 

일본, 생존전략 마련에 ‘긍긍’

중국과 한국의 조선업이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는 양상에 일본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6월 11일 ‘해사산업장래상 검토회’에서 미즈시마 사토시(水嶋智) 해사국장은 “세계 조선·선박용품 산업에 지각변동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한·중 조선업은 생산규모를 확대하고 있어 이제 개사(個社)의 경영판단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간 일본 조선소의 생존 전략은 해사 클러스터였다. 한종길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일본 정부의 금융지원을 통하여 해운, 조선, 화주, 지역금융기관 간의 공생관계가 만들어져 조선, 해운산업의 글로벌 경기변동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운·조선·선박용품 산업 등의 자국 연관 산업이 서로 지지하던 해사 클러스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본 외신(Marinavi)에 따르면 해운 시황 악화와 함께 공적 지원을 받는 한·중 조선소의 저가 수주로 일본 해운선사가 일본 조선소에 발주한 비중이 지난 1995년 95%에서 2016년 87%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대내외적으로 난관에 맞딱드린 상황 속에서 미즈시마 국장은 대기업 자동차 메이커의 통신 회사 제휴 사례를 들며 "선박 자동 운항에 있어서도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기술 등을 활용하는 것이 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운항 개발 확대 기조 속에서 조선·선박용품 산업을 중심으로 한 해사산업의 미래상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논의해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해사산업장래상 검토회에 참석한 다카기 겐(高木健) 도쿄대 대학원 교수 또한 "조선·선박용품·해운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AI나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 도입에 대한 확실히 검토가 시급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오는 2020년 1월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등 선박 시장에서도 친환경이 강조되고 있으며, 각국이 앞다퉈 차세대 자율운항선박 연구개발에 나선 상황에서 일본 또한 작금의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판단하에 나온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앞으로 기존에 강세를 띈 벌크선에 대한 독점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선박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종전의 조선업계 정책에서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는 일본의 경계의 눈초리에 관심이 모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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