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리더십과 생존전략이 필요하다
새로운 리더십과 생존전략이 필요하다
  • 김성욱 본지 발행인
  • 승인 2008.10.3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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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Godot)를 기다리며

 문학, 특히 연극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사무엘 버켓」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1952년에 발표된 이 작품으로 「사무엘 버켓」은 1969년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전통적인 사실주의 극(劇)에 반기를 들고 부조리극(不條理劇)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작가로서 오늘날까지도 많은 칭송를 받고 있다.

 해질 무렵, 시골길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라는 두 사람의 떠돌이가 누군가를 무작 정 기다리고 있다. 실제 존재하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는 ‘고도’라는 인물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주고 받는 대화나 동작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통상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무의미하듯이... 제1막에 이어 제2막에서도 기다림과 부질없는 대화는 계속된다.

 ‘고도’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두 사람은 죽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살아 있다고 할 수도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절망과 좌절 속에서 방황한다. “이 광대한 혼돈 속에서 분명한 것은 단 한가지, 그건 우리는 ’고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야” 블라디미르의 이 한마디가 드라마의 본질을 요약한다.

 ‘고도’는 실존하는 것일까?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각자가 생각하는 ‘고도’가 있다. 알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기다림. 무언가를 기다리면서 산다는 것은 불안과 혼돈속에서 방황하는 인간에게 주어진 최후의 희망이요 기대인 것이다.

 사회를 지배해왔던 가치체계가 무너지고 또다시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기까지 우리는 필연 적으로 혼돈과 방황을 경험하게 된다. ‘고도’를 기다린다는 것은 인류를 존속시켜온 힘이요 존재의 조건임을 「사무엘 버켓」은 이 작품을 통해 웅변하고 있다.

 

 두바이의 기적과 리더십

 지금으로부터 30여년전인 1970년대 초반, 우리나라는 조국근대화라는 기치아래 강력한 수출드라이브정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 덕택으로 우리는 보릿고개를 넘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그 당시 중견기업의 수출책임자로서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수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그 때 귀한 바이어(수입상) 한 분이 찾아 왔다. KOTRA(무역협회)를 통해 소개받은 바이어였는데, 처음에는 두바이가 중동의 어디쯤에 붙어 있는 나라인지 알지도 못했다. 담요를 수입하겠다고 했다. 꽤 많은 물량을 요구했다. 무더운 사막에서 담요가 필수품이라는 사실을 나는 그 때 비로소 알았다. 담요에 이어 가죽점퍼까지 수입해갔다. 자기 집안은 대대(代代)로 대상(隊商)을 해왔고 거부(巨富)라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통도 컸다. 한창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었던 우리 회사는 월말이면 자금수요가 폭증하여 수출품에 대한 Nego(수출환어음매입)를 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급할 때는 변칙적인 방법도 동원되던 시절이었다. 포워딩회사(Forwarding company : 화물중계회사)로 부터 선(先)B/L(선화증권 :수출화물을 선적한 증서)을 발급받아 물건을 싣기도 전에 은행에서 돈을 찾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런 와중(渦中)에 사건이 터졌다. 두바이로 선적한 물건이 도착예정일자보다 3개월이나 지났는데도 인수하지 못했다는 통신이 계속 날아들었다. 수소문 끝에 포워딩회사의 잘못으로 그 수출품이 엉뚱한 항로를 거쳐 엉뚱한 곳에 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여곡절 끝에 그 물건이 바이어의 손에 들어간 것은 예정일자보다 무려 6개월이 지난 후였다. 그 바이어로부터 언페이드(Unpaid : 수출대금의 지급거절) 될 것을 우려하여 전전 긍긍하였으나 끝내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 통이 큰 바이어는 돈보다는 사람을 선택해주었던 것이다. 사람에 대한 무한한 신뢰, 눈 앞의 이익보다는 10년, 20년앞을 내다보는 대상(隊商)의 지혜에 감복할 따름이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그 두바이라는 작은 토후국이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엄청난 기적을 창조하고 있다는 사실에 부러움과 외경(畏敬)스런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서울 면적의 약6.4배, 인구 120만명에 불과한 이 나라를 세계최고의 경제대국으로 이끌어가는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셰이크 모하메드」왕의 리더쉽과 대상들의 인간적인 상인정신이 아랍에미레이트의 작은 토후국 두바이를 중동 최대의 경제부국으로 창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 할 것이다.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21세기에 접어 들었지만 아직도 세계는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의 폭발적 발전으로 인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질서재편의 과도기적 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고통과 시련이 너무나 깊고 크다.

 특히 세계화, 개방화의 물결이 서민경제에 까지 밀어닥치면서 전통적 방식으로 경영해왔던 기업이나 농민, 어업인들의 삶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값싼 외국산 농수산물을 막아낼 도리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좌절하여 생업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동안 수 많은 논의를 거쳐 시장개방에 따른 각 분야의 대응책이 마련되어 왔는데, 그 주 된 핵심은 바로 구조개혁과 사고의 전환에 있다.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 두바이의 변신에서 보았듯이 변화와 혁신의 리더쉽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우리는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수협의 혁신과 체질변화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어업인교육문화재단의 설립까지 추진하고 있는 이종구 회장의 결단에서 ‘새로운 리더쉽’의 일단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참여정부 해양수산정책의 대미(大尾)를 장식할 신임 강무현 장관은 우리 해양수산인들이 기다리는 ‘고도’에 대한 희망을 엮어 수산중흥의 주춧돌이 되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세계적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는 “경영자, 즉 모든 일을 끝까지 완수해야 할 지위에 있는 사람의 과제는 성과를 올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업무는 성과를 올려야만 의미가 있다. 성과를 잘 올리는 경영자의 특징은 업무도 잘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는 점이다” 라고 했다. 두 사람의 리더가 새겨 들어야 할 중요한 대목인것 같다.

 

 200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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