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화물 벌크선 시장, 신흥시장에 해법 있다
건화물 벌크선 시장, 신흥시장에 해법 있다
  • 김학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 승인 2013.06.0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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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건화물선 운임 종합지수(BDI)가 5월 중순 현재 889p를 기록하고 있다. 연평균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해(920p)보다 상황이 더 어렵게 됐다. 고가에 선박을 확보한 해운업계는 장기 불황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물동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선사에게는 분명히 좋은 기회이다. 우리 해운사는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신규 물동량의 70%가 중국?인도의 철광석 및 석탄 수입 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위기 이후 새롭게 전개되는 세계 해운시장의 변화를 읽고 대응해야 한다.

첫째, 신규 물동량 증가가 전통적 스팟 마켓의 성약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국 철광석 물동량은 2010년 6.0억 톤에서 2012년 7.3억 톤으로 20%(1.2억 톤) 증가하였다. 그러나 해운정보기업인 Clarkson이 제공하는 케이프 단기성약 건수는 2010년에 1,177건에서 2012년에는 1,174건으로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이는 건화물 운송시장에서 스팟마켓 비중이 감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선박공급과잉으로 인하여 기존의 용대선 관행을 통한 영업이익의 창출이 어렵다는 것이다. 2008년 위기 이전과 같이 선박의 수급이 균형에 있거나, 선박이 다소 부족하여 수급이 타이트한 경우에는 운임시장에서 벡워데이션(backwardation) 상황이 나타난다. 즉 단기 용선료가 장기 용선료보다 높게 형성된다. 그러나 2011년 상반기와 2012년부터 지금까지 건화물 벌크선 시장은 상황이 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즉 장기용선료가 오히려 단기용선료보다 높은 콘탱고(contango) 상황 또는 장단기 용선료가 같은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는 용대선 비즈니스를 통한 수익창출이 허락되지 않는다.

셋째, 중국 등의 신흥국에서 등장하고 있는 국화국운ㆍ국수국조 분위기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즉 자신의 화물은 자신의 선박으로 운송하고, 그 선박은 또 자신의 조선소에서 건조한다는 보호주의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증대되는 신흥국 시장 화주의 역할과 건화물선 시장의 수급요인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략의 모색이 절실하다. 그리고 새로운 전략은 화주 만족이라는 기본원칙에 입각할 때 실천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창조성에 기초한 문화와 산업의 융합, 산업 간 융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고객지향적 실천방안이 필요하다.

우선 신흥국 화주의 영업을 위해서는 비즈니스 문화와 해운이 창조적으로 융합되어야 한다. 신흥국 화주는 기존의 선진국 화주와는 상이한 문화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이들 화주를 우리 선사의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들 문화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제 선사 영업ㆍ기획업무에도 신흥국의 문화적 토양을 접목할 수 있는 인문학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아울러 이 같은 전략의 도출과 실천을 위해서는 해운산업을 포함한 전체 구성원들의 유기적 노력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해운과 금융이 서로 별개의 사업으로 인식되지 않고, 대화주 물류서비스 제고를 위해 같이 협조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 같은 화주지향적 노력은 자연스럽게 선화주 상생발전으로 이어지는 사업문화 형성에 기여할 것이다. 나아가 친환경 기술에 앞서는 우리 조선산업과 연계한다면 해운-조선-화주의 선순환 구조 또한 구축될 것이다. 아울러 선사 내에서도 기획업무와 화주의 만족도를 높이는 영업업무가 별개로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동조화하여 같이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중장기적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 당면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KAMCO 선박펀드 모델을 선박자산에 국한하지 않고, 선사지분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포함하는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유동성 지원대책의 수립이 필요하다. 이 같은 유동성 지원은 국적선사 보호의 의미 뿐 아니라, 선박자산의 헐값 매각 방지효과 또한 있는 것이다.

아울러 유동성 지원과정에서 해운시황 회복지연으로 금융기관의 선박관리업무 수요가 발생하는 것을 대비해 Tonnage Bank의 기능이 확대돼야 한다. 나아가서는 금번 위기의 근본원인이 장기적 안목의 해양(선박 포함)투자 주체의 부재에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해운과 금융의 융합적 지식을 지닌 전문 해양금융인 육성과 활동이 강화돼야 한다. 제도적으로 위축된 해운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해운보증기금, 선박금융공사, 해양금융공사 등의 설립을 통해 해운금융시장 확대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

이 같이 유기적이면서 다양한 창조적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 창출 국정기조에도 크게 부합한다. 우선 선사 및 해운중개업체에서 종사하는 각 종 전문직 일자리(기획, 시장분석, 화주영업, 법률/회계/보험, 재무 등)의 유지?확대가 가능하다. 또한 건화물선 운송산업은 선박관리업과 해양에 특화된 전문분야(조선산업, 해양과학기술 등)의 발전의 토대로서 기능을 하게 된다.

끝으로 운임시황 악화로 어두운 그림자가 지워진 해운사가 신흥국 시장 진출과 유동성 문제 해결을 통해 우리 국민의 ‘꿈과 행복의 바다를 구현’하는데 주인공이 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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