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산업 명예회복의 길
원양산업 명예회복의 길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13.06.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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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욱 본지 발행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지금 우리는 황금만능의 시대를 살아 가고 있다. 돈으로 안되는 일이 없을 정도다. 돈이 곧 인격이요, 돈이 양반이라는 자조적인 말이 유행한 지 오래다. 돈이면 팔자(八字)까지 뜯어 고치는 세상이 되었다.  얼굴 못생기고, 학벌 모자란 건 참아도 돈 없는 건 못 참는다는 한심한 배금주의가 젊은이들의 결혼관 까지 오염시켜놓았다. 부모 재력(財力)이 중매결혼의 필수 조건이요 그것이 요즘 유행하는 강남스타일이란다.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강의와 저술로 전 세계적인 화제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가 자본주의사회의 타락한 시장경제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고 나섰다. 1980년부터 30년 동안 하버드대학에서 정치철학을 강의해오고 있는 샌델교수는 지난해 4월『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역작을 세상에 또 다시 내놓았다.  

마이클 샐던 교수는 최근 수십년 동안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사회가 시장경제(Market economy)에서 시장사회(Market society)로 옮겨 갔다고 진단한다. 시장경제는 자본주의의 핵심적 요체로서 모든 재화를 생산하고, 분배하고, 부를(富)를 창출하는 효과적인 도구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시장사회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형성된 어떤 재화에 대한 시장가치(Market value)가  인간활동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일종의 생활방식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았던 영역에까지 돈과 시장이 개입하면서 발생한 가치의 변질, 다시 말해 금전에의해 파생된 윤리적 타락에 대해 그는 상세하게 설명한다.  인도인 여성의 대리모(代理母)서비스 6,250달러, 교도소 감방 업그레이드 1박에 82달러, 멸종 위기에 놓인 코뿔소 사냥할 권리 15만달러, 등등 새로운 시장 가치가 우리 생활 속으로 깊숙이 스며 들고 있는 사례들을 통해 시장의 변질을 얘기한다. 이밖에도 우리 스스로가 일상 생활 속에서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특이한 사례들이 수도 없이 많다. 법규 속에 폭넓게 규정되어 있는 각종 범칙금과 벌금규정 또한 면죄부를 팔아 어려운 계층을 도와주는 일종의 시장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시장가치, 즉 모든 것을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금전 만능주의 위력이 교육, 환경, 인간관계, 건강, 정치 등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영역에 까지 확대됨으로써 자본주의 시장제도에 여러 가지 윤리적, 도덕적 문제를 야기시킨 현상들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인간에게 있어서 무엇이 정말로 소중한 것인가 ?’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

그리고 그는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 주도의 제도적개선 이전에 시장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시장의 자율규제와 정부의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해도 금전으로 사고 파는 시장거래가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 그리고 도덕적 가치와 공동체적 가치를 훼손하고 변질시킨다면 아무리 효율성이 크다 하더라도 이러한 것들에 대한 시장거래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가격(Market value)과 가치(Virtue)를 구분 할 줄 아는 지혜와 지식이 자본주의 사회의 국격(國格)과 사람의 인격(人格)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되새겨야 할 때인 것 같다.

원양산업에 닥쳐오는 불법어업의 멍에

지금으로부터 56년 전, 제동산업의 지남호가 인도양 앤더만 어장으로 시험조업에 나서면서 대한민국 원양어업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그 이후 남태평양의 사모아에서 베링해, 인도양, 대서양에 이르는 전세계의 바다가 우리나라 원양어업의 터전이 되었고, 중남미를 거쳐 남극 바다에서 클릴새우와 메로(이빨고기)잡이 까지 개척하면서 명실공히 세계 3위권의 수산대국으로 발돋움했던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자랑스럽게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 원양산업은 심각한 위기 국민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해리 신해양법 발효에 따른 어장의 축소, 남획에 따른 자원고갈, 해양오염, 그리고 후발 개도국들로 부터의 도전에 직면한 우리 원양업계는 존폐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로부터 우리나라가 불법어업을 자행하는 부도덕한 나라로 지목되고 있어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어장도 잃고 자존심마저 짓밟히는 수모를 겪어야만하는 우리의 처지가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원양어선들의 불법조업 문제가 불거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동원산업의 프르미네호가 2011년~2012년 사이에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수역에서 어업허가증 위조, 무허가 조업, 어획량 비보고등의 불법어업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상당한 범침금과 함께 주변국가들로 부터 조업금지 등의 불이익조치를 받았다.

같은 시기에 인성실업의 인성7호가 남극로스해역에서 이빨고기(메로)를 제한량보다 4배가량 남획했다는 혐의를 받고 유럽연합등의 국가들로부터 IUU(불법 비규제. 비보고)지정 압력을 받는 등, 세계 도처에서 수산대국 한국의 위상에 치명적 손상을 입힐 수도 있는 사례들이 빈발하고 있어서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동원산업의 경우 현지 에이전트사의 사기행각에 휘말려 본의 아니게 불법조업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하지만 동원이 채용한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을 태만히 한 선량한 사용자로서의 책임까지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성수산에 대해 150만원의 과태료와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한국정부에 대해 남극해양자원보존위원회 25개 국가들 대분분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으로 인해 수산대국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에 치명적 상처를 입은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북태평양수산위원회(NPFC)사무국 유치를 위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리지는 않을 지 걱정이 앞선다. 특히 NPFC설립을 주도해온 미국까지 우리나라를 IUU국가로 지정함으로써 사무국 유치전에서 일본에 역정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초 이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 정부당국이 나서서 선제적으로 해명하고 납득할 수있는 수준의 법적, 제도적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말았다는 비난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하기 위해 지난 5월10일 그린피스와 해양수산부 관계자, 그리고 소관 상임위원회 국회의원들이 워크숍을 개최한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워크숍 참석자들이 공동명의로 8개항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그 내용의 엄중성을 떠나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는 마이클 샌델 교수가 지적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애 대한 교훈을 다시한번 되새겨야 할 것 같다. 몇 푼의 벌과금과 눈가림식의 조업중단 조치로 국제단체들과의 거래를 끝내려고 했던 당국자들의 경박한 윤리의식에 비통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가격과 가치의 중요성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가 국격을 높이고 산업을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주춧돌이 된다는 사실을 가슴 속 깊이 되새겨 주기를 당부한다. 그것이 바로 창조경제의 지향점임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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